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대양 육대주를 누빌수있는 발전소"

레이시온 웨스팅하우스등 미국의 발전소건설업체들은 담보력이 부족한
후진국에 발전설비를 팔아 먹기 위해 바지선위에 발전소를 건설하는 묘안을
짜내 적극 활용하고 있다.

텍사스주 버몬트같은 중공업도시는 "바지선 발전소"를 만들어 재미를
보고 있는 대표적인 예.

전력이 모자라는 후진국에 인도해 주면 옛날처럼 "땅"에 발전소를 건설하는
것보다 편리하고 좋은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발전설비 업체들의 "바지선 발전소"는 이동이 불가능한 일반 발전소와는
달리 건설대금을 못받을 경우 쉽게 다른 나라에 넘겨버릴 수 있다.

예를들어 정변으로 발전소 건설비용을 받지 못하게 되면 "바지선"만 끌어
오면 담보확보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선진국 대기업들은 지금까지 후진국의 불안한 정치및 경제상황을 우려해
수억달러에 달하는 고가 발전소 프로젝트를 선뜻 추진할수 없었는데
"바지선 발전소"는 이같은 투자위험을 대폭 줄일수 있는 장점이 있다.

바지선 프로젝트는 일반 발전소건설보다 공사기간도 줄일수 있고 기술인력
을 해외에 출장보내지 않아도 되는 인건비 절감효과까지 있다.

웨스팅하우스측은 금년도 전력생산설비 수주액의 5분의 1정도가 바지선
발전소관련 주문이라며 이 부문 매출이 급신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세계최대의 엔지니어링사인 레이시온은 금년중에만 4개의 바지선 발전소를
건설해야 되는등 일감이 몰리고 있다.

미국 중공업사인 스미스 코제너레이션 인터내셔널은 도미니카 공화국에서
가동될 바지선 발전소를 건설했으며 요즈음은 인도에 보낼 것을 만들고
있다.

이회사는 또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및 중미의 아이티와도 바지선 발전소
수주협상을 벌이고 있다.

바지선 발전소의 규모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레이시온과 웨스팅하우스 컨소시엄이 파키스탄의 주문으로 만든 바지선
발전소는 축구장 6개 넓이의 바지선에 발전소가 들어앉은 것으로 일반
육상발전소 3~4개와 맞먹는 발전용량을 갖추고 있다.

바지선 발전소 사업에 대한 전망은 회사마다 다르다.

과테말라에서 바지선 발전소를 대거 수주한 적이 있는 미국 엔론사의
한 관계자는 바지선을 갖다 댈 항만이 점차 비좁아지고 있는 점을 들어
사업전망을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

다른 한편 미국정부는 조선중공업 보호책의 일환으로 바지선 발전소 사업을
육성키로 하고 지급보증지원을 하는등 중공업체들의 수주를 적극 후원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바지선 발전소 건설붐은 일부의 비관론에도 불구하고 쉽게
꺾이지는 않을 것으로 보는 사람도 많다.

발전설비업자들은 앞으로 중국시장이 바지선 발전소 사업의 최대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정부는 석탄소비를 위해 아직까지 석탄연료 화력발전소 건설을 고집
하고 있다.

반면 석탄연료 화력발전소는 석유나 가스 화력발전소에 비해 덩치가 커
아직은 바지선위에 세울 수 없는 기술상의 난점이 있다.

그러나 기술상의 문제만 해결된다면 바지선 발전소 사업은 차세대 최대의
프로젝트가 될 수도 있어 세계 발전설비업체들은 "중국 바다"에서 대어를
낚는 꿈을 버리지 않고 있다.

< 양홍모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