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봉우리인 에베레스트산은 1953 5월29일 J 헌트가 이끈 영국
등반대에 의해 처음으로 정복되었다.

이 쾌거는 일조일석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엇다.

1922년부터 일곱차례나 실패하고 제2차 세계대전때문에 중단되었다가
아홉번째의 시도로 성공을 거두었던 것이다.

당시 영국인 대원이었던 E 힐러리와 함께 정상에 올랐던 셰르파 N 텐장은
산에 오르는 사람들의 마음을 이렇게 묘사한바 있다.

"산에는 우정이 있다.

산만큼 사람과 사람을 친밀하게 하는 것은 없다.

어떤 험한 곳이라도 서로 손을 잡고 마음은 하나가 된다.

어려운 문제는 산에서 해결하면 좋을 것이다.

흐루시초프도 존슨도 네루도 모택동도..."

등산은 다른 사람을 제압하고 승리를 쟁취해야만 하는 여느 스포츠와는
달리 자신의 정신적 체력적 한계와 싸우는 레저스포츠라고 다시 말해
진정한 스포츠정신이 살려질수 있는 스포츠인 것이다.

경쟁의 개념이 배제된 그러한 등산의 속성은 인간 사이의 친화력을 넓혀
주는 계기를 제공한다.

일찌기 고대그리스의 위대한 시인이었던 단테도 높은 산에 자주 올랐다는
기록이 남겨져 있다.

발밑에 펼쳐진 산 수리를 바라 보고 구름 위에 서서 속세의 온갖 번뇌를
털어 버리고 "모든 자연의 시초이자 종말"(J 러스킨)인 산과 더불어
하나가 되려했던 모양이다.

그래서 뒷날 스위스의 역사학자인 J 부르크하르트는 단테를 "등산을
위한 등산"을 한 최초의 인물, 근대적 등산 개념을 구현한 선구자라 지목
했다.

그렇게 볼 때 단테는 공자가 말한 "인자요산"(어진 사람은 산을 좋아
한다)"의 범주에 드는 사람이었다고 평가해도 무방할 것이다.

여기에서 "등산가=어진 사람"이라는 등식은 성립된다.

산을 좋아하는 사람은 어질고 또 산에 오르기를 즐기는 등산인은 다른
사람에게 절실한 사랑을 베푸는 인의 근본을 행할수 있다는 뜻일 것이다.

그런데 최근 에베레스트에 오르던 일본등반대가 조난중인 인도 등반대원
3명을 죽도록 내버려둔 채 자신들의 목적만을 달성했다고 해서 국제
산악계로부터 모진 비난을 받고 있다는 소식이다.

그것이 사실로 확인된다면 등산인으로서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인성마저
저버린 행위로 지탄을 받아 마땅하다.

비록 같은 나라의 대원이 아닐지라도 등반 고유의 레저스포츠정신을
망각한 그러한 처사는 등반사에 큰 오점으로 남겨질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