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충전이 가능한 2차전지 시장의 주도권은 니켈카드뮴전지가 쥐고
있으며 최근 니켈수소전지가 이를 대체해 가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들 전지는 중금속 폐기물을 발생해 공해문제를 일으키거나(니켈
카드뮴 전지) 순간적으로 높은 전류가 필요한 전기자동차에 사용하기에는
성능 등에서 한계가 있다(니켈수소 전지).

따라서 이보다 성능이 우수한 리튬이온 또는 리튬플리머전지 개발에 세계
주요 선진국들이 뛰어 들고 있다.

일본은 이미 리튬이온전지 개발에 성공해 전지 무게 1kg당 110~120Wh의
성능을 지닌 제품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이 제품은 액체전해질형이어서 전기자동차에 적용할 경우 폭발 등
안전성 문제가 뒤따르며 제조비용이 많이 들고 대형 전지로 만들기 어려운
단점을 지니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은 리튬이온전지 개발보다는 바로 리튬플리머전지 개발에
나서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는 모토롤라 벨코어 미국전신전화회사 등이 정부 지원 아래
4,500만달러(약 3,600억원)를 들여 리튬플리머전지 개발에 나섰다.

모토롤라는 100억원 가량을 투입해 휴대전화 등 무선전화기용 2차전지를
개발중이며 발렌스 테크놀로지는 50mAh급 리튬플리머전지 시험공장을 갖고
있다.

캐나다도 100Wh급의 리튬플리머 시제품을 개발했으며 98년까지 40kwh급의
전기자동차용 전지 개발을 목표로 연구중이다.

일본은 이미 6년전에 얇은 형태의 1차(충전이 안되는)리튬플리머전지를
개발한데 이어 현재 리튬플리머 2차전지를 개발중에 있으며 내년 봄부터는
0.2mm의 초박형 전지를 양산할 예정이다.

오는 2000년대 전지 시장을 석권할 고성능 리튬플리머 2차전지를 상품화
하기 위한 연구개발이 국내에서도 한국과학기술원 한국전기연구소
한국전자통신연구소 등을 중심으로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은 92년부터 리튬플리머전지 개발에 착수해 올해안으로
실험실 수준에서 전지 1kg당 120Wh의 성능을 지닌 전지를 개발한다는 계획
이다.

과기연은 충분한 전지수명 등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아 상용화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전기연구소는 지난 91년부터 (주)서통과 함께 벌여온 리튬이온전지
연구성과를 바탕으로 94년부터 리튬플리머전지 개발에 나서고 있다.

올들어서는 삼성화학중앙연구소와 공동으로 전지전압 3~4볼트급,
에너지밀도 120Wh/kg, 전지수명 1,000회의 리튬플리머전지를 98년까지 개발
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처럼 각국이 리튬플리머전지 개발을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아직
리튬플리머전지를 상품화하는데 성공한 국가는 한 곳도 없다.

21세기에 휴대전화 노트북PC 전기자동차에 필수적으로 쓰일 것으로 예상
되는 고성능 전지 리튬플리머.

어느 나라가 먼저 더 좋은 성능과 품질로 상용화될 수 있는 제품을 개발
하느냐는 "제2의 반도체"라는 2차전지산업 주도권의 향방을 가늠할 수 있는
척도가 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