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당신 마누라는 당신이 평아를 안는 것을 모르나요?"

포이의 아내가 코맹맹이 소리를 하며 가련에게 묻고 있었다.

아마 가련의 가슴에 머리를 묻은 자세로 묻고 있는 것 같았다.

희봉은 여전히 눈에 불을 켜고 평아를 노려보고 평아는 고양이 앞에
쥐처럼 안절부절못하였다.

"여편네가 눈치를 챘는지 평아가 내 근처에 얼씬거리지도 못하게 해. 그
여편네 때문에 바람도 잘 못 피우겠어. 너하고 만나는 것도 이렇게
어려우니. 내가 어쩌다가 야차 같은 년을 만나 고생을 하는지 모르겠어.
다른 남자들을 보면 여편네 눈치 안 보고 바람도 잘도 피우는데 말이야"

"당신은 마누라가 빨리 죽었으면 싶겠군요"

"말해 뭐해. 근데 여편네가 죽고 나서 다른 여자를 얻어들이는 건 문제가
아닌데 지금 여편네같은 게 또 걸려들면 어떡하지? 혹 떼려다가 혹 붙이는
격이잖아"

그 둘의 대화를 엿듣고 있자니 희봉이 기가 꽉 막혀 속으로, 저 연놈들이,
저 연놈들이, 하면서도 온몸의 관절이 빠진 듯 방안으로 달려들 기력조차
없었다.

"당신 마누라 죽고 나면 평아를 정실로 들여요. 잘 아는 계집애니까 지금
마누라보다는 나을거 아니에요? 평아는 가문이 그렇게 나쁜 편도
아니라던데. 잠자리 기술이야 부부생활이 무르익으면 자연히 터득하게 되는
거고"

"아무리 그래도 시녀였던 애를 정실로 들이는 것은 뭐하지. 첩이면 모를까.
그런 거야 나중에 생각하기로 하고 여편네 오기 전에 우리 빨리 기분
내자구. 자, 내 위로 올라와봐"

바야흐로 둘이 교합으로 들어갈 모양이었다.

희봉은 온힘을 다해 몸을 가누며 일단 옆에 있는 평아의 뺨부터 후려갈기고
나서 방문을 열어젖히고 쳐들어갔다.

평아도 자기 나름대로 분통이 터져 포이의 아내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희봉을 따라 방으로 들어갔다.

가련과 포이의 아내는 둘다 벌거벗고 있었는데, 포이의 아내가 가련의
몸 위로 올라가려고 하다가 기겁을 하고는 침대에서 굴러떨어졌다.

포이의 아내는 벗어놓은 옷가지를 찾아 허둥거리고, 가련은 아랫도리를
요로 가리며 상체를 벌떡 일으켰다.

희봉이 포이 아내의 머리채를 두 손으로 움켜쥐고 부르짖었다.

"뭐, 이년아, 버젓이 남편이 있는 주제에 상전과 들러붙어 서방질을
하면서 상전 마누라까지 죽이려고 해? 오늘 잘 만났다. 누가 먼저 죽나
보자"

그러자 평아까지 끼여들어 포이 아내의 얼굴을 할퀴며 소리를 질렀다.

"당신들 더러운 수작에 왜 애꿎은 나를 끌어들이는 거야?"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