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대담] 한-일 생산성본부 회장에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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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생산성본부는 최근 생산성향상촉진대회의 일환으로 일본사회경제
생산성본부 미야이 진노스케이사장을 초청했다.
미야이 이사장은 한국생산성본부가 주최한 "신경영혁신 최고경영자
조찬회"에 참석, "정보화의 급진전 등 기업을 둘러싼 경영환경의 변화는
21세기를 선도해나갈 새로운 "생산성 패러다임"의 출현을 요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경제신문은 "2000년대를 향한 생산성 패러다임"이라는 주제로
이동훈 한국생산성본부회장과 미야이 이사장간의 특별대담을 마련했다.
이날 대담은 류화선 한국경제신문 부국장대우 산업1부장의 사회로
진행됐다.
<편집자>
*********************************************************************
<>이동훈회장 = 최근 "세계화" "정보화" 라는 개념이 경영의 키워드로
등장하고 있는 느낌입니다.
시장의 구조나 국민의식도 그에 맞춰 변화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기존 노동이나 자본을 위주로 한 생산성 패러다임은 현실적
적합성을 잃고 있지 않느냐는 지적도 있습니다.
<>미야이 진노스케이사장 = 분명 생산성이란 개념은 시대와 상황에 따라
달라집니다.
세계적 조류와 연계해볼 때 일본에서는 2차례에 걸쳐 생산성운동이
큰 붐을 이룬 적이 있습니다.
첫번째 시기는 2차대전이 끝난직후인 40년대 후반부터 60년대 전반까지
였습니다.
이 기간의 생산성 개념은 "물자를 많이 만들고 보자는 식"의 양적
생산성운동이었습니다.
2차붐을 이룬 시기는 80년대 이후입니다.
이 때는 개발도상국들이 정치적 혼란을 딛고 경제부흥기로 나아가는
세계사적 사조와 맥락이 닿아있습니다.
글로벌시대를 맞아 각 국가간 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품질향상이
경쟁력 확보의 관건이 된 것도 이 시기의 특징입니다.
결국 1차붐시기가 질을 희생하더라도 양을 추구하는 식이었다면
2차붐시기는 품질개념이 각광을 받은 때라고 할 수 있습니다.
90년대는 한 가지 개념이 더 추가됩니다.
대외고객만족을 위한 품질향상뿐만 아니라 내부고객 즉 종업원 만족이
생산성 개념에 새롭게 포함됐습니다.
<>이동훈회장 = 앞에서 지적하신 것처럼 한국에서의 생산성운동도
경제발전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전개됐습니다.
60년대 한국의 생산성운동은 장시간의 노동투입을 통한 양적 팽창이
주목적이었습니다.
1차산업인 농업위주에서 제조업위주로 이행하던 시기였기 때문입니다.
생산성운동은 주로 노동집약적인 섬유 봉제 농산물 가공식품에
국한됐습니다.
70년대 들어서면서 한국경제는 경공업을 중심으로 제조업의 도약기를
맞았습니다.
따라서 생산성운동도 수출증대를 위한 단순한 양적 차원의 확장에서
질향상을 위한 품질관리활동 등 여러 과학적 관리기법이 도입됐습니다.
80년대는 사회.정치적인 민주화열기가 분출된 시기라고 특징지울
수 있습니다.
노사관계가 악화되고 임금이 상승하게 됐지요.
자연히 생산성향상 운동의 목적도 공장자동화나 사무자동화 등 설비투자의
효율을 증대하는 쪽에 초점이 맞춰졌습니다.
WTO(세계무역기구)출범 등 국제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90년대는 생산성
개념이 단위기업 차원을 넘어 국가적인 경쟁력 확보 차원으로 확대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리엔지니어링이나 벤치마킹도 이같은 맥락으로 이해됩니다.
<>미야이 이사장 = 생산성의 사전적 의미는 "산출대비 투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과거 생산성 개념은 투입의 요소, 즉 노동생산성이라든가 자본의 효율적
이용 등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반면 90년대에는 인간적인 삶의 가치가 부각되면서 산출부문이 중요해
졌습니다.
