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머니" "전자 화폐" 등으로 불리는 각종 첨단 화폐가 속속 등장,
인간 사회와 역사를 같이 해 온 기존 화폐(현금)를 밀어내고 있다.

플라스틱 카드 한장만 있으면 버스 지하철 비행기 등의 교통요금을 지급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은행에 갈 필요 없이 집에 있는 컴퓨터로 돈을 빼내
카드에 돈을 입금시킬 수 있는 시대가 오고 있는 것.

전자화폐는 번거롭게 지갑에 돈을 넣고다닐 필요 없이 명함 크기의 카드
한 장으로 쇼핑은 물론 각종 신용거래를 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 첨단 기능의 화폐는 반도체 칩이 내장된 카드로 현찰을 내는 것처럼
물건을 사거나 음식을 사먹고 난 뒤 컴퓨터 시스템에 의해 자동 결제하는
기능을 갖는다.

가게에 설치돼 있는 판독기에 전자화폐를 넣고 비밀번호를 입력하면
자동적으로 가게의 판독기로 현금이 옮겨 간다.

개인끼리 현금을 거래할 때도 서로 상대방의 전자지갑에 카드를 넣고 빼면
돈이 오간다.

전자현금이 통용되면 막대한 화폐 제작비용을 줄일 수 있게 된다.

현금을 수송하고 보관하느라 드는 비용도 필요 없게 된다.

또 분실이나 도난 우려도 없다.

국내에서는 롯데 신세계 등 일부 대형 백화점에서 작년 8월부터 전자지갑
카드를 도입, 전 점포에서 통용시키고 있다.

이 전자지갑 카드는 물품 구입후 현금이나 수표 대신 결제하는 신용카드
및 예금통장 기능과 고객이 언제 무슨 물품을 구입했는지 등의 거래 내용을
파악할 수 있게 해 준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현재 하루 30명 정도가 이 전자지갑을 사용하고
있다"며 "이용자 수가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전자화폐는 이미 구미에서 폭 넓게 사용되고 있다.

영국의 경우 "몬덱스"라는 이름의 전자화폐가 도입돼 은행에 예치된
계좌에서 은행측의 간섭 없이 고객이 특별히 제작된 전화를 통해 직접 돈을
인출하거나 이체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벨기에에서도 "프로통"이라는 이름의 전자화폐가 유통되고 있다.

반복적으로 자금 보충을 할 수 있도록 된 일종의 선불 카드로 가맹점은
물론 <>버스나 지하철을 비롯한 대중교통 수단 <>자동 판매기 <>공중 전화기
등에서 소액 대금을 지급하는데 간편하게 사용되고 있다.

전자화폐 바람을 몰고 오는데 기여한 주역은 역시 인터넷이다.

컴퓨터 통신망을 통해 상품을 팔고 사는 전자 매장이 속속 개설되고 있는
것.

대표적인 것이 지난 94년 말 등장한 "코머스 넷"이라는 상업 통신망이다.

이 상업망에서는 현재 수만개의 회사들이 컴퓨터 네트워크에 형성된
"온 라인 매장"을 통해 자신들의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금융경제 전문가들은 인터넷을 이용한 전자화폐 거래 규모가 오는 2000년께
총 물품 구매의 5%를 넘어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