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은행 경영권의 발상전환 .. 박상용 <연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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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용 <연세대 교수.경영학>
정부는 증권부문에 대한 획기적인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판 "빅뱅(Big Bang)"이라고 불릴 정도로 혁신적인 증권부문
제도개편의 기조는 "관치"에서 "자율과 책임"으로 전환하겠다는 증권당국의
의지를 반영하고 있으며, 증권회사와 상장회사에는 양의 경영에서 질의
경영으로의 전환을 유인하는 것이다.
실로 30년 묵은 증시의 체증이 일시에 해소되는 느낌이다.
그러나 증권부문에서 시작되고 있는 빅뱅을 지켜보면서 은행산업의
경우에도 증권산업의 경우처럼 획기적인 발상을 전환하여 접근할 수는
없을까 하는 의문을 품어 본다.
왜냐하면 자유화가 추진되고 경쟁도 격화되고 있지만 은행산업의
근본적인 경쟁력 향상은 요원해 보이기 때문이다.
먼저 은행산업의 실상을 보자.
우선 막대한 부실채권과 무모한 주식투자 때문에 능력이상의 위험을
취하고 있다.
여신금리가 자유화되었지만 여신심사능력이 없으므로 자금운용에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금리규제는 거의 철폐되었기 때문에 수익성 위주로 가야 한다고
믿고는 있지만, 아직도 은행장이 아침에 출근하면 전일의 수신고를
제일 먼저 체크할 정도로 골병 드는 계수경쟁을 계속하고 있다.
주식시장의 침체와 주식공급물량의 과다로 증자를 하기가 어렵고
BIS(국제경쟁은행)의 최소자기자본 의무비율이 은행의 목을 조르고
있는 상황에서도 수신규모로 행력을 키우는 거품경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은행마다 경영혁신을 추진하고 장기비전을 선포하고 있지만 우선 생존
자체를 위협받고 있는 은행들마저도 "21세기 초일류 종합금융그룹"을 외치고
있을 정도로 상황판단에 어둡다.
어정쩡한 은행장 추천위원회제도 아래서 선출된 은행장이 전횡을
한다는 비판론이 있는가 하면, 아직도 소신경영을 할 수 있는 여건은
조성되지 못했다는 동정론도 있다.
소유한도에 대한 예외규정이 많고 복잡하여 재벌이 은행을 지배할
수 있는 것인지 아닌지를 분간하기도 어렵다.
금융산업의 중추적인 금융기관인 은행이 왜 이러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가.
은행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하여 금리규제를 거의 철폐하고 내부경영에
대한 규제와 간섭을 사실상 상당부분 제거하여 왔는데도 불구하고 왜 이처럼
심각한 문제들이 난마처럼 얽혀 있는가.
그 이유는 한마디로 새로운 금융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은행경영 시스템의
하부구조가 바뀌지 못했기 때문이다.
경영 시스템 하부구조의 핵심은 경영권 구조이다.
그런데 많은 규제완화에도 불구하고 정작 가장 핵심적인 경영권에
있어서는 자율경영도 관치경영도 아닌 어정쩡한 공백의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그 이유는 가장 중요한 경영권 문제에 있어서 정부가 논리적 모순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논리는 "은행에도 주인이 있어야 효율성을 높일수 있다.
그러나 산업재벌이 은행을 지배하도록 허용할 수는 없다.
그러므로 전문경영체제를 유지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책임을 질수 없는 전문경영인이 지나치게 권한을 갖는 것은
위험하다.
따라서 은행에 완전한 자율권을 줄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 결과 1980년대 초에 시중은행이 민영화된 이후에도 은행장의
재직기간이 평균 3년에도 못 미치고, 최근에는 은행장 3연임 불가라는
해괴한 묵시적 규제마저 등장했다.
은행의 장기적인 경영권이 사실상 공백상태에 놓여 있으므로 은행의
환경이 크게 변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빗발치는 질책과 수모에도
불구하고 은행들이 장기보다는 단기, 질보다는 양, 변화보다는 무사안일을
더 중시하는 경영행태를 지속하고 있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귀결이라고
할수 있다.
은행의 내실경영 장기경영 변신경영이 가능하려면 효율과 경영권의
관계에 대한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우선 정부는 "주인=효율"의 등식으로부터 주인의 존재가 효율성에
필수적이라는 논리적 비약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 다음에는 주인이 아닌 전문경영인도 주인의식을 갖고 자율과
책임하에 효율적인 경영을 할수 있도록 만드는 은행 경영 시스템의
하부구조 구축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발상의 전환 아래 경영성과에 대한 평가및 보상체제에 일대
개혁이 이루어져야 한다.
예컨대 장기적인 주가상승에 따라서 보상을 하는 스톡옵션제를
도입하여 은행의 최고경영진이 주인은 아니지만 주인의식을 갖고
내실경영을 하도록 강력한 동기를 부여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기관투자가를 포함하는 대주주가 선임하는 사외이사들에
의해서 부실경영이나 경영진의 전횡을 감독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하부구조를 마련함으로써 전문경영인에 의한 책임경영체제를
정착시킨다면 정부가 후진적인 "주인=효율"의 논리에서 벗어날 수 있고
은행의 경영권에 개입할 하등의 이유도 없게 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18일자).