즉 소비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제품을 생산해야 된다는 것이죠.
산술적인 능률의 제고가 아니라 인간에 충실한 문화욕구에 부응하는
방향으로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는 겁니다.
고객이 기업에 대해 요구하는 사후서비스나 기능적합성 등이 새롭게
생산성 평가요소로 포함되고 있는 것도 이같은 시대적 특징을 반영합니다.
고객이 필요로 하지 않는 상품을 만드는 것은 그만큼 생산성이 낮다는
것을 의미하지요.
<>이회장 = 옳은 지적이십니다.
그런 차원에서 새롭게 등장하고 있는 것이 "녹색 생산성"이란 개념입니다.
수량적인 생산성이 증가한다 하더라도 이것이 자연파괴나 공해발생의
댓가로 이루어졌다면 사회 전체적으로 생산성은 오히려 떨어진다는
인식의 변화입니다.
"삶의 질"을 중심에 두는 개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적 생산성"이라는 개념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까지 기존의 투입요소가 토지 노동 원료 등 실물요소였다면 90년대
생산성 패러다임에서는 지식 정보 이미지 문화 같은 무형의 지적 자산이
중요하게 대두되고 있습니다.
기업의 가치도 앞으로는 빌딩 기계 재고와 같은 실물자산의 보유정도보다
지식을 창조해 분배하는 능력에 따라 결정될 것입니다.
화이트 칼라나 서비스산업의 생산성이 각광받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미야이 이사장 = 서비스산업 생산성과 관련해 주목받고 있는 개념이
"다요소 생산성"입니다.
제조업 생산성은 노동이나 자본의 투입에 대비된 산출로서 어느 정도
수량화하는 게 가능하지만 서비스산업은 생산성을 수량화하기가 어렵습니다.
이처럼 수량화하기 어려운 투입요소를 모두 포괄한 개념이 "다요소
생산성"입니다.
여기에는 "기술혁신"이나 "근로자 사기" "조직 풍토" 등 수량화하기
어려운 다양한 요소가 포함됩니다.
<>이회장 = 말씀하신 것처럼 서비스산업 생산성은 측정방법이 객관화돼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제조업이건 서비스업이건 고객만족 없이는 경영성공이 어렵다는
점에서 서비스산업 생산성, 특히 고객만족도를 측정할 수 있는 다양한
측정방법이 개발돼야 할 것입니다.
<>미야이 이사장 = 환경과 생산성은 서로 부의 효과를 갖고 있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환경보전에 투자하다 보면 비용이 많이 들어 생산성을 떨어뜨린다는
논리죠.하지만 저는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환경보전과 생산성이 동의어로 나아가야 하고 또 그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생산성향상의 목적은 "삶의 질" 향상인데 환경파괴는 이러한 생산성
향상의 목적과 배치됩니다.
그런 점에서 기술혁신이나 기술진보 등이 환경분야에서 큰 힘을
발휘하고 해결의 길을 제시하리라고 봅니다.
환경과 관련된 기술혁신은 다음 세대에 공해 없는 고부가치산업을
창출하는데 도움을 줄 것입니다.
<>이회장 = 지적 생산성과 관련해 주목할 만한 사실은 인터넷 등의
확산으로 "네트워크 생산성"이라는 개념이 등장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정보교류가 전세계적으로 시스템화됨으로써 정보의 공유가 용이해
졌습니다.
이와같은 네트워크 사회에서 한.일양국간 생산성운동의 협력방향을
모색해 봤으면 합니다.
<>미야이 이사장 = 인터넷시스템 등 정보네트워크가 확산됨으로써
과거에는 불가능 했던 일들이 가능해지고 있습니다.
기업간 연계가 활발해지면서 새로운 경영시스템이 창출되고 있고
기업문화도 과거와 달라지고 있지요.
일본의 경우 정보공유를 통해 비용이 약 50%가량 감소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한.일 양국간 협력도 이런 네트워크시스템의 발달로 질과 양 모든
측면에서 향상되리라 봅니다.
