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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현 전경련회장은 16일 일본경제신문이 도쿄 오쿠라호텔에서 개최한
"아시아의 미래"라는 국제포럼에서 "아시아지역에서의 경제협력"에 관해
강연했다.

강연내용을 요약 소개한다.

<< 편집자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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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세계는 놀라운 변화를 겪고 있으며 향후 이러한 변화는 더욱 빠른
속도와 예측하기 어려운 방향으로 전개될 것이다.

세계경제의 트렌드는 민족주의에서 지역주의로, 다시 글로벌리제이션으로
나아가고 있다.

21세기에 들어가면 글로벌리제이션의 진전이 예상보다 훨씬 급속히
이루어질 것이다.

민족주의가 "1국 1시장"이고, 지역주의가 "1지역 1시장"이라면
글로벌리제이젼은 "전세계 단일시장"이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지역주의와 글로벌리제이션이 병존하는 시대에는 경제활동에 국가간
장벽이 없어지게 되며 기업들은 아무런 보호막도 없는 무한경쟁을 해야할
상황에 서게 된다.

21세기에는 위에서 말씀드린 글로벌리제이션의 진전과 더불어 경제변혁이
다양하게 일어날 전망이다.

첫째 가장 커다란 현상으로, 21세기에는 아시아 지역의 경제발전이 급속히
이루어져 그 규모만으로도 세계경제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앞으로 10년 내지 20년후면 아시아가 실질적으로 세계경제를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둘째 현재도 중요한 산업분야로서 성장하고 있는 정보통신이 21세기에는
더욱 크게 발전하게 될 것이다.

세째는 각국의 GDP에서 소프트웨어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하드웨어산업에
비해 크게 늘어난다는 것이다.

특히 선진국들은 소프트웨어산업에 중점을 두고 하드웨어산업은 후진국에
이전하는 추세다.

네째로 21세기에는 환경문제가 더욱 중요한 이슈로 대두될 것이다.

이 네가지 변화중 첫번째인 아시아지역의 경제발전은 이번 회의의 주제인
"아시아의 미래"와 일치하고 있다.

최근 동아시아지역은 세계에서 잠재력이 가장 큰 시장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현재 동아시아의 인구는 약19억명으로 세계전체의 35%를 차지한다.

GDP규모는 1985년에 3억달러, 1995년에 7억달러 였으며 2005년에는
약14억달러로 늘어날 전망이다.

또한 무역규모는 1985년에 8천억달러, 1995년에 2조6천억달러였으며
2005년에는 약 7조달러로 전망된다.

동아시아의 무역규모가 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현재의 27%에서
10년뒤에는 37%까지 증가해 EU나 NAFTA를 능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시아의 급속한 경제성장과 함께 2020년까지는 APEC이 하나의 지역협력체
로서 부상할 것이다.

그러나 아시아 국가들은 경제발전의 정도에 각국간 큰 차이가 있어
지역주의로 나아가는데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일본은 G-5그룹으로 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인 선진국이며, 그 뒤를 이어
국민소득 1만달러나 2만달러선의 한국, 대만, 싱가포르, 홍콩 등
NIEs4개국이 있다.

그 다음으로 ASEAN국가들과 중국이 있고 또 국민소득 2백달러 수준의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등 준ASEAN이라고 불릴수 있는 국가들로
형성돼 있다.

아시아의 경제협력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소득수준을 지속적으로
향상시켜 각국간의 소득격차를 줄여나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따라서 가장 낙후된 국가들의 소득수준을 우선 1인당 국민소득 1만달러
정도의 NIEs수준까지 끌어올려야 한다.

소득이 낮은 국가일수록 빠른 속도로 성장할 수 있으므로 향후 수년간은
이러한 국가들에 대한 집중적인 지원을 하는데 경제협력의 주안점을 두어야
한다.

중국이나 ASEAN국가들은 자력으로 NIEs수준까지 성장이 가능한 단계에
있지만, 그렇지 않은 나라들은 스스로의 협력은 물론이고 여기에 더하여
일본과 한국을 위시한 NIEs국가들의 협력이 필요하다.

지역주의하에서 아시아의 시장이 경제적으로 국경이 없는 하나의 시장으로
된다고 보면, 저개발국가들의 소득수준이 NIEs수준까지 갈때 아시아의
시장은 하나의 큰 시장이 되며, 결국 이 시장을 모두 공유하게 됨으로써
일본이나 NIEs국가들에게도 이익이다.

낙후된 국가들이 소득을 1만달러 이상으로 올리는 데는 한국의 경험이
좋은 사례로서 도움이 될수 있다고 생각한다.

30여년전 한국경제는 1인당 국민소득 100달러, 수출 5천만달러로
경제수준이 매우 낮은 상황이었다.

자원이 빈약한 한국은 산업구조상 원자재를수입하여 가공수출해야 했는데
원자재를 도입할 외화는 물론, 수출상품을 만들기 위한 기술이 필요했다.

그 당시는 민족주의가 세계를 지배하는 상황이었기에 대부분의 문제는
한국이 스스로 해결할 수 밖에 없었다.

이와 같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60-70년대에 한국이 오늘날과 같이 발전할수
있는 토대를 구축할 수 있게 된 것은 무엇보다도 정치적인 안정과 함께
경제개발을 위한 정부의 강력한 리더쉽, 그리고 저렴하고 풍부한 양질의
노동력과 기업인들의 불굴의 기업가정신 등이 크게 기여했다.

