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이 직장을 갖는게 가족문화를 깨는 것은 아닙니다.

가정은 어차피 남편과 공동으로 꾸려나가는 것이잖아요.

남성들이 선입견을 버려야 합니다"

타이베이시 대북부녀전업중심이란 사회복지재단에서 일하고 있는 첸마리
(진마리.41)주임은 여성들의 자유로운 사회진출을 위해선 남성들이 먼저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첸주임은 최근 대만에선 젊은 여성들을 중심으로 가정에서의 남녀 역할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요즘 어떤 분유회사의 TV광고를 보니까 남편이 아이에게 분유를 먹이고
있는데 부인이 퇴근해 집에 들어 오면서 "도시락 사왔으니 저녁 먹자"고
부르는 모습이 나오더군요.

신세대 주부들의 상징적인 모습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대만의 경우도 과거엔 남성위주의 가족문화가 뿌리 깊었었다고 그녀는
밝혔다.

"제가 어렸을 때 저의 어머니도 직업을 갖고 있었는데 저녁에 퇴근하고
돌아와 꼭 아버지를 위해 식사준비를 하셨지요.

그땐 어린 마음에도 참 불합리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머니도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일하고 돌아와 피곤할텐데 요리를 하느라
쉬지 못하는 모습이 안타까웠지요"

그러나 지난 10여년 동안 꾸준히 추진된 여성운동과 사회 경제적인 변화는
가족문화를 바꾸어 놓았다는 것이다.

자신만 해도 전문대와 고등학교에 다니는 두딸이 있지만 아침식사는
각자 해결하고 저녁은 대개 밖에서 모여 외식을 한다는 첸주임.

여성들의 보다 활발한 사회진출을 돕기 위해 주부들에게 직업교육을 시키고
있는 그녀는 아직도 대만 남성들에게 아쉬운 점이 많다고 덧붙인다.

"여성들은 교육수준이 높아지면서 급격히 의식이 변했습니다.

독립심도 강해졌고 자아실현 욕구도 생각보다 높아요.

하지만 이런 여성들의 변화를 이해할 수 있을 만큼 남성들은 성숙해지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대만에서 이혼율이 높은 것도 이런 부부간의 의식 차이때문이 아닐까
여겨집니다"

여성들을 일터로 보내는 데는 여성 자신들도 중요하지만 남편등 주변의
인식변화도 필요하다는 얘기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