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이봉구특파원]

18일 발표된 95회계년도 4.4분기(96.1-3월) 실질GDP(국내총생산)성장률이
연율 12.7%에 달하는 기록적인 수준을 보임에 따라 일본경제가 드디어
장기불황의 터널을 빠져 나오고 있다는 기대가 부풀고 있다.

12.7%는 지난 73년 1-3월기의 14.1%이후 23년만의 고성장이다.

이에따라 95회계연도의 실질 GDP성장률도 2.3%를 기록해 정부전망치 1.2%를
크게 웃돌았다.

이번의 고성장은 내수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수입증가등의 영향으로 해외수요가 GDP성장률을 0.3%포인트나 끌어내리는
역할을 했음에도 불구 내수가 3.4%포인트의 플러스역할을 해 초고수준의
성장이 실현됐다.

특히 개인소비가 퍼스컴등 내구재의 판매호조를 배경으로 2.4% 늘어나
고성장의 견인차가 됐다.

개인소비는 GNP성장률에의 기여도도 1.5%포인트에 달했다.

공공투자는 전기대비 8.6% 민간주택투자도 8.4%의 높은 증가율을 각각
나타냈고 민간설비투자는 1.5%가 늘었다.

일본정부는 이같은 결과를 바탕으로 "경제가 민간수요의 주도로 자율회복의
길에 들어섰다"고 분석하는 한편 "올해 목표치인 2.5% 성장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견해를 밝히고 있다.

96회계연도의 경우 각 4분기의 실질GDP가 지난해 4.4분기 수준을 그대로
유지하기만 해도 연성장률이 2.9%에 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95회계연도 4.4분기의 초고성장에도 불구 일본경제가 본격 회복기에
진입했다고 단언하기는 아직도 이른 감이 없지 않다.

이번의 성장은 공공투자확대와 초저금리정책의 플러스영향이 한꺼번에
나타난 측면이 크기 때문이다.

4.4분기성장률 3.0%중 0.8포인트는 지난해 가을 발표한 특별경제대책에
따른 공공투자확대에 의한 것이고 정부부문의 최종소비지출증대도 0.3포인트
의 플러스요인으로 작용하는등 공공부문의 기여도가 1.2포인트에 이른다.

저금리및 주택융자확대에 힘입어 늘어난 민간주택투자도 0.4포인트의 기여
요인이 됐다.

게다가 올해가 윤년이어서 다른해에 비해 2월이 하루가 많았던 점도 GNP를
0.5포인트 끌어올리는 작용을 했다.

이같은 점들을 감안할 경우 자율요인에 의한 성장률은 1%를 다소 웃도는
선에 그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게다가 올해 공공투자예산은 지난해보다 15% 감소했기 때문에 여름이후에는
공공투자가 축소추세에 들어서게 된다.

기업실적회복과 설비투자확대의 배경이 돼왔던 저금리와 엔저현상등이
계속 유지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최근의 경기회복무드는 공공투자와 기업의 몸집줄이기에 힘입은 것"이라는
분석을 해온 일본은행(중앙은행)은 성장률이 예상을 크게 웃돈데 놀라워
하면서 초저금리정책을 변경하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

일본은행은 지난80년대말의 버블경기가 초저금리정책에 기인한 것이었다는
시각을 갖고 있기 때문에 경기가 완만하나마 자율적인 회복추세를 유지
한다면 초저금리정책은 더 이상 유지하지 않는다는 기본방침을 갖고 있다.

또다른 변수의 하나는 최근의 엔저현상이 얼마나 지속될 것이냐 하는
점이다.

지난해 달러당 80엔대까지 상승했던 엔화가 최근 1백10엔근처까지 하락해
일본기업들의 경쟁력확보에 큰 보탬이 됐지만 경기가 회복될 경우 엔화는
다시 강세기조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

18일의 일본정부발표가 있자마자 엔화가 달러당 1엔이나 상승한 것이
이같은 분석을 뒷받침한다.

일본은행이 금리인상조치를 취할 경우는 더욱 강력한 엔화상승요인이 된다.

4.4분기의 놀라운 성장률에도 불구 일본경제가 순탄한 길을 갈수 있을지는
좀더 지켜봐야 알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