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일조권 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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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이트는 인간이 생의 본능인 "에로스"와 죽음의 본능인 "타나토스"를
원래부터 타고난다고 생각했다.
그는 이 죽음의 본능이 극단적으로 내향화하면 자살에까지 이르게
되고, 반대로 극단적으로 외향화하면 살인으로 나타난다고 보았다.
그리고 이 죽음의 본능인 공격적 에너지가 쌓여서 문제를 일으키지
않게 하려면 어떤 방법으로든지 밖으로 분출시켜야 한다고 믿었다.
그는 이것이 그릇 속의 물의 압력이 증가되는 것과 비슷하다고 해서
"수압설"이라고 이름붙였다.
프로이트처럼 인간의 공격성이 본능이라고 믿는 학자들이 최근 부쩍
늘어나 안토니 스토어 같은 심리학자는 "인간이 짐승같다고 말하는 것은
인간 아닌 다른 동물 (짐승)들을 모욕하는 일"이라는 말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
서울에서는 최근 주택 재건축 과정에서 일조권과 사생활을 침해했다고
7년동안 다투어 오던 이웃간 감정싸움이 살인으로까지 비화한 사건이
발생했다.
실직을 비관해오던 20대 청년이 저지른 범행이다.
"사람을 죽이고 싶었다"는 것이 일을 저지른 청년의 진술이었다고 한다.
한국인의 햇볕을 중시하는 생각은 예부터 유별나서 묏자리는 햇볕이
잘 드는 것이 우선이고 집도 동남쪽 대문에 남향집이라야 으뜸으로 친다.
그러나 무한하게 내리쬐는 햇볕이 건축상의 시빗거리가 되어 "일조권"이
거론되기 시작한 것은 산업화 도시화가 시작된 이후다.
아무리 토담 넘어로 콩죽 팥죽 넘겨먹던 농경시대의 "이웃사촌의 정"은
사라졌다 해도 이웃사람까지 죽이는 공격성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막막하다.
그것도 햇볕 때문이라니 말이다.
카뮈의 "이방인"이라는 유명한 소설이 있다.
평범한 월급쟁이 뫼르소는 어머니가 죽은 다음 날 여자 친구와 해수욕도
하고 희극 영화를 보고 웃어대고는 하룻밤을 같이 지낸다.
어느날 그는 바닷가에서 친구와 말다툼을 하고있던 아라비아인을
권총으로 사살한다.
체포되어 재판에 회부되지만 왜 죽였느냐는 재판관의 질문에 그는
"태양때문"이라고 대답한다.
판결은 사형이었고 결국 그는 재판도 세상도 얼마나 부조리하고
우수꽝스러운 것인가를 느끼며 고독한 이방인으로서 사형집행을 기다린다는
것이 소설 "이방인"의 내용이다.
여기서 일상적인 논리적 일관성을 잃어버린 인간을 그린 "이방인"을
들먹이는 까닭은 요즘 우리사회의 갖가지 부조리가 인간의 공격행동을
점화시키는 "좌절"을 초래하는 것 같다는 생각에서다.
과연 인간의 공격성은 본능일까.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11일자).
원래부터 타고난다고 생각했다.
그는 이 죽음의 본능이 극단적으로 내향화하면 자살에까지 이르게
되고, 반대로 극단적으로 외향화하면 살인으로 나타난다고 보았다.
그리고 이 죽음의 본능인 공격적 에너지가 쌓여서 문제를 일으키지
않게 하려면 어떤 방법으로든지 밖으로 분출시켜야 한다고 믿었다.
그는 이것이 그릇 속의 물의 압력이 증가되는 것과 비슷하다고 해서
"수압설"이라고 이름붙였다.
프로이트처럼 인간의 공격성이 본능이라고 믿는 학자들이 최근 부쩍
늘어나 안토니 스토어 같은 심리학자는 "인간이 짐승같다고 말하는 것은
인간 아닌 다른 동물 (짐승)들을 모욕하는 일"이라는 말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
서울에서는 최근 주택 재건축 과정에서 일조권과 사생활을 침해했다고
7년동안 다투어 오던 이웃간 감정싸움이 살인으로까지 비화한 사건이
발생했다.
실직을 비관해오던 20대 청년이 저지른 범행이다.
"사람을 죽이고 싶었다"는 것이 일을 저지른 청년의 진술이었다고 한다.
한국인의 햇볕을 중시하는 생각은 예부터 유별나서 묏자리는 햇볕이
잘 드는 것이 우선이고 집도 동남쪽 대문에 남향집이라야 으뜸으로 친다.
그러나 무한하게 내리쬐는 햇볕이 건축상의 시빗거리가 되어 "일조권"이
거론되기 시작한 것은 산업화 도시화가 시작된 이후다.
아무리 토담 넘어로 콩죽 팥죽 넘겨먹던 농경시대의 "이웃사촌의 정"은
사라졌다 해도 이웃사람까지 죽이는 공격성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막막하다.
그것도 햇볕 때문이라니 말이다.
카뮈의 "이방인"이라는 유명한 소설이 있다.
평범한 월급쟁이 뫼르소는 어머니가 죽은 다음 날 여자 친구와 해수욕도
하고 희극 영화를 보고 웃어대고는 하룻밤을 같이 지낸다.
어느날 그는 바닷가에서 친구와 말다툼을 하고있던 아라비아인을
권총으로 사살한다.
체포되어 재판에 회부되지만 왜 죽였느냐는 재판관의 질문에 그는
"태양때문"이라고 대답한다.
판결은 사형이었고 결국 그는 재판도 세상도 얼마나 부조리하고
우수꽝스러운 것인가를 느끼며 고독한 이방인으로서 사형집행을 기다린다는
것이 소설 "이방인"의 내용이다.
여기서 일상적인 논리적 일관성을 잃어버린 인간을 그린 "이방인"을
들먹이는 까닭은 요즘 우리사회의 갖가지 부조리가 인간의 공격행동을
점화시키는 "좌절"을 초래하는 것 같다는 생각에서다.
과연 인간의 공격성은 본능일까.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