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재건축에 대해서 잘못 생각하고 있다.

멀쩡한 집을 헐고 다시 짓는 것은 자원의 낭비라는 것이다.

문제의 본질을 잘못 짚은 생각이다.

중요한 것은 재건축을 통해서 저층주택이 고층으로 바뀐다는 사실이다.

무엇이든 값이 비싸지면 아껴써야 한다.

땅도 마찬가지이다.

토지의 절약은 건물의 고층화를 통해서 가능하다.

비싼 땅위에 저층 주택을 짓고 사는 것은 사치이다.

정부가 간섭만 하지 않는다면 토지의 절약적 이용, 즉 고층화는 시장에
의해 자동적으로 달성된다.

비싼 땅에 저층건물을 짓는 것 보다는 고층아파트를 짓는 것이 더 큰
이득을 가져다 주기 때문이다.

토지의 절약이라는 사회적 목표가 이윤 추구라는 토지주인들의 이기적
목표에 의하여 자동적으로 달성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재건축이 억제의 대상이 되어 왔다.

지은지 20년이 지났거나 또는 안전에 문제가 있는 주택에 대해서만 재건축
이 허용된다.

그렇지 않은 주택을 헐어내는 것은 자원낭비일 뿐이라는 것이 재건축
규제의 뿌리를 이루고 있다.

그럴듯하지만 잘못된 생각이다.

토지의 가치를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집을 헐어내는 사람도 기존 주택의 아까움을 모를리 없다.

할수만 있다면 폐건축자재들을 그대로 사용하고 싶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을 부수는 것은 건물을 높여서 나오는 가치가
폐건축자재의 가치보다 크기 때문이다.

또 재건축에 대하여 부정적인 사람들은 자유로운 재건축의 허용이 부동산
투기를 몰고 올 것이라고 걱정한다.

옳은 말이다.

단독주택으로밖에 쓸 수 없던 땅에 아파트를 지을 수 있게 되었는데 값이
안 오를리 없다.

그러나 재건축의 필요성을 인정한다면 그것은 피할수 없는 현상이다.

이윤을 얻을 수 없다면 어느 누구도 재건축을 하려고 애쓰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투기가 무서워 재건축을 억제한다는 것은 구더기가 무서워 장 못담그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김정호 < 한경연 연구위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