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민간항공기가 북한영공을 통과할 수 있을까.

북한고려민항이 국제민간항공사단체인 IATA(국제항공운송협회) 가입을
추진하고 정부레벨의 국제기구인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북한비행정
보구역(FIR) 통과문제를 놓고 협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한국적기의 북한영공통과가능성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0일 외무부당국자는 "북한이 ICAO의 FIR통과요청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며 "따라서 국적기의 통과가능성은 반반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FIR통과를 허용할 경우 가만히 앉아 한푼이 아쉬운 외화를
벌어들일 수 있다는 점에 일단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항공사들은 지금까지 김포~속초~일본니가타~알래스카로 우회운항했다.

그러나 북한FIR통과가 가능할 때는 속초부근에서 바로 북한FIR로 넘어가
알래스카를 향할 수 있어 비행시간을 최고 50분가량 단축할 수 있다.

이 당국자는 "북한이 FIR 통과시 연료비절감분(편당 4백~6백달러)의 50%
가량을 지급받을 경우 관제서비스료이외에 주2백편(국적기 1백10여편포함)
에 이르는 통과항공기로부터 연간 2백만~3백만달러가량의 외화수입을 얻을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이 이런 외화수입원을 욕심낸다면 FIR통과를 허용할 것이라는 분석
이다.

그러나 북한이 여전히 남한을 인정하지 않고 있어 의도적으로 북한FIR
통과 항공기에서 우리 국적기를 배제할 가능성도 있다.

관제당국간 협의와 정부당국간 항공회담이 열려야 한다는 점도 당국간
대화를 배제하는 북한으로서는 부담스런 대목이다.

특히 북한의 군부가 민간기의 영공통과허용을 외국항공기에 의한 정탐
행위를 인정하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나설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한이 우리 국적기를 제외한 외국비행기에 대해서만 통과를
허용하더라도 이는 현실적으로 국제민간항공업계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라고 당국자는 강조했다.

이는 국내항공사의 경쟁력을 떨어뜨려 다른 외국항공사와는 불공평한
경쟁이 되기 때문이다.

기술적으로도 관제이양이 필요하기 때문에 한국이 배제된 북한FIR통과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정부는 북한이 FIR통과를 허용하더라도 민간항공기의 운항이 당장
가능하지는 않다는 입장이다.

평양관제소의 능력이 부족해 관제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고 남북한간
별도협의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당국자는 "북한이 통과허용을 전제로 관제시설 및 장비, 운영기술을
지원해 줄 것을 ICAO측에 요청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한편 북한은 지난 76년 ICAO에 가입한 이후 80년 민간항공기의 불법행위
억제관련조약, 83년 항공기 불법납치관련 조약 및 기내범죄 관련조약,
95년 2월 국제항공운송협정에 각각 가입했다.

< 허귀식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