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루몽] (480) 제11부 벌은 벌을, 꽃은 꽃을 따르고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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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옥이 유상련의 형편이 그리 좋지 않은데도 진종의 무덤을 새로
단장하여준 데 대하여 진심으로 감사하였다.
그런데 유상련이 곧 다가오는 시월 초하루에 또 진종의 무덤에 성묘하러
가겠다고 하지않는가.
"성묘하려면 돈이 꽤 들 텐데 지난번에도 무덤 보수하느라 돈을 쓰고"
보옥이 유상련에게 진종 무덤 성묘 비용으로 돈을 보태주고 싶었으나,
어른들로부터 돈을 타쓰고 있는 형편이라 선뜻 자신 있게 얼마의 돈을
내놓겠다고 말하지는 못하였다.
"성묘 비용이라면 걱정하지 마십시오. 우리 집안 형편도 어렵긴 하지만
진종 무덤 성묘 비용으로 그동안 조금씩 모아둔 것이 있습니다.
형편이 어려울수록 미리미리 준비를 해놓아야 하니까요"
"다음 번에는 나도 돈을 꼭 보태겠소.
지난 번에도 유형이 진종의 무덤을 보수했다는 말을 듣고 하인 배명을
시켜 유형에게 얼마의 돈이나마 전달하려고 하였는데, 배명이 유형을
찾다가 찾다가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다면서 그냥 왔더군요.
유형이 워낙 정처 없이 잘 돌아다닌다는 것은 다 아는 일이라 또
어디론가 먼 곳으로 간 모양이구나 하고 생각했지요"
보옥은 유상련을 존경하는 마음이 생겨 어느새 높임말을 쓰고 있었다.
"그런데 상련이, 유몽매가 매화관에서 두여랑의 자화상을 보고 반하여
그날 밤 잠을 자는데 말야"
설반이 보옥과 유상련의 대화를 흩뜨려놓으며 혀 꼬부라진 소리로 다시
유몽매 이야기를 들먹거렸다.
자기도 유식하다는 것을 은근히 드러내어 유상련의 마음을 사려는
수작이었다.
그러나 유상련은 보옥과 이야기를 주고받느라고 설반의 말에는 대꾸할
겨를이 없었다.
그러자 설반이 술잔을 주안상에다 내리치며 고함을 질렀다.
"야, 유상련, 내 말은 말 같지도 않어?"
그제야 유상련이 설반을 돌아보며, 더이상 싸우기도 싫고 하여 무조건
잘못했다고 사과하였다.
"상련이, 나도 언성을 높여 미안하네. 여기 술 한 잔 받게"
설반이 다시 마음이 풀려 유상련의 어깨를 한팔로 감싸 안으며 술을
따라준다고 법석을 떨었다.
유상련은 설반의 몸이 닿는 감촉이 징그러웠지만 꾹 참고 술을 받아
마셨다.
그런데 설반이 술기운으로 엎어지는 척하면서 유상련의 사타구니로
손을 집어넣어 그 부분을 덥석 쥐어보는 것이 아닌가.
유상련이 순간적으로 이맛살을 찌푸렸다가 풀며 설반에게 속삭이듯이
말했다.
"설형, 잠깐 나를 따로 봅시다"
그러면서 유상련이 화장실로 가는 척하며 술자리에서 일어났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26일자).
단장하여준 데 대하여 진심으로 감사하였다.
그런데 유상련이 곧 다가오는 시월 초하루에 또 진종의 무덤에 성묘하러
가겠다고 하지않는가.
"성묘하려면 돈이 꽤 들 텐데 지난번에도 무덤 보수하느라 돈을 쓰고"
보옥이 유상련에게 진종 무덤 성묘 비용으로 돈을 보태주고 싶었으나,
어른들로부터 돈을 타쓰고 있는 형편이라 선뜻 자신 있게 얼마의 돈을
내놓겠다고 말하지는 못하였다.
"성묘 비용이라면 걱정하지 마십시오. 우리 집안 형편도 어렵긴 하지만
진종 무덤 성묘 비용으로 그동안 조금씩 모아둔 것이 있습니다.
형편이 어려울수록 미리미리 준비를 해놓아야 하니까요"
"다음 번에는 나도 돈을 꼭 보태겠소.
지난 번에도 유형이 진종의 무덤을 보수했다는 말을 듣고 하인 배명을
시켜 유형에게 얼마의 돈이나마 전달하려고 하였는데, 배명이 유형을
찾다가 찾다가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다면서 그냥 왔더군요.
유형이 워낙 정처 없이 잘 돌아다닌다는 것은 다 아는 일이라 또
어디론가 먼 곳으로 간 모양이구나 하고 생각했지요"
보옥은 유상련을 존경하는 마음이 생겨 어느새 높임말을 쓰고 있었다.
"그런데 상련이, 유몽매가 매화관에서 두여랑의 자화상을 보고 반하여
그날 밤 잠을 자는데 말야"
설반이 보옥과 유상련의 대화를 흩뜨려놓으며 혀 꼬부라진 소리로 다시
유몽매 이야기를 들먹거렸다.
자기도 유식하다는 것을 은근히 드러내어 유상련의 마음을 사려는
수작이었다.
그러나 유상련은 보옥과 이야기를 주고받느라고 설반의 말에는 대꾸할
겨를이 없었다.
그러자 설반이 술잔을 주안상에다 내리치며 고함을 질렀다.
"야, 유상련, 내 말은 말 같지도 않어?"
그제야 유상련이 설반을 돌아보며, 더이상 싸우기도 싫고 하여 무조건
잘못했다고 사과하였다.
"상련이, 나도 언성을 높여 미안하네. 여기 술 한 잔 받게"
설반이 다시 마음이 풀려 유상련의 어깨를 한팔로 감싸 안으며 술을
따라준다고 법석을 떨었다.
유상련은 설반의 몸이 닿는 감촉이 징그러웠지만 꾹 참고 술을 받아
마셨다.
그런데 설반이 술기운으로 엎어지는 척하면서 유상련의 사타구니로
손을 집어넣어 그 부분을 덥석 쥐어보는 것이 아닌가.
유상련이 순간적으로 이맛살을 찌푸렸다가 풀며 설반에게 속삭이듯이
말했다.
"설형, 잠깐 나를 따로 봅시다"
그러면서 유상련이 화장실로 가는 척하며 술자리에서 일어났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