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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집쟁이 농사꾼" 전우익(72)씨.

그는 1925년 경북 봉화군 상운면 구천리에서 태어나 지금도 고향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다.

그의 학력은 일제시대 중학교를 마친게 전부이고 사회 경력이라고 해봤자
변변한 것이 없다.

다만 광복후 ''민청''에서 청년운동을 하다가 사회안전법에 연루되어 6년남짓
징역을 살았다는 꼬리표가 있지만 이것 역시 일반인들이 보기엔 오히려
거추장스러운 삶의 나이테일수 밖에 없다.

그러나 그는 이러한 자신의 나이테를 감추거나 자랑하지 않고 묵묵히
농사를 지으며 자연과 한몸이 되어가고 있다.

이렇게 자연과 벗하며 깨달은 바를 1993년에 ''혼자만 잘살믄 무슨 재민겨''
란 한권의 소박한 책을 낸데 이어 지난해 7월에는 ''호박이 어디 공짜로
굴러 옵디까''라는 2집을 펴냈는데 독자들의 잔잔한 호응을 얻어 최근 4판을
찍었다.

이 책에서 그는 농사꾼임을 자처하며 나무이야기며 집짓는 이야기등을
들려 주는데 한마디 한마디가 오 늘의 도시인들에게 사람이 진정 어떻게
사는것이 은 도리인지를 일깨워주고 있다.

기자는 그가 진정 이 시대의 노인(덕이 높은 어른)이라는 생각에서
''서재한담''의 손님으로 모시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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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담 = 김대곤 편집기획위원 ]]

-혼자 시골에서 사시기에 불편하지는 않습니까.

<>전노인 =편리함에 맛을 들이게 되면 땅과 멀어지게 됩니다.

농경사회에서는 땅파먹고 살기 때문에 불편이고 편리하고가 없지요.

산업화되면서 자동차나 각종 문명의 이기가 생겨났고 이것들이 불편하다는
느낌을 주게 되었지요.

그런데 이게 사람의 근본을 흩트리고 자연스러움을 망가뜨리는 것
같습니다.

요즘 시골에도 입식부엌이라는 것이 확산되고 있는데 이로 인해 허리병이
더 많아졌어요.

재래식이 불편하긴 하지만 구부렸다 폈다 일어섰다 앉았다 하면서 허리
운동을 자연스럽게 해줄수 있는데 요즘은 이런게 사라져 버렸어요.

-그렇다고 문명의 이기를 굳이 회피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요.

<>전노인 =하긴 원시시대로 가는게 좋긴한데 그러자면 현대사회에서
살아가기가 힘들고 큰일이네요.

그러나 이로 인해 우리의 기본 가치관이 흔들려서는 않될 것 같습니다.

집을 지을때 벽에 바른 것이 처음엔 흙이었는데 조금 발전되었다는게
회칠하는 거고 요즘은 세멘트를 바르지요.

그러나 만져보면 촉감이 달라요.

흙은 따뜻함을 느끼게 하는 반면 회나 세멘트는 차고 딱딱해요.

편리성으 로따지자면 세멘트가 훨씬 더 좋죠.

그러나 그기엔 생기가 없고 온기가 없어요.

회나 세멘트는 어 디까지나 흙의 대용품입니다.

바가지도 박바가지가 통풍도 잘 되고 상하지 않고 오래도록 보존되는
편이지요.

프라스틱 바가지는 대용품이지요.

사람들은 진품을 보기 힘드니까 오히려 대용품에 더 가치를 부여하게 되는
우를 범하고 있어요.

사람도 사람의 진면목을 보지못하고 그사람의 옷이 나 지위등 겉의
공인되고 규격화된 것만 볼줄알아요.

그게 어디 그사람의 참모습인가요.

-요즘 나무키우는 재미에 빠져 계시다든데 나무나 자연은 속모습과
겉모습이 따로 없으니 있는 그대로 보면 되겠군요.

<>전노인 =발달린 사람이 떠나고 난 시골에서 뿌리박고 사는 나무의
고마움을 알고 정을 주고 받으며 살고 있습니다.

나무는 나의 훌륭한 스승이예요.

나무는 동서남북으로 가지를 뻗고 자라는 데 남쪽가지는 좀더 크고 길지만
춥다고 북쪽가지가 남쪽가지로 가지 않는데 사람은 편하고 잘살 겠다고
쉽사리 줄을 바꿔서지요.

나무가 남쪽가지만 있으면 제대로 자라지 못하듯이 사람사회도 밝은 쪽으로
도시로만 몰려간다면 그 도시인들 얼마나 오래갈수 있을까요.

거름성분이 많은 환경 에서 자란 나무들이 단단하기가 덜해요.

메마르고 거친 땅에서 자란 나무일수록 나이테가 쫌쫌하고 단단하고 색깔도
좋을뿐만 아니라 향기도 아주 진합니다.

대추나무와 박달나무는 나이테조차 분간할수 없을 정도이지요.

대추나무는 자갈밭에서도 잘 자라는 놈인데 봄에 이파리가 가장돋지만
그 이파리가 단단하고 반짝반짝 윤이 납니다.

사람도 마찬가지예요.

좋은 환경에서 자란 사람이 우선 겉으로는 쑥쑥 잘자라는 것 같지만 삶의
향기를 내뿜지 못해요.

소나무는 상처를 관솔로 만들고 감나무는 상처를 아름다운 무늬로 만드는데
우리도 상처에 좌절 하지 말고 보다 나은 사람 보다 나은 민족이 되어야
겠어요.



-2권을 읽어 보니까 1권의 책제목이 마음에 드시지 않았다고 하셨더군요.

<>전노인 =제목이 너무 길고 뜻도 안 맞아요.

