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신규 등록이 자유화된 87년 이후 신생 출판사가 급증, 95년말
현재 출판사수는 1만1천5백71개사에 이르고 있으나 이중 77.9%인
9천14개사가 일년에 단 한권의 책도 발행하지 못하고 있어 우리나라
출판산업의 구조적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대한출판문화협회 (회장 나춘호)가 최근 내놓은 ""96 한국출판연감"에
따르면우리나라 출판사수는 72년 1천7백78개 수준에서 82년 2천1백70개,
88년 4천3백97개, 90년 5천6백84개, 94년 1만3백25개로 지난 10여년간
급격하게 늘어났으나 82년 15.6% 수준이었던 무실적 출판사의 비율이
90년대 들어 60%대를 넘어서 결과적으로 해마다 무실적 출판사만 양산해온
셈이 됐다.

도서발행 실적별 출판사수 추이를 보면 82년의 경우 일년에 51종이상의
책을 발행한 출판사수는 전체 출판사의 5.7%인 1백13개사로 결국 전체
출판량의 50% 정도를 점유했으나 지난해의 경우 같은 실적을 유지한
출판사수는 전체 출판사의 0.9%인 1백13개사에 불과했다.

이같이 출판사가 늘어나고 그에 비례해 출판량도 늘어나 외형적으로는
우리나라 출판산업이 크게 발전하고 있는 것같이 보이나 실제로는
"속빈 강정"처럼 질적 수준의 향상을 가져오지 못하고 있는 것은
출판사의 소유형태 및 경영구조가 대부분 소규모자본의 영세기업이기
때문.

소자본과 적은 인력만 갖고도 쉽게 출판사를 설립할 수 있는 여건아래
베스트셀러를 꿈꾸며 투기성으로 출판사를 경영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때문에 출판사는 늘어도 정작 제대로 된 책을 내는 출판사는 얼마 되지
않는 것이다.

출판산업의 편중화 현상은 서울과 지방에서도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지방자치시대가 열렸다지만 출판사가 모두 서울에 집중되어 있고 이같은
경향은 갈수록 더욱 심화되고 있는 것.

현재 서울에 소재한 출판사수는 8천8백69개로 전체 출판사의 76.6%에
달하는데 출판량으로 보면 격차는 더욱 심해 서울과 지방의 비율이
98:2이다.

서울에서는 지난해 2만5천8백83종의 책 1억4천1백13만5천5백8권이
발행됐으나 지방출판량은 종수의 경우 1천5백24종, 부수는 3백4만8천99권에
그쳐 심한 서울 편중을 드러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