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유치를 글로벌 브랜드 정착의 계기로".

월드컵 개최가 결정되면서 재계가 월드컵 특수를 노린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남미 동유럽 등에 현지공장을 갖고 있는 국내 기업들은 벌써부터 월드컵
유치로 인한 시너지 효과를 재기에 바쁘다.

비단 남미와 유럽에 국한되지 않는다.

미국시장을 비롯한 중국 아프리카 동남아등의 시장에서도 이는 마찬가지다.

월드컵의 효과와 영향력은 그만큼 크다.

국가 이미지가 상승하면서 자연스럽게 한국산 브랜드의 이미지도 동반상승
하기 때문이다.

특히 선진국 시장에서 저가품으로 인식되고 있는 한국상품의 인지도는 크게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수년간 몇백억원을 쏟아 붇는 것 이상의 광고효과가 기대되는 것이다.

월드컵의 효과는 이뿐만이 아니다.

반도체 철강 자동차 등 주력제품의 수출 부진으로 허덕이고 있는 국내
대그룹들에게도 희소식이다.

중소 건설업체나 관광업체에도 "월드컵 개최"는 경기 부진을 씻는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축구와 월드컵을 소재로 한 기업들의 광고가 벌써부터 줄을 잇고 있는
점에서도 이는 확인된다.

월드컵 유치 결정 이전부터 기업들은 국민적 관심사를 매개로 자연스럽게
기업과 상품이미지를 높일 수 있는 이른바 "시점 광고" 전략을 써왔다.

또 월드컵을 통해 각종 상품이미지를 높일 수 있는 스포츠 마케팅의
관점에서 월드컵 이후를 준비하고 있다.

"월드컵"을 키워드로 한 각종 광고는 상품과 기업의 이미지를 높이는
가장 효율적인 수단으로 부상할 전망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월드컵 유치가 결정되기 이전부터 기업의 광고전은 시작됐다.

우선 제일기획이 만든 유공의 기업광고인 "월드컵은 절대 양보할 수 없다"
는 카피를 들 수 있다.

갓쓰고 도포입은 조선 선비와 일본 사무라이가 축구공을 사이에 두고
대치하는 장면을 연출한 광고다.

이 광고는 긴 설명 없이 2002년 월드컵은 반드시 한국에서 개최되야 한다는
당위성을 설명해 주고 있다.

오리콤이 제작해 방영하고 있는 데이컴 국제전화광고도 002 다이얼과
2002년 월드컵이 교차하면서 축구공으로 변한 0자가 전광판을 명중시키는
내용이다.

이밖에 나이키 하이트맥주 매일유업 프로스펙스 대웅제약 에너비트(기능성
음료)등의 광고도 월드컵 열기를 광고와 연계시킨 대표적인 예다.

삼성그룹도 최근 초등학생이 아벨란제 세계축구연맹(FIFA)회장에게 보내는
편지를 형상화한 이미지 광고를 통해 기업이미지를 홍보하고 있다.

재계의 움직임은 비단 광고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우선 월드컵 유치로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효과는 경기 부양에 대한
심리적인 기대감.

물론 월드컵 유치가 실제 국내 경제에 얼마나 도움을 줄런지는 아무도
모른다.

단 지난 88올림픽때를 유추해 파급 효과를 추정할 수 있을 뿐이다.

최근 한국개발연구원은 2002 월드컵을 한국에서 유치했을때 약 5조원의
생산 유발효과가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월드컵 유치에 따른 투자및 소비 지출액 1조3천6백89억원(추정치)에
생산유발계수(3.7)를 곱한 수치다.

일단 주택건설경기 하락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건설업체들에
희소식이 될 것은 분명하다.

경기장이나 숙박시설 건설로 특수를 맞을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월드컵 개최와 관련 전국적으로 16개의 경기장을 신축 또는 증축
하기로 했다.

여기에 투자되는 건축 비용만도 7천1백억원이며 부지 매입비를 포함할
경우 1조원이 훨씬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경기장 건설이 본격화되면 건설업계의 전반적인 경기 활성화는 물론
고사직전인 지방 건설업체의 수익성도 호전될 것으로 보인다.

또 한가지 빼놓을 수 없는 효과는 관광수입.

월드컵 유치위원회가 예상하는 대회기간중 관광객수는 26만명에 달한다.

이로인한 관광수입은 4천2백억원으로 추정된다.

이뿐만이 아니다.

월드컵 이후에도 한국을 찾는 관광객들까지 감안할 경우 그 파급효과는
계수로 측정할 수 없다는게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관광객의 증대는 곧 호텔 등 숙박업소나 관광업계의 특수로 이어진다.

이같은 직접적인 효과 이외에도 월드컵 유치는 우리 기업의 상품과 대외
인지도에 크게 기여하게 된다.

수출상품의 인지도 제고는 물론 한국상품의 전체적인 브랜드 인지도에도
기여할 전망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