정부는 증권부문에 대한 획기적인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판 "빅뱅(Big Bang)"이라고 불릴 정도로 혁신적인 증권부문
제도개편의 기조는 "관치"에서 "자율과 책임"으로 전환하겠다는 증권당국의
의지를 반영하고 있으며, 증권회사와 상장회사에는 양의 경영에서 질의
경영으로의 전환을 유인하는 것이다.
실로 30년 묵은 증시의 체증이 일시에 해소되는 느낌이다.
그러나 증권부문에서 시작되고 있는 빅뱅을 지켜보면서 은행산업의
경우에도 증권산업의 경우처럼 획기적인 발상을 전환하여 접근할 수는
없을까 하는 의문을 품어 본다.
왜냐하면 자유화가 추진되고 경쟁도 격화되고 있지만 은행산업의
근본적인 경쟁력 향상은 요원해 보이기 때문이다.
먼저 은행산업의 실상을 보자.
우선 막대한 부실채권과 무모한 주식투자 때문에 능력이상의 위험을
취하고 있다.
여신금리가 자유화되었지만 여신심사능력이 없으므로 자금운용에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금리규제는 거의 철폐되었기 때문에 수익성 위주로 가야 한다고
믿고는 있지만, 아직도 은행장이 아침에 출근하면 전일의 수신고를
제일 먼저 체크할 정도로 골병 드는 계수경쟁을 계속하고 있다.
주식시장의 침체와 주식공급물량의 과다로 증자를 하기가 어렵고
BIS(국제경쟁은행)의 최소자기자본 의무비율이 은행의 목을 조르고
있는 상황에서도 수신규모로 행력을 키우는 거품경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은행마다 경영혁신을 추진하고 장기비전을 선포하고 있지만 우선 생존
자체를 위협받고 있는 은행들마저도 "21세기 초일류 종합금융그룹"을 외치고
있을 정도로 상황판단에 어둡다.
어정쩡한 은행장 추천위원회제도 아래서 선출된 은행장이 전횡을
한다는 비판론이 있는가 하면, 아직도 소신경영을 할 수 있는 여건은
조성되지 못했다는 동정론도 있다.
소유한도에 대한 예외규정이 많고 복잡하여 재벌이 은행을 지배할
수 있는 것인지 아닌지를 분간하기도 어렵다.
금융산업의 중추적인 금융기관인 은행이 왜 이러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가.
은행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하여 금리규제를 거의 철폐하고 내부경영에
대한 규제와 간섭을 사실상 상당부분 제거하여 왔는데도 불구하고 왜 이처럼
심각한 문제들이 난마처럼 얽혀 있는가.
그 이유는 한마디로 새로운 금융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은행경영 시스템의
하부구조가 바뀌지 못했기 때문이다.
경영 시스템 하부구조의 핵심은 경영권 구조이다.
그런데 많은 규제완화에도 불구하고 정작 가장 핵심적인 경영권에
있어서는 자율경영도 관치경영도 아닌 어정쩡한 공백의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그 이유는 가장 중요한 경영권 문제에 있어서 정부가 논리적 모순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논리는 "은행에도 주인이 있어야 효율성을 높일수 있다.
그러나 산업재벌이 은행을 지배하도록 허용할 수는 없다.
그러므로 전문경영체제를 유지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책임을 질수 없는 전문경영인이 지나치게 권한을 갖는 것은
위험하다.
따라서 은행에 완전한 자율권을 줄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 결과 1980년대 초에 시중은행이 민영화된 이후에도 은행장의
재직기간이 평균 3년에도 못 미치고, 최근에는 은행장 3연임 불가라는
해괴한 묵시적 규제마저 등장했다.
은행의 장기적인 경영권이 사실상 공백상태에 놓여 있으므로 은행의
환경이 크게 변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빗발치는 질책과 수모에도
불구하고 은행들이 장기보다는 단기, 질보다는 양, 변화보다는 무사안일을
더 중시하는 경영행태를 지속하고 있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귀결이라고
할수 있다.
은행의 내실경영 장기경영 변신경영이 가능하려면 효율과 경영권의
관계에 대한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우선 정부는 "주인=효율"의 등식으로부터 주인의 존재가 효율성에
필수적이라는 논리적 비약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 다음에는 주인이 아닌 전문경영인도 주인의식을 갖고 자율과
책임하에 효율적인 경영을 할수 있도록 만드는 은행 경영 시스템의
하부구조 구축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발상의 전환 아래 경영성과에 대한 평가및 보상체제에 일대
개혁이 이루어져야 한다.
예컨대 장기적인 주가상승에 따라서 보상을 하는 스톡옵션제를
도입하여 은행의 최고경영진이 주인은 아니지만 주인의식을 갖고
내실경영을 하도록 강력한 동기를 부여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기관투자가를 포함하는 대주주가 선임하는 사외이사들에
의해서 부실경영이나 경영진의 전횡을 감독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하부구조를 마련함으로써 전문경영인에 의한 책임경영체제를
정착시킨다면 정부가 후진적인 "주인=효율"의 논리에서 벗어날 수 있고
은행의 경영권에 개입할 하등의 이유도 없게 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