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한번은 보내야 개학후 기가 죽지 않는다"

"승용차와 냉장고부터 세계화하자"

여름방학을 앞두고 초.중.고교생을 둔 중산층 가정마다 자녀와의 동반
해외여행비를 염출하기 위해 신용대출을 받은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외국제승용차를 타거나 외제대형가전제품을 구입하는 행위도 더이상
호기심의 대상이 되지 않고 있다.

일부 상류층주부들은 파리등 해외 유명백화점의 하계바겐세일 기간을
맞춰 소핑및 휴가관광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경기가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는데도 한번 높아진 소비수준은 좀처럼
낮아질줄 모르고 있다.

현재 전반적인 지표만을 놓고 분석하면 민간소비가 전체적으로 안정성장세
를 보이고 있다.

지난 1/4분기중 민간소비증가율은 7.5%로 같은 기간중 경제성장률(7.9%)에
미치지 못했다.

지난 2/4분기중 민간소비증가율도 동기간의 경제성장률 추정치 7.3~7.5%를
넘어서지는 않을 것(LG경제연구소)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러나 올해들어 경제성장률과 소비증가율과의 격차가 줄어들거나 거의
차이가 없게 됐다는 점에서 향후 과소비가 당분간 우리경제의 숙제가 될 수
밖에 없다.

각론에 들어가면 문제의 심각성을 쉽게 알수 있다.

무엇보다도 소비재수입증가율이 국내민간소비 증가율을 큰폭으로 앞서고
있다.

국산소비재의 소비지출은 지난 94년이후 줄곳 7% 증가율을 유지하는데
비해 소비재수입증가율은 24.6%(94년) 27.8%(95년) 25.1%(96년 1/4분기)등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가구 냉장고 위스키 운동화등 국산제품 소비가 감소세로
전환된 반면 동종 외제품목은 올들어서도 21.5%(냉장고)에서 61.6%(운동화)
의 높은 증가율을 이어가고 있다.

소득수준이 높아가면서 좀더 고급품을 찾는 경향은 당연하다.

문제는 그 정도가 너무 심하다는데 있다.

지난 95년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1만76달러였다.

일본이 1만불 고지를 넘어선 시기는 지난 84년(1만555달러).

당시에 일본의 1인당 소비재 수입은 49달러40센트, 1인당 내구소비재
수입은 22달러70센트였다.

지난해 한국의 경우 이수치가 각각 1백65달러40센트, 1백11달러30센트였다.

한국의 소비재수입및 내구소비재 수입규모가 각각 일본의 3.4배 4.9배에
달한 셈이다.

외국에 나가 쓰는 비용이 좀처럼 증가세를 멎추지 않을 것 같다는 점도
심각하다.

지난해 내국인 출국자는 3백81만9천명으로 외국인입국자수(3백75만3천명)를
끝내 앞질렀다.

지난 94년만해도 외국인입국자가 42만6천명이 더 많았다.

신혼및 휴가용 해외여행과 골프.스키관광, 해외연수등이 세계화붐속에
보편화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관광목적으로 출국자수는 2백20만6천명으로 94년보다 28.4%
늘어나면서 여행수지적자도 11억9천만달러에 달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 5월까지 여행수지 적자가 벌써 9억3천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중 3억6천만달러를 크게 앞지르고 있다.

재경원은 올해중 여행수지 적자규모가 지난해의 2.1배인 25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외국유명브래드에 대한 높은 선호도로 로얄티 지급도 매년 큰폭으로 늘고
있다.

기술용역수지적자규모도 94년 15억6,5백만달러에서 지난해에는 20억8천
6백만달러로 38.7% 증가한데 이어 지난 1/4분기중에만 8억1천3백만달러를
기록했다.

한번 높아진 소비자들의 "입맛"은 좀처럼 내려가지 않는다.

더욱이 생산뿐만 아니라 소비도 이미 지구촌화된데다 OECD가입이 사실상
확정된 개방경제현실에서 국산품 애용운동을 펼칠 수도 없다.

공직자골프금지령이 동남아골프장에 "한국인 특수"를 일으킨 점을 보아도
해외여행 제한등의 규제책은 먹혀들지 않는 상황이다.

해외신용카드 사용을 규제하고 저축에 대한 세제지원을 늘리는 등 ''묘안''
을 짜내고 있지만 이것으로 과소비의 불을 끈다는건 기대도 못할 상황이다.

결국 해결방도는 각 경제주체의 자제외엔 달리 도리가 없다.

과도한 소비가 단순히 근로자나 가계의 차원을 넘어 국가경제 전체에
주름살을 패이게 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허리띠 졸라매기''다.

이와함께 실체도 없는 ''세계화''라는 구호로 해외에 대한 막연한 기대심리
를 부풀려 놓은 ''정책거품''도 제거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최승욱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