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미지역을 포함한 세계 각국에서 인터넷과 전화회사들 사이의 뺏고
뺏기는 영역싸움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지난 3월 미국전화통신협회는 미국연방통신위원회(FCC)에 한건의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는 소송을 제기했다.

160여개의 소규모 지역장거리전화회사들로 구성된 이 협회는 인터넷상의
음성통신서비스가 불공정행위라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인터넷이용자들이 모뎀을 통한 전화회선접속으로 더 이상 음성서비스를
받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이 소송은 음성서비스는 전화회사의 고유업무영역이라는 주장에 근거하고
있다.

이같은 주장이 미국에서만 제기된 것은 아니다.

캐나다정부도 현재 온타리오주의 인터넷이용자들이 캐나다의 지역전화사에
접속료를 지불토록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영국 헐지역의 한 무료전화서비스회사도 최근 인터넷이용자들이 자사 전화
회선접속을 하지 못하도록 조치를 취했다.

종전까지 북미지역전화회사들은 앞다퉈 인터넷이용자들이 무료로 자신들의
전화회선에 접속하도록 허용해 왔다.

고객확보차원이었다.

그러나 최근 인터넷 이용자들의 전화회선접속횟수와 접속시간이 너무 길어
통신장애가 발생, 일반전화통화자들과 전화회사에 막대한 피해를 주게 되자
상황은 달라졌다.

이에따라 미국의 나이넥스, US웨스트, 퍼시픽벨, 벨애틀랜틱 등 4개 미국
지역전화회사들(Babybells)은 인터넷이용자들에게 시간당 전화요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FCC에 압력을 가하고 있다.

인터넷상의 음성통신서비스는 아직 보편화돼 있지는 않다.

음성통신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먼저 전화회사와 전화회선접속에 관한
사전협의를 거쳐야 한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인터넷서비스회사의 자유로운 통신에 제약이 따를 수
있다고 불안해 한다.

게다가 일반전화망은 접속이 지연되는 사례가 많거나 통신의 질도 그리
양호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일반전화망접속은 거의 무료여서 비용부담이 없는 장점이 있다.

따라서 일단 통신의 질만 어느 수준까지 향상되면 인터넷이용자들이 대거
전화망을 이용하리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전화회사들의 입장에서 보면 이러한 인터넷이용자들은 기생충인 셈.

전화회사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는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인터넷이 기존의 전화회선이용 고객들을 도둑질해 빼내가다시피 하고 있는
것이야말로 위협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개별기업들에 정보네트워크를 제공해 주는 일은 일반전화회사들의 주요
사업영역인데 이를 인터넷이 침범해 들어오고 있는 것이다.

실제 컴퓨터제작업체인 선 마이크로시스템스는 전세계에 걸쳐 있는 지사들
을 연결하기 위해 몇개의 전화회사들로부터 리스해서 사용하던 비싼 전화
통신네트워크를 포기한다고 이미 발표해 놓은 상태.

최대 피해자는 선 마이크로시스템스에 통신네트워크를 리스해 주던 MCI,
스프린트.

최대 수혜자는 인터넷서비스회사들이다.

수년 전만해도 전화회사들은 음성메일이나 데이터서비스를 독점, 대부분의
이윤을 챙겨 왔다.

이젠 사정이 달라졌다.

인터넷을 이용하면 누구라도 이같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받게 된다.

전화선을 깔고 소유하는 것은 별 이점이 못된다는 얘기다.

따라서 인터넷이 조만간 팩스나 화상회의 등 전화회사들의 기존 서비스영역
모두를 뒤흔들어 놓을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대응책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우선 사업영역을 두 부문으로 나누는 전략을
내놓는다.

한 부문은 네트워크운영 자체를 담당하고 다른 부문은 기존의 음성통신
서비스를 비롯 뉴스와 금융정보 등 가능한한 모든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전화회사 자체의 덩치를 줄여 효율적으로 인터넷서비스회사들과
경쟁해 나가야 한다고 설명한다.

또 이들은 전화회사들이 인터넷을 위협이라기보다는 기회로 여겨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 예로 지난 2월 미국최대의 장거리전화회사인 AT&T가 자체 인터넷서비스
를 제공하기 시작했으며 MCI도 현재 자체 인터넷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