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시족 박보영씨(27).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주)송우정보 컴퓨터프로그래머로 일하는 그의
하루는 온통 컴퓨터와의 씨름으로 점철된다.

아침 8시30분 출근해 팀작업으로 이루어지는 각종 프로그램개발에
매달리다보면 퇴근시간인 오후 6시30분을 넘기기 일쑤다.

또 몇개월씩 계속되는 대형 프로젝트의 마감시한이 임박한 날에는
밤샘작업도 마다않는다.

그러나 그는 행복하다.

전문직을 가졌다는 자부심과 함께 스스로가 일에 대한 재미를 느끼고
또 남다른 열정을 갖고 있다고 자신하는 까닭이다.

92년 명지대 전자계산학과를 나온 박씨는 졸업과 동시에 별다른
어려움없이 지금의 직장에 취직했다.

20명의 여자 동기생들도 대부분 그처럼 일반기업체및 금융권 전산실이나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에서 일하고 있다.

동년배의 대기업 일반사원과 비슷한 수준의 보수를 받고 있다는 그는
보수의 많고 적음을 떠나 컴퓨터 관련직종이 안정적인 전문직이라는 점에서
관심과 열정만 있다면 평생직업으로 충분히 고려해 볼만하다고 밝혔다.

또 육아및 가사문제로 인해 일반사무직종에 근무하는 상당수의 여성들이
결혼후 회사를 그만두면 재취업하기가 어렵지만 컴퓨터관련직종의 경우
그 특성상 프리랜서로 활동할 수도 있다는 점도 큰 매력이라고.

한국여성개발원의 "한국여성의 취업경력"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여성들의
연령및 계층별 취업자 비율을 나타내는 연령.취업률곡선이 M자형으로
여성들의 취업활동은 생애주기에 매우 민감한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20세를 전후로 정점을 이루며 이후 점점 줄어 26~30세에 최저취업률을
보인뒤 다시 40대후반에 정점으로 올라간다는 것.

이에따라 직장을 그만둔 경우에도 일하려는 의지만 있다면 재택근무등의
방식을 통해 얼마든지 일을 지속할 수 있고, 또 지속적으로 인력수요가
늘어나는 성장산업이라는 점에서 컴퓨터관련직종에 대한 여성유휴인력의
관심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컴퓨터관련직종에 취업하기 위해서는 두가지 방법이 있다.

전문대나 일반대학 전산관련학과등 정규과정을 마치거나 특정분야를
가르치는 컴퓨터학원강좌를 수료하는 방법이 바로 그것.

특히 단기과정인 전문학원은 고졸자나 컴퓨터 비전공자라도 배우겠다는
열의만 있으면 충분히 도전해 볼만하다.

또 대부분의 이들 교육기관이 소정의 과정을 수료한 사람들에게 취업을
알선하고 있기 때문에 직장을 구하는데는 별다른 어려움이 없는 편이다.

그리고 직장생활을 통해 충분한 경험을 쌓는다면 프리랜서로 독립할
수도 있다.

컴퓨터관련직종 가운데 보편적인 일의 하나가 바로 컴퓨터편집
(DTP : Desk Top Publishing).

컴퓨터로 문자 그림 로고 사진등을 편집, 완성된 형태로 제작하는 것으로
편집프로그램 사용법등을 잘 알아야 한다.

편집대행사등의 취업은 물론 일거리를 받아 아르바이트 형식으로
일하기도 쉬운 편이다.

이에반해 CAD나 그래픽은 미술에 소질이 필요한 분야.

능숙한 컴퓨터 조작과 함께 디자인 감각이 필요하지만 소정의 과정을
수료하면 쉽게 직장을 구할 수 있다.

또 만화영화나 CD롬타이틀등에 사용되는 각종 동화상을 컴퓨터그래픽으로
제작하는 애니메이션분야도 고수익이 보장되는 인기직종으로 꼽힌다.

이들 직종의 보수는 분야와 경력에 따라 많은 차이가 나지만 초보자의
경우 대략 80만~100만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여성정보인협회 이기호회장(이화여대 공대학장)은 "최근 몇년사이
각대학 정보관련학과가 잇달아 개설되면서 컴퓨터관련직종에 종사하는
여성인력이 급증하고 있다"며 "결혼후 육아및 가사문제로 인해 이들
인력의 전문지식이 사장되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컴퓨터관련직종에 종사하는 1만여 여성인력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한 이회장은 필요할 경우 여성정보인력의 데이터베이스를 공유토록
할 계획이라고.

<김수진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