필자는 산을 무척이나 좋아하시던 아버님 덕분에 어린시절과
학창시절을 인왕산과 북한산 밑에서 보냈고 지금도 우면산 기슭에서
살고있어 자연스럽게 산과 접하면서 지내고 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는 오랫동안 산을 오르지 못하다가 마음고생을
하고있던 3년전에 "고우회"에 가입하게 되어 다시 산을 찾게되었고
부부가 열심히 다닌 덕분에 올해에는 회장을 맡아 작은 봉사를 하고 있다.

"고우회"는 경동고등학교 23회 동창생들의 등산모임으로 9년의 역사를
자랑하며 여려 동창모임중 가장 활성화된 모임으로 현재 회원수는
46명이다.

적게 나올때는 10명 정도.

많게는 30여명이 나올때고 있으며 평균적으로 15명내외가 매달 첫째
셋째 일요일에 정기적인 산행을 하고 있다.

올해 필지가 회장을 맡고부터는 조용한 산을 찾아보자는 노력으로
경기도 일원에 있는 산을 새로운 산행지로 택하고 가끔은 지방에 있는
산도 찾고 있다.

한번은 힘든 코스, 한번은 쉬운 코스로 회원들의 요구에 부응하고
있다.

고우회의 열성회원들로는 사전에 답사를 하여 항상 좋은 산행코스를
정해주는 장영건 고문 (개인사업), 사업과 교회일등으로 바쁜중에서도
궂은일을 도맡아 해주는 조일구 총무 (남일상운대표)를 필두로 통산
등산기록 400여회를 넘고있는 속보등산가 송요철 회원 (수유중앙시장대표),
부부가 열심히 나오는 무골호인 오재명 회원 (세무사) 회원, 관악산에
관한 한 모르는 것이 없는 안태인 회원 (서울대교수), 꼿꼿한 자세로
페이스를 유지하며 유머가 넘치는 조대희 회원 (치과병원장), 구수한
고전해학으로 모두를 즐겁게 해주는 김효영 회원 (효성한의원), 조용하게
미소지으며 산행에만 열중하는 하재룡 회원 (이북오도청국장), 열심히
약수를 나르는 애처가 이학인 회원 (보험대리점업), 바위 등반전문가
정하선 회원 (개인사업), 씩씩한 걸음걸이로 선두에 서는 김화영 회원
(대웅숯대표), 잉꼬부부 오공근 회원 (개인사업) 등이 있다.

모두들 욕심없고 마음좋은 회원들과 함께 산행을 하면 항상 웃음이
그치지 않으므로 건강은 물론 스트레스해소에도 많은 도움이 되고있다.

새로 들어온 회원들은 처엄에 적응이 안돼 힘들어 할때가 많지만
앞사람 엉덩이만 보고 헉헉대며 정신없이 쫓아다니던 내가 지금은
선두그룹에 끼여있는 나를 모델로 삼아 용기를 북돋아 주기도 한다.

그동안 인상에 남는 산행으로는 2년전 여름 하루종일 폭우속에서
점심도 굶고 7시간동안 강행을 한 도마치봉 산행과 지난 겨울 눈과
빙판으로 뒤덮인 감악산 산행이었다.

점심을 먹고 모두들 우렁차게 "삼각산 높은 봉은 기상이 씩씩하고,
한강수 맑은 물은 마음도 깨끗하네..."로

시작되는 경동고등학교 교가를 합창하고 나면 학창시절의 싱싱한
젊음으로 돌아간다.

어느덧 나이가 40대후반에 들어서인지 부담없는 모임인 고우회를
찾는 회원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어 가까운 장래에는 매주 등산계획을
실시할 예정이며 은퇴한 뒤에는 매일등산회로 발전할 것으로 믿고있다.

고우회가 앞으로 경동고등학교 23회 동창들의 따뜻한 보금자리가
되기를 기원하며 다음 산행을 기다리는 즐거움으로 일상생활의 피로를
풀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