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을 벗어야 효과가 있다면 옷을 벗겠지만 다른 마음을 품으시면
안 됩니다"

언홍이 일부러 애처로운 표정을 지어보이며 의원을 내려다 보았다.

"그럼요.

상담을 받으러 온 손님에게 의원이 다른 마음을 품어서는 안 되지요.

다만 치료의 효과를 위해서 그러라는 말이지요"

언홍이 어느새 옷을 벗고 있었다.

잠시 후 언홍이 알몸이 되자 의원은 감탄의 눈빛을 보내며 가만히
한숨을 쉬었다.

이렇게 탐스러운 몸매를 가진 여자를 바로 옆에 두고도 그 몸속으로
들어가지 못하는 남자는 얼마나 안타까울 것인가.

"자, 이번에는 관원이라는 혈을 눌러보시오.

여기가 바로 관원혈인데 이 혈은 너무 세게 누른다든지 하면 울혈이
생기기 쉬우니 살짝 누르면서 아주 부드럽게 문질러주시오"

의원의 손은 자기 배꼽 아래를 가리키고 있었다.

"이 관원은 성기능과 관련 있는 임맥을 관할하는 혈로서 정력을
증강시키는 경혈들 중에서 첫째로 꼽히지요"

언홍은 사타구니를 가리기 위하여 무릎을 꿇은 자세로 의원이 가리키고
있는 부분을 조심스럽게 엄지로 누르면서 문질렀다.

"그리고 조금 더 밑으로 내려와 치골을 손가락들을 펴서 문질러 주세요"

치골을 문지르려면 부득이 불거웃을 건드려야만 하였다.

이왕 여기까지 왔는데 불거웃 때문에 물러설 수는 없었다.

검은 털이 무성히 나 있는 그 부분에 손을 갖다 대니 딱딱한 치골이
느껴졌다.

그곳을 누르면서 천천히 문지르자 의원의 물건이 이제는 억센 힘으로
똑바로 서고 말았다.

관원 지압과 치골 문지르기가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친 모양이었다.

하지만 이 모든 방법이 가사 대감에게도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
아닐수 없었다.

그 다음 의원은 무릎뼈 바로 아래에 있는 음곡과 복숭아뼈 조금 위에
있는 삼음교, 등쪽 중간 쯤에 자리잡은 신수혈 등 정력 보강에 좋다는
경혈들을 몇 개 더 가르쳐준 후에 실습을 끝냈다.

의원은 고맙게도 언홍을 건드리지 않겠다는 자신의 약속을 지켜주었다.

언홍은 집으로 돌아와 의원이 가르쳐준 대로 가사의 몸을 밤마다
지압하고 문지르고 하였다.

특히 용천에서 시작하여 쇄골 바로 밑 유부에서 끝나는 신경의
경혈들을 열심히 자극하자 열흘쯤 후에야 그 효력이 정말 나타나기
시작했다.

언홍의 눈 앞에서 가사의 물건이 의원의 그것처럼 무섭게 일어나는
것이 아닌가.

얼마나 기다리고 기다리던 일이었던가.

그 순간, 언홍의 눈 앞에는 시기심에 불타는 형부인의 얼굴이 어른거렸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