<>이회장 = 기본적으로 민간 부문인 기업들이 생산성을 향상시킴으로써
국가경쟁력은 극대화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정부도 자체적으로 생산성증가를 위한 노력이 있어야 할 뿐 아니라
기업들이 능력을 최대한으로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봅니다.
<>미야이 이사장 = 정부는 기업 스스로가 시장경제 원리에 의해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도록 조정이 필요한 일정부분을 제외하고는 보호와 개입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봅니다.
이를 위해 각종 행정규제조치를 완화해 기업이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기업활동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게 중요합니다.
<>이회장 = 행정규제를 완화한다는 소극적인 측면도 중요하지만 경제
규모가 확대되고 물동량이 증가하면 기업의 물류생산성 향상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정부는 물론 도로 항만 등 사회간접자본을 대폭적으로 확충해야 합니다.
또 정보화사회에 대비해 정보인프라의 구축이나 정보산업 인재양성 등도
정부가 힘써야 할 사항입니다.
<>미야이 이사장 = 맞는 말씀이십니다.
새로운 생산성 패러다임 하에서 생산성향상의 핵심적 요소인 인적 자원의
육성을 기업에만 맡겨둘 수는 없습니다.
단기간의 교육과 훈련에 대한 투자로 인재가 만들어질 수 없는 만큼
인재육성의 하부구조, 즉 학교교육 및 직업훈련 등 공교육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봅니다.
<>이회장 = 새로운 경영환경 하에서 기업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어떤 조직체계를 가져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만
무엇보다도 조직형태를 유연하게 변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보다 수평적이고 슬림화된 팀조직이 현재의 계층화된 조직체계의 유력한
대안으로 떠오르는 것도 이 때문이지요.
고객지향적인 가치를 신속하게 창출해 전달하기 위해서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살릴 수 있는 팀중심의 자율적인 수평조직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마야이 이사장 = 그런 점에서 본다면 생산성향상을 위한 조직구성에는
두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첫째는 리스트럭처링 등을 통해 기업내 무능력자를 도태시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비록 무능력자라 할지라도 고용을 보장해주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일본 기업들의 분위기는 후자쪽이었습니다.
기업내에 무능한 사람도 공존시키는 쪽이 유리하기 때문이라는 판단에서
였지요.
다양한 사람을 잘 활용하면 조직의 유연성을 기할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저는 이 논리에 전적으로 동감하고 있습니다.
탁월한 사람을 배출하기는 어렵지만 균형있는 노동수준을 유지할 수 있어
장기적으로는 기업에 보탬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조직의 일체감이나 연대감을 형성해 바람직한 노사관계의 형성에도
일조한다고 봅니다.
20세기의 키워드가 "성장"이었다고 한다면 21세기는 "안정"입니다.
<>이회장 = 경영자의 리더쉽이나 기업이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요.
경쟁이 치열하거나 경영이 흔들릴 경우 무능력한 사람들을 마냥
끌어안고 있을 수는 없는 일 아니겠습니까.
기업경쟁력 확보라는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는 면도 있는 것 같은데요.
때로는 충격요법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미야이 이사장 = 저도 제 말이 모든 상황에 다 적용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일본기업들도 최근 4년간의 불황을 의식, 리스트럭처링이나 리엔니어링
등을 통해 감량경영에 나서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회장 = 끝으로 생산성향상 운동의 진로랄까 방향에 대해 짚어보죠.
제 견해부터 말씀드리면 지금까지의 생산성향상 운동이 투입되는 노동이나
자본의 효율성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앞으로는 에너지자원 등이 얼마나
낭비와 공해없이 사용되는가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미야이 이사장 = 동감입니다.
한국도 마찬가지겠지만 일본에서는 생산성의 개념이 경제적 의미를
넘어 사회 문화 정치적인 의미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일본생산성본부가 94년 자매단체였던 사회경제국민회의와 통합해
사회경제 생산성본부로 발족한 것도 생산성의 사회적인 의미가 커졌기
때문이죠.
"삶의 질"을 향상시킨다는 새로운 과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단일
직장이나 단일기업에서의 생산성향상 운동만으로는 불충분하다고 봅니다.
보다 폭넓은 시야에서 사회 전반적인 생산성향상을 위한 노력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정리=손상우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2일자).
