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진출한 외국계기업들은 "한국정부의 관료주의"가 가장 사업을
어렵게 하며 투자결정단계에서는 "모호한 투자법규" 때문에 애로를 겪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한국인과 거래할때 "절차와 관행을 무시하는 조급함"이 가장 큰 장애
요인이며 한국의 종합적인 투자환경에 대해 대다수가 C 내지 D학점정도로
낮게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같은 결과는 한국경제신문사가 현대경제사회연구원과 공동으로 한국에
진출한 외국계기업 3백개사를 대상으로 "외국계기업 투자환경"에 관한 설문
조사에서 나타난 것이다.

한국에서 사업할때 가장 어려운점에 대해선 "정부당국의 관료주의"(27.2%)
를 가장 많이 지적했고 그 다음으로 "비합리적인 금융제도및 관행"(24.1%)
"노사관계"(12.7%) "문화적차이"(7.0%) 등을 꼽았다.

한국에 투자하게된 결정적인 동기에 대해서는 43.2%가 "한국경제의 성장
속도" 때문이라고 답했다.

"주변시장의 확대가능성"을 감안했다는 기업이 22.7%였으며 "값싼 임금과
양질의 근로자"를 보고 투자했다는 응답도 12.9%였다.

투자를 결정할 시점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모호한 투자법규"였다는
대답이 43.1%로 가장 많았다.

그 다음은 "합작.구매선 선정"(15.6%) "입지선정"(14.7%) "사무직인력
확보"(11.9%) "투자정보 부족"(8.3%)등의 순이었다.

결국 외국계기업들은 한국경제의 빠른 성장속도와 시장성 때문에 투자를
결정했지만 "관료적인 공무원"과 "모호한 법규"로 애를 먹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에게 개별 투자환경을 물어봤다.

한국인과의 거래에서 느끼는 가장 큰 장애는 무엇이냐는 질문에 절반
가까운 47.9%가 "절차와 관행을 무시하는 조급함"을 지적했다.

외국인들이 가장 빨리 배우는 한국말이 "빨리빨리"와 "적당히"라는 항간의
우스갯말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그다음은 "철저하지 않은 계약이행"(26.6%), "외국인에 대한 경계.적대감"
(13.8%)등을 지적했다.

한국의 사회간접자본중 가장 개선이 필요한 분야는 "교통"(48.8%)과 "물류
체계"(37.2%)라는 응답이 대다수를 차지, 물류체계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밖엔 "통신인프라"(10.5%) "공항.환경"(3.5%)등을 들었다.

금융면에서 겪는 가장 큰 애로는 "외화의 유출입제한"(45.1%)이었다.

"고금리"를 지목한 기업도 39.6%에 달했다.

다음으로 "외국인에 대한 자금배정제한"(7.7%)과 "외국은행 지점설치 제한"
(2.2%)이 뒤를 이었다.

종업원의 임금에 대해선 절반이상(68.5%)이 "높거나 아주 높다"고 답했다.

한국의 노동법이 외국기업의 업무확대에 적합한가라는 물음에는 50.6%가
"보통", 36.7%가 "나쁘다"고 밝혔다.

노동.임금 관련 애로사항으로는 가장 많은 16.8%가 "문화.관습차이"를
꼽았고 그밖엔 "언어"(16.1%) "신뢰관계"(14.1%) "노동법"(12.1%) "노동
조합"(11.4%)등을 들었다.

투자시점이나 5년전에 비해 한국의 외국인투자 유치정책이 개선됐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그저 그렇다"가 41.6%로 가장 많았다.

"비교적 개선됐다"는 응답은 31.2%였고 "개선이 미흡하거나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는 의견은 26%였다.

외국인투자 확대를 위해 가장 필요한 제도개선사항으로는 "투자절차
간소화"를 꼽은 기업이 42.2%로 가장 많았다.

그 다음은 "개방업종 확대"로 18.8%였고 "기술도입및 공여 간소화"(11.8%)
"투자승인기간 단축"(7.8%) "투자절차의 투명성제고"(7.8%)등을 요구했다.

부동산 관련 애로사항은 대부분이 "높은 부동산가격"(48.8%)과 "외국인의
부동산 취득.구입.사용제한"(41.1%)을 지적했다.

이같은 설문결과를 토대로 한국의 투자환경을 종합평가해 달라는 요구에
대해 절반이상의 기업(58.2%)은 "C학점"(보통)을, 31.6%는 "D학점"(나쁨)을
줬고 "F학점"(아주 나쁨)을 준곳도 1.3%였다.

"B학점"(좋음)은 8.9%에 그쳤고 A학점(아주 좋음)은 전혀 없었다.

이들에게 다시 외국에 투자한다면 어느 나라로 가겠느냐는 질문에 가장
많은 42.7%의 기업이 "중국"을 희망했다.

그다음은 태국 말레이시아등 동남아로 28.1%, 인도및 서남아지역이 16.7%
였다.

한국을 꼽은 기업은 7.6%에 불과했다.

한국에서 유망한 투자분야에 대해선 46.1%가 "전자 반도체 통신 항공등
첨단산업"을 꼽았고 30.3%는 "금융.보험서비스산업"이라고 응답했다.

반면 가장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투자분야로는 69%가 섬유 신발등의
"노동집약산업"이라고 밝혀 한국은 경공업분야에서 투자유인 경쟁력을
상실한 것으로 평가됐다.

그 다음은 자동차 중장비등의 중화학공업(13.8%) 건설(4.6%)등의 순이었다.

< 김정욱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