''혼자만 잘살믄 무슨 재민겨''가 뭐요.

여러 사람과 더 불어 잘살자는 얘긴데 그러자면 먼저 혼자서도 살수 있어야
해요.

(전노인은 사람에 의존하기 보다 자연에 순응하며 자연과 정을 나누고
살줄 아는 사람이라야 진정 남들하고도 인정을 나누며 살수 있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그는 1권에서 연주회에서 독주를 잘해야 협주도 잘될수 있다는 표현을
했다)

-1권에서 전선생님의 사진을 너무 많이 썼다는 점도 불만이라고 하셨는데.

<>전노인 =옛날에 사진 찍히면 혼빠진다는 말있잖아요.

틀린 말 아니에요.

요즘 사진 찍히기 좋아하는 사람치고 정신똑바로 박힌 사람 드물지
않습디까.

자기를 내세우려고 하다보니까 남을 무시하고 심지어 안하무인격으로
되는 경우도 있습디다.

오늘날 정치적으로 사회적으로 어지러운 것은 모두들 ''도끼자루''(지도자)가
되려고만 하고 남을 가르치려고만들지 자신은 배우려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어디로 가겠습니까.

나설려고만 하지말고 조용히 배우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지난번 선거때 수입쌀 들어온다고 요란하게 떠들면서 반드시 막아내겠다고
장담하는 정치인과 도시민이 많았는데 농사를 직접짓는 입장에서 어떻게
보셨습니까.

<>전노인 =쌀이 들어오는걸 막자면 쌀농사 지으러 가야지,숱한 소리
떠들긴해도 쌀농사지으러 도시떠났단 말도, 시골왔다는 소문도 듣지
못했습니다.

다짐없는 외침이 아까운 천과 먹만 버리고,죽음이란 말(결사반대)만
두벌주검시키고 말았습니다.

외국쌀 수입보다 농부의 이농현상이 더 문제입니다.

모두들 도시로만 몰려가는데 서울이 어디 사람살데입니까.

특히 노인네들은 살기 힘 든 곳입니다.

옛날엔 산이 고려장을 하는 장소였는데 요즘은 도시의 아파트가 고려장인
것다는 생각이 문득 들어요.

-정부에선 최근 농촌인구가 급격히 줄어드는 현상과 외국쌀 수입에 대처
하기 위해 농업의 기업화 를 추진하고 있던데 어떻게 생각 하십니까.

<>전노인 =신토불이란게 뭡니까.

사람과 흙, 국토는 남남이 아니고 한몸이란 뜻 아니겠습니까.

지금은 도시화하여 사람의 아들로 태어나서 문명의 아들로 크다 보니
산천을 보지 못하는 것 같습디다.

흙을 사랑하는 마음없이 단순히 공장에서 제품을 만들어내듯 농사를
지어서 잘 될까요.


-요즘 국토개발이란 미명아래 자연생태계가 파괴되는 사례가 많은 것
같습니다.

선생님 말씀은 자연을 대상화하지 말라는 뜻이지요.

<>전노인 =섣부른 농과대학생이 할아버지보다 벼 수확이 떨어지는 수가
있는데 그것은 벼농사를 지으면서 벼와 이야기 하지 않고 책과 이야기
하기 때문이지요.

사람이나 자연이나 정성을 다해야 합니다.

흙에서 멀리 떨어지면 생명력을 잃어버리게 됩니다.

인공 인위일색으로 사는 게 발전 일까요.

인변에 위자를 쓰면 거짓 위.속일 위자가 되지 않습니까.

집은 사람이 지었기 때문에 사람이 살아야 유지 되지만 자연은 사람이
만든게 아니기 때문에 사람의 욕심을 들이대면 자연은 생명을 잃게 됩니다.

지난날엔 가축도 한식구로 생각했고 국토도 민족과 같은 차원에서 생각해
주었는데 요즘은 단지 사람을 위한 도구로만 생각하고 있습니다.

사람이 욕심을 가지고 자연을 훼손시킬때 자연으로 부터 큰 재앙을 받게
될 겁니다.

근처에 소기르는 사람이 키로수를 늘인다고 꼼짝도 못하게 하고 사료주고
병들지 못하게 주사를 계속 노아대더군요.

그런 고기가 무슨 맛이 있겠으며 그런 고기 먹은 사람이 제정신이겠어요.

요즘 비닐하우스에서 나온 채소나 과일이 보기만 좋았지 맛도 영양가도
제대로 없지 않습니까.

-어쨌거나 먹거리가 풍성해지고 아무때나 먹을 수 있게 되지 않았습니까.

<>전노인 =양적으론 풍부해졌지만 질적으론 오히려 뒤떨어졌다고 봐야지요.

요즘 사람의 평균수명이 늘어 났다고하지만 어떤 사람의 말을 들어보면
그렇지도 않은 것 같습디다.

죽는 시간은 길 어졌지만 살아있는 동안 죽은 것처럼 사는 시간이 더 많아
생사가 불분명한 사람이 많다는 거예 요.

치매도 있고 병자도 많고 미친 사람도 많고요.

그리고 풍부해졌다는게 화근입니다.

요즘 사람들 물자 아까운줄 모르고 너무 흥청 망청이예요.

개구리가 올챙이적 모르고 있는 셈이지요.

너무 많이 먹어서 탈이예요.

고기집에서 고기를 많은 먹은 만큼 병원의 환자수가 더 늘어가고 있습니다.

도살장에서 지른 가축의 비명소리만큼 병원에서 병고로 신음하는 소리가
더 늘어나게 되 어있습니다.

자연은 자꾸만 주는게 아닙니다.

즐거웠던 만큼 반드시 괴로움이 뒤따르는 법입니다.

자연은 외상이 없습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