생산성본부 미야이 진노스케이사장을 초청했다.
미야이 이사장은 한국생산성본부가 주최한 "신경영혁신 최고경영자
조찬회"에 참석, "정보화의 급진전 등 기업을 둘러싼 경영환경의 변화는
21세기를 선도해나갈 새로운 "생산성 패러다임"의 출현을 요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경제신문은 "2000년대를 향한 생산성 패러다임"이라는 주제로
이동훈 한국생산성본부회장과 미야이 이사장간의 특별대담을 마련했다.
이날 대담은 류화선 한국경제신문 부국장대우 산업1부장의 사회로
진행됐다.
<편집자>
*********************************************************************
<>이동훈회장 = 최근 "세계화" "정보화" 라는 개념이 경영의 키워드로
등장하고 있는 느낌입니다.
시장의 구조나 국민의식도 그에 맞춰 변화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기존 노동이나 자본을 위주로 한 생산성 패러다임은 현실적
적합성을 잃고 있지 않느냐는 지적도 있습니다.
<>미야이 진노스케이사장 = 분명 생산성이란 개념은 시대와 상황에 따라
달라집니다.
세계적 조류와 연계해볼 때 일본에서는 2차례에 걸쳐 생산성운동이
큰 붐을 이룬 적이 있습니다.
첫번째 시기는 2차대전이 끝난직후인 40년대 후반부터 60년대 전반까지
였습니다.
이 기간의 생산성 개념은 "물자를 많이 만들고 보자는 식"의 양적
생산성운동이었습니다.
2차붐을 이룬 시기는 80년대 이후입니다.
이 때는 개발도상국들이 정치적 혼란을 딛고 경제부흥기로 나아가는
세계사적 사조와 맥락이 닿아있습니다.
글로벌시대를 맞아 각 국가간 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품질향상이
경쟁력 확보의 관건이 된 것도 이 시기의 특징입니다.
결국 1차붐시기가 질을 희생하더라도 양을 추구하는 식이었다면
2차붐시기는 품질개념이 각광을 받은 때라고 할 수 있습니다.
90년대는 한 가지 개념이 더 추가됩니다.
대외고객만족을 위한 품질향상뿐만 아니라 내부고객 즉 종업원 만족이
생산성 개념에 새롭게 포함됐습니다.
<>이동훈회장 = 앞에서 지적하신 것처럼 한국에서의 생산성운동도
경제발전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전개됐습니다.
60년대 한국의 생산성운동은 장시간의 노동투입을 통한 양적 팽창이
주목적이었습니다.
1차산업인 농업위주에서 제조업위주로 이행하던 시기였기 때문입니다.
생산성운동은 주로 노동집약적인 섬유 봉제 농산물 가공식품에
국한됐습니다.
70년대 들어서면서 한국경제는 경공업을 중심으로 제조업의 도약기를
맞았습니다.
따라서 생산성운동도 수출증대를 위한 단순한 양적 차원의 확장에서
질향상을 위한 품질관리활동 등 여러 과학적 관리기법이 도입됐습니다.
80년대는 사회.정치적인 민주화열기가 분출된 시기라고 특징지울
수 있습니다.
노사관계가 악화되고 임금이 상승하게 됐지요.
자연히 생산성향상 운동의 목적도 공장자동화나 사무자동화 등 설비투자의
효율을 증대하는 쪽에 초점이 맞춰졌습니다.
WTO(세계무역기구)출범 등 국제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90년대는 생산성
개념이 단위기업 차원을 넘어 국가적인 경쟁력 확보 차원으로 확대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리엔지니어링이나 벤치마킹도 이같은 맥락으로 이해됩니다.
<>미야이 이사장 = 생산성의 사전적 의미는 "산출대비 투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과거 생산성 개념은 투입의 요소, 즉 노동생산성이라든가 자본의 효율적
이용 등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반면 90년대에는 인간적인 삶의 가치가 부각되면서 산출부문이 중요해
졌습니다.
즉 소비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제품을 생산해야 된다는 것이죠.
산술적인 능률의 제고가 아니라 인간에 충실한 문화욕구에 부응하는
방향으로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는 겁니다.