정부는 시장경제체제를 유지하면서 민간의 기업가정신을 고취시키기 위한
정책을 시행해왔으며 또한 민간기업도 끊임없는 경영혁신을 통해 세계수준의
경쟁력을 키우고자 노력해왔다.

그 결과 한국경제는 지난 30여년간 고도성장을 이룩하여 수출은 5천만달러
에서 1,250억달러로, 1인당 국민소득은 1백달러에서 1만달러 이상으로
급신장했다.

또 산업구조면에서도 노동집약적 산업에서 자본집약적 산업으로,
다시 90년대는 기술집약적이며 소프트한 서비스산업으로 발전하고 있다.

지금은 세계적으로 상황이 변하여 민족주의는 약해지고 지역주의와
글로벌리제이젼의 시대로 들어가고 있다.

이것은 곧 경제적으로 한 지역이 한 나라와 같은 영역으로 변하는 것을
의미한다.

낙후된 국가들의 소득이 늘고 시장이 커지면 곧 아시아 지역 전체시장이
커진다.

이는 역내의 모든 국가들에게 이익이 되기 때문에 지역협력은 자발적으로
일어나게 된다.

한국의 GDP가 지금 4,500억달러이고 아시아지역의 GDP가 7억달러인데
저개발 국가들이 10년 내지 20년후에 NIEs수준까지 온다면 아시아 시장의
규모는 20조달러이상 비약적으로 커질 것이다.

아시아 경제협력의 급선무는 일본을 선두로 NIEs 등 개발경험이 있는
나라들이 소득수준이 낮은 이웃 국가들의 경제발전을 적극 도와 전체시장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은 이를 위해 앞장 설 것이다.

이 과정에서 민간기업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다.

민간기업인의 입장에서 볼 때 경제협력에 중요한 것은 상호간 협력을
비즈니스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들어 기술은 정부가 주는 것이 아니라 민간기업이 제공해주기 때문에
기술협력은 비즈니스차원에서 이루어지게 된다.

로열티를 많이 주거나 합작투자를 하면 기술을 얻을 수 있다.

시장개방도 결국 민간차원에서 이루어진다.

품질이 좋고 가격이 싸면 국경을 넘어 비즈니스가 성사된다.

아울러 민간경제의 자연스러운 흐름을 제약하고 지역의 경제협력을
저해하는 정부의 행정규제는 조속히 철폐돼야 한다.

국가의 경제발전과 병행해서 민간기업의 경제기법개발도 대단히 중요하다.

한국은 초기에 경영이론이 부족하고 경영기법 습득이 잘 안돼서 어려움이
많이 겪었다.

지금은 경영대학원 연수나 외국유학도 보내고 전문회사로터 컨설팅도
많이 받고 있다.

또 대부분의 회사는 연수원을 가지고 있어 자체연수를 많이 하고 있다.

경영에서는 각 회사 나름대로 기법을 발휘하고 있으며 그 방법도
다양하다.

선경그룹도 21세기에 다가올 새로운 경쟁에 대비하기 위하여 고유의
경영기법을 개발하여 운영하고 있다.

1979년에 선경경영관리체계(SKMS)를 정립하였고, SKMS를 효과적으로
실행하기 위하여 1989년에는 SUPEX를 만들었다.

SKMS는 통상적인 경영기법에 플러스 알파로 브레인 인게이지먼트를
활용하고 있다.

그렇게 함으로써 자발적이고 의욕적인 종업원의 참여를 이끌어내 인적자원
활용의 극대화를 이루고 있다.

통상적으로 종업원들이 일을 할 때에 자기 머리를 쓰면서 능동적으로
일에 임하는 것보다는 회사의 규정이나 명령 또는 지시에 의하여 피동적으로
움직이는 경향이 많다.

혹자는 말하기를 종업원들이 년간 근무시간중 머리를 쓰면서 일하는
시간은 통상 10% 미만이고 낮게는 3%에 불과하다고 한다.

만약 전 종업원이 두뇌활용을 2배 혹은 3배로 늘린다면 경영성과는
비약적으로 향상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상하간에 회사의 일을 모두 똑같이 이해하고 또 목표를
공유하게 돼 일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전종업원이 협력을 발휘할수 있게
된다.

결과적으로 회사의 큰 목표인 이윤극대화에 기여함은 물론이고 구성원들의
일체감이 살아남으로써 노사관계가 좋아진다.

저는 이들 경영기법에 힘입어 선경이 짧은 시간에 이렇게 성장할수 있었고
또 향후의 지속적인 발전도 가능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또한 아시아지역의 기업발전을 위해 이를 확산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아시아 시장의 성장과 공동번영을 위해서는 일본의 선진기술과
막대한 흑자재원 그리고 한국을 비롯한 NIEs국가들의 성장경험과 경영
노하우를 아시아의 저개발 국가들이 활용할수 있도록 민간차원에서 보다
긴밀한 협력체제가 이루어져야 된다.

민간기업을 중심으로 기업적인 협력이 이루어질 때 아시아 시장은 더욱
커지게 되며 각국간의 소득격차는 좁혀질수 있다.

이를 위해 아시아 국가간의 경제협력에 대해 효과적으로 논의할수 있는
아시아 비즈니스 포럼과 같은 협력기구를 두어 운영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