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양의 성의식을 대조적으로 보여주는 소설 두권이 한꺼번에 나왔다.

남녀간 성의 역할을 뒤집어 보인 "이갈리아의 딸들" (게르드
브란튼베르그 저 노옥재 외역 황금가지 간)과 중국 성애문학을 선도한
황실비록 "승니얼해" (강영수평 역 울림사 간)가 그것.

"이갈리아의 딸들"은 여성운동이 거세게 일던 70년대 미국사회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남녀의 역할이 완전히 바뀐 "이갈리아"라는 가상사회에서는 여성이
남성을 지배한다.

이 소설은 "당하는 자"인 남성의 입장에서 쓰여졌으며 유쾌한 상상력과
풍자 패러디로 가득하다.

작가의 유머감각을 따라 끊임없이 웃다가 가끔씩 정신을 차려보면
"슬퍼지는" 얘기다.

여성이 지배하는 사회에서는 섹스도 여성중심으로 이뤄진다.

모든 체위가 여성에 유리하게 바뀌며 쾌감을 얻는 방법과 동성애문제도
그들 기준에 맞춰진다.

여성에게는 희극, 남성에게는 비극으로 읽히는 이 작품은 우리사회의
가부장적 상징체계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승니얼해"는 명나라 당인이 쓴 중국 성애소설.

역대 조정에 출사한 "바람난 승려"와 여성들의 일탈을 통해 당시의
성풍속사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서역에서 온 중 담헌이 육보시를 무기로 약관의 나이에 상륜사 주지가
되고 호태후의 치맛자락을 들춰 태상황에까지 오른 얘기나 측천무후때의
풍소보에 얽힌 일화 등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 고두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