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루몽] (409) 제10부 정염과 질투의 계절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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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기관이라는 배우는 보옥이 숨겨둔 것이 아니라 성에서 동쪽으로
이십 리쯤 떨어진 자단보라는 마을에 들어가 살고 있는 것이 확인
되었다더구나"
왕부인이 그 일로 인하여 보옥이 아버지한테 맞은 게 아니라는 것을
습인에게 넌지시 일어주면서, 아무튼 나쁜 소문이 퍼지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여겼다.
"저어, 이런 말씀을 드려도 될지."
습인이 왕부인의 눈치를 보며 잠시 머뭇거렸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게냐. 어서 말을 해보렴"
습인이 어깨숨을 한번 쉬고 나서 다시 입을 열었다.
"이유야 어찌 되었든 도련님은 아버님에게 종종 혼이 나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지 않고 내버려두면 앞으로 무슨 일을 저지를지 모르니까요"
왕부인은 습인의 입에서 시녀로서는 감히 할 수 없는 말들이 나오자,
이거 봐라 하는 표정으로 습인을 쳐다보았다.
"너 정말 보통내기가 아니구나.
네 말이 내가 평소에 품고 있던 생각과 같구나.
이번에는 아버지가 너무 심하게 매질을 하긴 했지만.
그렇게라도 바로잡아 주지 않으면 그 애가 어떻게 될지 늘 염려가 되거든.
그 애가 잘못 되는 날에는 내가 살아갈 소망이 없어지는 거지.
아무쪼록 습인이 너도 보옥이를 곁에서 잘 돌보아주기 바래.
네가 잘 하고 있다는 소문이 내 귀에도 들리니 반가운 일이지"
왕부인의 칭찬을 들으며 습인은 속으로 뜨끔하지 않을 수 없었다.
왕부인이 보옥과 습인의 은밀한 행위들을 안다면 습인을 가만 두지 않을
것이 분명하였다.
금천아가 보옥의 수작을 조금 받아준다고 내어쫓기까지 한 왕부인이
아닌가.
또 한편으로 생각하면 왕부인은 이미 보옥과 습인의 일을 알고 있으면서도
모르는 체하고 있는지도 몰랐다.
습인이 보옥의 욕정이 엉뚱한 데로 뻗어가는 것을 막아주는 방패 역할을
해주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보옥 도련님을 대관원에서 나와서 사시도록 하는게
어떤가 하고요.
대관원에 있으면 도련님이 아무래도 대옥 아가씨나 보채 아가씨와 너무
친해질 위험성이 있어서 말이죠.
친척간이라고 하지만 지금처럼 밤낮 같이 어울리다 보면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고, 비록 무슨 일이 생기지 않을지라도 다른 사람들이 어떤
소문을 내고 돌아다닐지 모르죠.
세상 인심이란 없는 일도 있는 것처럼 만드는 법이니까요.
그러면 대감님과 마님 체면이 말이 되지 않을 것잖아요"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10일자).
이십 리쯤 떨어진 자단보라는 마을에 들어가 살고 있는 것이 확인
되었다더구나"
왕부인이 그 일로 인하여 보옥이 아버지한테 맞은 게 아니라는 것을
습인에게 넌지시 일어주면서, 아무튼 나쁜 소문이 퍼지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여겼다.
"저어, 이런 말씀을 드려도 될지."
습인이 왕부인의 눈치를 보며 잠시 머뭇거렸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게냐. 어서 말을 해보렴"
습인이 어깨숨을 한번 쉬고 나서 다시 입을 열었다.
"이유야 어찌 되었든 도련님은 아버님에게 종종 혼이 나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지 않고 내버려두면 앞으로 무슨 일을 저지를지 모르니까요"
왕부인은 습인의 입에서 시녀로서는 감히 할 수 없는 말들이 나오자,
이거 봐라 하는 표정으로 습인을 쳐다보았다.
"너 정말 보통내기가 아니구나.
네 말이 내가 평소에 품고 있던 생각과 같구나.
이번에는 아버지가 너무 심하게 매질을 하긴 했지만.
그렇게라도 바로잡아 주지 않으면 그 애가 어떻게 될지 늘 염려가 되거든.
그 애가 잘못 되는 날에는 내가 살아갈 소망이 없어지는 거지.
아무쪼록 습인이 너도 보옥이를 곁에서 잘 돌보아주기 바래.
네가 잘 하고 있다는 소문이 내 귀에도 들리니 반가운 일이지"
왕부인의 칭찬을 들으며 습인은 속으로 뜨끔하지 않을 수 없었다.
왕부인이 보옥과 습인의 은밀한 행위들을 안다면 습인을 가만 두지 않을
것이 분명하였다.
금천아가 보옥의 수작을 조금 받아준다고 내어쫓기까지 한 왕부인이
아닌가.
또 한편으로 생각하면 왕부인은 이미 보옥과 습인의 일을 알고 있으면서도
모르는 체하고 있는지도 몰랐다.
습인이 보옥의 욕정이 엉뚱한 데로 뻗어가는 것을 막아주는 방패 역할을
해주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보옥 도련님을 대관원에서 나와서 사시도록 하는게
어떤가 하고요.
대관원에 있으면 도련님이 아무래도 대옥 아가씨나 보채 아가씨와 너무
친해질 위험성이 있어서 말이죠.
친척간이라고 하지만 지금처럼 밤낮 같이 어울리다 보면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고, 비록 무슨 일이 생기지 않을지라도 다른 사람들이 어떤
소문을 내고 돌아다닐지 모르죠.
세상 인심이란 없는 일도 있는 것처럼 만드는 법이니까요.
그러면 대감님과 마님 체면이 말이 되지 않을 것잖아요"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