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은 우리안보현실이 어떤 상황에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
날이었다.

이날 새벽엔 북한 경비정 5척이 서해상 북방한계선을 7km나 남쪽으로
넘어와 침투했었고 또 북한 공군소속 이철수대위가 미그19기를 몰고
귀순한 날이었다.

북한 함정의 월경도발은 북한이 지난 4월, 정전협정을 준수하지
않겠다고 선언한뒤 두번째로 발생한 해상 도발이었고 지난 17일에
북한무장군 7명이 중부전선 군사분계선을 넘어 우리 지역으로 침범한지
엿새만에 일어난 일이었다.

모두 우리 국군의 적절한 대응으로 안보체제에 소홀함이 없다는
사실을 북한측에 강력하게 인식시켰다.

또 그렇기 때문에 우리 국민은 안심하고 각자 생업에 종사할수 있었다.

이번 북한 공군조종사의 귀순은 북한의 내부사정이 아주 불안하고
혼미하다는 것을 알게해 준다.

북한의 공군조종사란 차관급의 특별대우를 받는 계층이라 한다.

그런데도 사랑하는 가족을 버리고 귀순했다는 사실은 북한의 심각한
경제난과 식량위기로 체제가 흔들리면 흔들릴수록 우리는 대북경각심은
한층 높혀야 한다.

북한 미그기가 휴전선을 넘어 수원공군비행장에 착륙할때까지 서울
시민들은이 "실재상황"을 알지 못했다.

경보가 없었기 때문이다.

서울은 북한에서 비행기로 5~6분이면 도달할 거리에 있다.

그런 상황속에서도 서울시민이 안심하고 생활할수 있었던 것은 정부
당국이 북한의 기습공격에 만반의 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믿고있기
때문이다.

하긴 관민합동으로 매월 민방위 또는 민방공훈련을 한다.

그땐 경보 사이렌이 잘도 울려 시민을 지하대피소등으로 몰아댔었다.

그렇지만 이번 이대위 귀순사건은 우리민방공 지휘통제계통은 안일과
나태에 빠져있고 다만 국민에게만 경각심과 위기대처를 강조해왔다는
것을 보여준 셈이된다.

주한미군전역항공통제본부의 경고발령을 서울시 담당직원이 "훈련상황"
으로 오판했다든지 이에앞서 온라인으로 작동되는 자동경보시스템을
고장이 잦다는 이유로 지난해 3월부터 아예 폐쇄해버렸다고 한다.

국민으로선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수 있는지 이해하기 힘든다.

철저한 책임소재 규명이 있어야 할 것이지만 기본적으로 우리사회의
안보의식의 실종 또는 안보불감증이 어디에 그 원인이 있는지도 깊이
반성해야 할때라고 생각된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