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근 <삼성전자 기술총괄 기술기획그룹 차장>

현재 컴퓨터산업, 통신산업, 방송및 정보서비스 분야 등 광범위한
영역에 걸쳐 아날로그에서 디지털기술로 변화하는 과정에 있고, 디지털화의
진행으로 산업간 융합현상과 함께 멀티미디어산업이 태동하여 발전하고
있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가지는 차이만큼이나 기술이 가져온 변화 또한
크며, 디지털화가 진행될수록 변화는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디지털이라는 말은 우선 숫자로 표시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어원을 보면 digital의 어간인 digit는 원래 손가락을 의미하는
명사이다.

손가락이라는 뜻은 열손가락으로 헤아릴수 있는 숫자를 의미하게
됐고 이것이 발전하여 0, 1, 2, 3, 4...9라는 아라비아 숫자 그 자체를
의미하게 됐다.

따라서 디지털이란 간단히 정의하면 어떤 양을 표시하기 위해 그 양에
해당하는 숫자로 표시하는 방식을 말한다.

이에 반해 아날로그는 어떤 양을 표시하기 위해 그 양에 대응하는
어떤 연속적인 물리량으로 표시하는 방식을 말한다.

디지털 값은 사전에 정의된 값이 있지만 아날로그는 있는 그대로
반영한다.

예를 들어 일상에서 우리가 오감으로 느끼는 자연현상은 대부분
연속적으로 일어나고 있으며 이런 의미에서는 아날로그적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디지털은 0 또는 LOW 상태는 OFF 또는 거짓의 상태를 나타내고
1 또는 HIGH로 표시하는 신호는 ON 또는 참의 상태를 나타내기로 정의돼
있어 이들 수의 조합에 의해 일정한 의미를 전하는 신호체계를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사전적 의미로 둘의 차이를 이해하는 것은 쉽지 않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응용되는 방식을 이해해보기로 하자.

아날로그 신호는 특정화해서 사용한다.

이 신호는 레코드판의 파인 홈이나 비디오카세트의 나선형 프린트처럼
음향이나 영상 또는 기록신호를 신호내용의 형태나 시간, 성격을 있는
그대로 묘사한다.

그래서 아날로그 신호는 보통 기록한 것과 같은 속도로 보내지고
재생되게 돼있다.

아날로그는 고정된 방식의 신호재생이므로 수신자는 송신자의 방식에
따르는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VTR는 TV방송국의 방식을 그대로 채택함으로써만 TV와 통할
수 있다.

아날로그 신호는 모두가 서로 다른 체계에서 움직이므로 편집이나 조작이
불가능하다.

반면 디지털 신호는 모두 동질적인 비트나 바이트로서 ON, OFF부호
체계가 같기때문에 상호호환성이 풍부하다.

예를 들어 디지털TV에서는 방송국은 화상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화상에 관한 정보를 보낸다.

이 정보를 풀어 영상을 형성하고 제어및 저장하는 기능은 방송국이
아니라 텔레비전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저장이나 압축, 오류교정, 편집 또는 조작이 쉽게 이루어질
수 있다.

아날로그는 송신자가 보내주는 대로 수신해야 하므로 송신자가 적고
수신자가 많은 세계에서는 적절한 매개수단이 되지만, 디지털은 수신자가
제어를 할 수 있으므로 송신자 수신자가 많은 세계에 적합한 것이다.

현대사회에서 디지털기술이 정보혁명을 일으키고 멀티미디어를 가능케
하는 것은 바로 이런 디지털 기술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