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경환 <국토개발연 연구위원>

지난 몇 년동안 부동산경기는 침체국면을 보이며 집값 땅값은 계속
떨어져 왔다.

그러다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일부지역의 토지거래가 늘어나면서
가격은 부분적으로 올랐고 서울등지의 집값도 더 이상 떨어지지 않고 있다.

더욱이 전세값은 꾸준히 상승하면서 집없는 서민들의 주거불안이
심화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조속히 집을 사야할 것인지 아니면 계속 전세를 살아야
할지가 중요한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집없는 사람들뿐 아니라 좀 더 나은 주택으로 이사하려는 사람들도
언제쯤 이사하는 것이 좋을지 판단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부동산시장은 기본적으로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형성되지만 집값
땅값의 상승이나 시장의 불안정한 움직임은 투기적인 요인이 많이
작용한다.

그러므로 부동산시장을 살펴보려면 이러한 투기적 요인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가지 상황도 고려하여야 한다.

부동산의 수요 공급은 크게 경제적 상황과 정책적 측면에 의하여
좌우된다.

경제적 상황으로는 경기동향이나 시중자금사정 등이 있으며 정책적
측면은 투기억제대책 토지전산화 부동산실명제 주택시장안정대책
그리고 금융소득종합과세와 같은 정책요인을 들수 있다.

주택이나 토지의 움직임을 장기적으로 보면 5년또는 10년마다 호황과
침체가 반복되는 경향을 보여왔다.

이러한 주기로 보면 지금의 부동산경기는 바닥을 치고 상승국면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그러나 부동산은 그 자체의 움직임이 있다기보다는 일반경기상황이나
제도적 영향을 받는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경기호황국면이 마무리되고 있고 경기는 내년
하반기에나 좋아진다는 전망이 우세한 형편에서 부동산경기가 빠른
시일내에 좋아지기 어렵다.

여기에다 부동산실명제의 실시는 혹시 나타날지 모르는 투기적 수요를
차단, 부동산시장을 안정시키는 역할을 하리라고 기대한다.

결국 금년하반기의 부동산경기는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안정될 것이며
전반적인 침체속에 지역적 또는 부동산유형별로 어느정도 회복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

주택의 경우 지난해 하반기 시행된 주택시장안정대책에 힘입어 수도권
일부지역에서 약간씩 활기를 보이고 있다.

주택경기의 장기침체에 따른 바닥권 인식확산과 안정대책이 맞물리게
되면 지금과 같은 심한 침체는 벗어날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주택시장 외적인 요인을 감안할때 빠른 시일내에 활성화되기는
어렵다고 여겨진다.

소득증가 전세값상승은 주택수요를 증가시키지만 이러한 현상은 지역이나
주택유형에 따라 한정된 범위내에서 나타날 것이다.

전반적으로 볼때 금년하반기 이후 수도권의 주택시장은 활기를 띠겠으나
지방의 주택경기가 침체를 벗어나려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지방에 누적된 미분양주택이 12만호나 되며 당분간 미분양문제가 해결될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결국 금년 하반기의 주택시장은 수도권과 지방으로 분리해서 생각해야
한다.

수도권에서는 더 이상 집값이 하락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지방의 경우 집값이 오를 가능성은 별로 없다.

한편 전세값은 사람들의 주택가격안정에 따른 주거선호 패턴변화로
오름세가 이어질 것이다.

그러나 일부지역에서는 이미 전세값이 집값의 50~60%까지 올랐기
때문에 전세값도 지난 2,3년처럼 크게 오르지는 않을 것이다.

만약 전세값이 집값의 60~70%를 상회한다면 집을 구입하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유리하다.

물론 이는 투자수익성이 있는 중.대형아파트에 해당되며 소형주택의
경우는 그렇지 않을수도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