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기통신의 디지털이동전화 가입자들이 올여름 피서지에서 이동전화를
사용할 수 없는 등 전국적인 서비스가 지지부진하다.

이회사가 한국이동통신의 전국 아날로그이동전화망을 이용해 7월부터
전국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키로한 "로밍"(상호접속)이 빨라야 8월말이후에나
가능하기 때문이다.

신세기의 "017"전국서비스가 예정대로 추진되지 않고 있는 것은
경쟁사업자인 한국이동통신과의 신경전에 가까운 이해관계에서 비롯되고
있다.

한국이통은 지난 3월 신세기와 "로밍"에 관한 기본합의서를 체결했다.

현재 수도권과 대전에서만 이용이 가능한 "017"이동전화서비스를
7월부터 전국적으로 제공할 수 있도록 협조한다는 내용이었다.

신세기는 이에따라 한국이통이 사용하고 있는 LG정보통신의 디지털
이동전화교환기를 구매, 연동시킴으로써 전국적인 이동전화서비스가
가능토록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신세기의 이같은 결정은 동일한 교환기를 사용하면 쉽고 빠르게 로밍할
수 있다는 점을 최대한 이용할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신세기는 LG로부터 6월말까지 교환기를 공급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으며 뒤늦게 한국이통이 사용중인 미 AT&T와 모토로라의 아날로그
교환기에 자사가 사용중인 삼성의 디지털교환기를 직접 연동시키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이를위해 삼성에 디지털과 아날로그교환기간의 연동기술을 빠른 시일내에
개발토록 의뢰했다.

그러나 삼성측이 8월초에나 이 기술개발이 완료될것이라고 밝혀 사실상
8월말까지는 로밍이 불가능할 전망이다.

이와관련 신세기측은 한국이통이 3월의 약속과는 달리 로밍을 제공할
의지가 없다고 비난하고 있다.

이회사는 6월초 양사 사장이 만나 빠른 시일내에 로밍을 제공하기로
합의했으나 한국이통이 돌연 신세기가 "무통무전"광고를 중지하지 않으면
로밍에협조할 수 없다며 태도를 바꾸었다고 주장했다.

또 한국이통이 로밍을 지연시키면서 017이동전화서비스를 전국적인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는 "반용지물"이라고 광고하는 바람에 가입자가
하루평균 30%정도 감소했다고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이에대해 한국이통은 신세기가 정말 로밍에 대한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로밍에 필요한 장비를 양사에 설치하기 위해 약 6백억원이 필요한데
이중 한국이통에 설치하는 약2백억원 상당의 장비에 대해신세기가
지불의사를 표명하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다.

또 로밍에 필요한 소프트웨어 기술을 이미 LG에 제공했기때문에 로밍을
위한 교환기공급은 신세기와 LG간의 문제일뿐이라고 일축했다.

한편 신세기는 한국이통이 사용중인 아날로그교환기를 생산한 AT&T와
모토로라사가 삼성의 디지털교환기와 연동시킬 수 있는 소프트웨어
기술을 공개하지 않아 삼성이 이를 독자개발키로 한 것도 로밍연기의
한 이유라고 지적하고 있다.

업계전문가들은 지난 3월 정보통신부의 중재로 한국이통이 마지못해
신세기통신에 로밍을 약속했으나 경쟁자라는 입장과 엄청난 비용을
고려할때 애초부터 로밍은 순탄하게 이루어질 수 없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 외국교환기 업체들에게 로밍기술제공을 기대하는 것은 더욱 어렵다고
밝히고 있다.

이들은 업체간의 이해관계로 인해 가입자가 불편을 겪을 수 밖에 없는
것이 디지털 이동전화의 현주소라고 지적했다.

<김도경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