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철한 봉사정신이 인명을 구했다"

이달초 영국 브리티스에어웨이(BA)사의 두승무원이 3만4천피트(1만3백62m)
상공에서 바다에서 조난을 당해 표류중이던 낚시꾼 3명을 구한 것을 두고
대서양을 낀 양대륙 매스컴들이 연일 대서특필하고 있다.

이 영웅담의 주인공은 BA사의 승무원인 조안 싸비지씨와 테리 밀스씨.

두사람은 5월초 BA117기를 타고 대서양상공을 지나던중 바다에서 피어
오르는 검은 버섯구름을 발견했다.

이들은 처음에는 해상훈련중인 함대에서 쏘아 올린 신호라고 생각하고
그냥 지나치려 했으나 미심쩍어 이 사실을 인근 포경감시헬리콥터에 연락,
배에서 발생한 화재로 사경을 헤매던 낚시꾼 3명의 생명을 구해냈다.

조안과 테리가 인명을 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조안은 6년전 선술집에서 땅콩이 목에 걸려 질식사할뻔한 사람을 긴급
구명법을 이용해 살려냈다.

테리 역시 15년전 점보제트의화장실에 난 불을 꺼 수많은 승객들의 목숨을
구했다.

그는 또 90년 봄베이호텔화재사건때에는 7차례나 불길속에 뛰어들어가
인명을 구해낸 인명구조의 명장이다.

이번 구조사건을 두고 영국의 BBC등 양대륙의 매스컴들은 봉사정신에
투철한 이들 승무원들의 전력을 부각시켜 희생과 협력정신이 약한 자국민들
에게 경각심을 불러 일으키는 소재로 이용하고 있다.

그러나 당사자들의 반응은 담담하다.

양대륙 매스컴이 그토록 치켜세워도 이들은 "우연이었을 뿐이며 당연히
할일을 했을 뿐이다"며 겸손해 하고 있다.

정작 두사람의 이런 태도를 배워야 할사람은 무엇이든 자신의 공이라고
떠벌리는 전세계의 정치인들이라는게 양대륙 매스컴의 코멘트다.

< 박수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