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선거를 한달도 채 남겨놓지 않은 러시아 정가가 이해득실을 따지며
권력 퍼즐을 푸느라 분주하다.

이번 대통령선거의 양대주자는 물론 옐친과 주가노프이다.

그러나 당선과는 다소 먼 것으로 여겨졌던 개혁파 그리고리 야블린스키가
최근 갑자기 중요한 존재로 부상했다.

그가 얻을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7~10%의 득표율이 보리스 옐친에게
돌아갈 경우 옐친을 재선시킬수 있을 정도의 무게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야블린스키가 다음달 16일 실시될 투표이전에 옐친에게 설득당해
그에게 모아진 지지표를 옐친에게 안겨 주느냐 하는 것이다.

옐친은 이때문에 최근 야블린스키에게 공개적으로 정치적인 동맹관계를
맺자고 집요하게 제안해 왔다.

하지만 야블린스키는 호락호락 넘어가 주지 않고 있는 것은 물론 오히려
옐친에게 까다롭게 굴면서 그를 공공연히 무시하는 태도를 취해 왔다.

이에 그치지 않고 그는 대체첸전쟁의 종식과 현 내각및 크렘린 스태프들의
교체를 요구하기까지 했다.

그가 옐친을 돕지 않을 경우 옐친의 강력한 라이벌이자 공산당 당수인
겐나디 주가노프가 크렘린의 새 주인이 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게 정가의
분석이다.

자유주의자들중에는 옐친이 벌여놓은 체첸전쟁과 그의 권위주의적 민중
선동에 혐오감을 느끼면서도 옐친이 주가노프라는 최악의 선택을 막기위한
유일한 대안이라고 믿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민주선택당을 이끄는 개혁파 예고르 가이다르는 이미 지난 4월 옐친지지를
선언했으며 가이다르와 함께 개혁정부에서 일을 했던 보리스 페도로프도
같은 입장이다.

심지어 옐친으로부터 지난 1월 총리직에서 내쫓긴 온건 개혁주의자
아나톨리 추바이스도 옐친의 재선을 바라고 있을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야블린스키가 옐친의 손을 들게 되면 옐친의 훌륭한 동지가
될수 있는 것은 물론 두마(하원)를 통해 야당의 목소리를 높일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야블린스키는 자신이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는 상황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알렉산더 레베드나 스비야토슬라프 페도로프등 다른 대통령후보들과의
연대를 거부해 왔다.

세사람이 연대, 제3세력을 형성함으로써 단일 후보를 추대하는 문제를
지난 3월이후 간헐적으로 진행시켜 왔었으나 누가 후보가 될 것이냐는
점에서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이처럼 제3세력형성이 초기단계에서부터 삐걱거리는 것을 잘 아는 옐친
으로서는 레베드와 페도로프를 자신의 진영으로 끌어들이고자 진력해 왔다.

여론 전문가들은 전체 유권자의 5%정도인 레베드 지지표가 주가노프에게로
쏠릴 것으로 보고 있다.

옐친이 11명의 후보중 가장 두려워하는 상대는 블라디미르 지리노프스키다.

지리노프스키는 막판에 지지율이 상승해 옐친이나 주가노프를 앞설수도
있으며 2차투표까지 가게 만들수 있는 상대로 간주되고 있다(1차투표에서
한 후보가 50%이상의 지지율을 확보할 경우 2차투표는 하지 않는다).

옐친진영은 지금 그의 지지율이 상승한 것으로 판단, 한층 고무돼 있다.

최근에 실시한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1차투표에서 옐친이 28%, 주가노프가
27%의 지지를 얻을 것으로 나타났다.

옐친이 올들어 실시한 여론조사중 선두를 달린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 2차투표에서는 45%대 37%로 주가노프를 따돌릴 것으로 예상됐다.

선거는 본격 궤도에 진입, 지난 14일부터는 후보들의 TV및 라디오 유세가
펼쳐지고 있다.

옐친의 우세승을 점치는 사람은 많다.

그러나 그의 승리가도에 장애가 될수 있는 복병은 바로 그의 건강이다.

대선에서 승리한다 하더라도 65세에 이른 그의 나이를 생각할때 그의
쇠약한 건강 때문에 앞으로 5년의 임기자체도 그에게는 큰 부담이 될수
있다.

< 정리=이창호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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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ssia"s race for the presidency"
May 18th 1996 c London, The Economist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