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프로골프에도 드디어 "신예돌풍"이 불어닥쳤다.

화려한 아마추어시절을 겪은 것도 아니고,상금랭킹 상위권의 유명선수도
아닌 무명선수들이 대회내내 선두를 점령하고 결국 우승까지도 차지한
것이다.

13~15일 한성CC(파72)에서 열린 제2회 금경.크리스찬디올여자오픈골프대회
(총상금 1억2,000만원)는 무명의 김명이(30)를 단번에 스타로 올려놓은
가운데 막을 내렸다.

김은 최종 3라운드에서 8언더파 64타를 쳤는데 이는 국내여자프로
1라운드 최저타수이자 한성CC 코스레코드(여)이다.

지금까지 최저타수는 김순미외 3명이 기록한 65타였고 한성CC 코스레코드는
지난해 박세리가 이대회에서 세운 65타였다.

김명이의 3라운드합계 스코어는 11언더파 205타였으며 2위 박세리를
2타차로 앞섰다.

김은 91년 프로데뷔후 처음으로 거액의 우승상금(2,160만원)을 받았다.

<>.2라운드까지만 해도 합계 3언더파였던 김명이에게 주목한 사람들은
별로 없었다.

김명이는 박세리 이오순 성기덕에게만 집중된 시선을 비웃기라도 하듯
최종일 펄펄 날았다.

김의 이날 경기내용은 한마디로 "넣으면 들어간다"였다.

2번홀의 20cm에서부터 17번홀의 10m에 이르기까지 8개의 버디퍼팅이
정말 치는대로 쏙쏙 들어갔다.

같은 조였던 염성미나 이종임조차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김은 이날 1퍼팅 10개를 비롯 총 퍼팅수가 26개에 불과했다.

드라이버샷은 평균 225m로 중상위권.

김은 95년 이대회에서 공동6위에 오른 것이 지금까지의 최고성적이었다.

김의 우승은 박세리 이오순 등 국내 유명선수들이 망라된 대회라는
점에서 그것도 최저타수라는 점에서 완벽한 승리였다.

<>.우승후보 박세리는 "너무 늦게" 발동이 걸리는 바람에 2타차
2위에 머물고 말았다.

데뷔작치고는 괜찮다고 보일지 모르나 "국내 1인자"로 평가돼온
박으로서는 유감이 있는 대회로 기억될수밖에 없게 됐다.

2라운드까지 3언더파로 공동3위권이었던 박은 이날 전반에 버디1개로
별로 전진하지 못했다.

박의 진가는 후반에 나타났다.

11번홀에서 10cm 짜리 탭인버디를 잡은 박은 12번홀(파5.467m)에서
핀까지 220m를 보고 친 스푼세컨드샷을 홀컵 2m지점에 떨어뜨린뒤
이글을 잡았다.

박은14,17번홀에서도 버디를 추가하며 김명이를 1타차로 따라붙었으나
18번홀 티잉그라운드로 향하는 순간 이미 그린에서는 김명이의 버디에
대한 환호성이 터져나오고 있었다.

박으로서는 전반에 스코어를 내려놓지 못한것이 "데뷔대회 우승"을
놓친 원인이 되고 말았다.

<>.김명이의 돌풍과 박세리의 추격도 볼만했지만, 이번대회는 노장
한명현(41), 국가대표 한희원(서문여고3), 프로3년생 성기덕의 선전도
돋보였다.

95SBS최강전에서 우승한 한명현은 합계 6언더파 210타로 쟁쟁한
후배들을 제치고 공동3위를 차지했다.

아마추어 한희원은 2라운드에서 데일리베스트를 기록하는등 역시
210타로 3위를 기록했고 성기덕은 1,2라운드에서 기세좋게 단독선두에
나서다가 3라운드에서 "좋은 경험"을 하며 공동3위를 기록, 다음대회를
노릴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이번대회의 관람객을 상대로 우승자 알아맞히기 행사에는 대상에
하근하씨가 뽑혀 아벨라 승용차를 받았으며 1등에는 김영호씨,
2등 김수경씨, 3등 심우진씨 등이 당첨됐다.

< 김경수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