고객이 기업에 대해 요구하는 사후서비스나 기능적합성 등이 새롭게
생산성 평가요소로 포함되고 있는 것도 이같은 시대적 특징을 반영합니다.
고객이 필요로 하지 않는 상품을 만드는 것은 그만큼 생산성이 낮다는
것을 의미하지요.
<>이회장 = 옳은 지적이십니다.
그런 차원에서 새롭게 등장하고 있는 것이 "녹색 생산성"이란 개념입니다.
수량적인 생산성이 증가한다 하더라도 이것이 자연파괴나 공해발생의
댓가로 이루어졌다면 사회 전체적으로 생산성은 오히려 떨어진다는
인식의 변화입니다.
"삶의 질"을 중심에 두는 개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적 생산성"이라는 개념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까지 기존의 투입요소가 토지 노동 원료 등 실물요소였다면 90년대
생산성 패러다임에서는 지식 정보 이미지 문화 같은 무형의 지적 자산이
중요하게 대두되고 있습니다.
기업의 가치도 앞으로는 빌딩 기계 재고와 같은 실물자산의 보유정도보다
지식을 창조해 분배하는 능력에 따라 결정될 것입니다.
화이트 칼라나 서비스산업의 생산성이 각광받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미야이 이사장 = 서비스산업 생산성과 관련해 주목받고 있는 개념이
"다요소 생산성"입니다.
제조업 생산성은 노동이나 자본의 투입에 대비된 산출로서 어느 정도
수량화하는 게 가능하지만 서비스산업은 생산성을 수량화하기가 어렵습니다.
이처럼 수량화하기 어려운 투입요소를 모두 포괄한 개념이 "다요소
생산성"입니다.
여기에는 "기술혁신"이나 "근로자 사기" "조직 풍토" 등 수량화하기
어려운 다양한 요소가 포함됩니다.
<>이회장 = 말씀하신 것처럼 서비스산업 생산성은 측정방법이 객관화돼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제조업이건 서비스업이건 고객만족 없이는 경영성공이 어렵다는
점에서 서비스산업 생산성, 특히 고객만족도를 측정할 수 있는 다양한
측정방법이 개발돼야 할 것입니다.
<>미야이 이사장 = 환경과 생산성은 서로 부의 효과를 갖고 있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환경보전에 투자하다 보면 비용이 많이 들어 생산성을 떨어뜨린다는
논리죠.하지만 저는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환경보전과 생산성이 동의어로 나아가야 하고 또 그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생산성향상의 목적은 "삶의 질" 향상인데 환경파괴는 이러한 생산성
향상의 목적과 배치됩니다.
그런 점에서 기술혁신이나 기술진보 등이 환경분야에서 큰 힘을
발휘하고 해결의 길을 제시하리라고 봅니다.
환경과 관련된 기술혁신은 다음 세대에 공해 없는 고부가치산업을
창출하는데 도움을 줄 것입니다.
<>이회장 = 지적 생산성과 관련해 주목할 만한 사실은 인터넷 등의
확산으로 "네트워크 생산성"이라는 개념이 등장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정보교류가 전세계적으로 시스템화됨으로써 정보의 공유가 용이해
졌습니다.
이와같은 네트워크 사회에서 한.일양국간 생산성운동의 협력방향을
모색해 봤으면 합니다.
<>미야이 이사장 = 인터넷시스템 등 정보네트워크가 확산됨으로써
과거에는 불가능 했던 일들이 가능해지고 있습니다.
기업간 연계가 활발해지면서 새로운 경영시스템이 창출되고 있고
기업문화도 과거와 달라지고 있지요.
일본의 경우 정보공유를 통해 비용이 약 50%가량 감소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한.일 양국간 협력도 이런 네트워크시스템의 발달로 질과 양 모든
측면에서 향상되리라 봅니다.
<>이회장 = 기본적으로 민간 부문인 기업들이 생산성을 향상시킴으로써
국가경쟁력은 극대화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정부도 자체적으로 생산성증가를 위한 노력이 있어야 할 뿐 아니라
기업들이 능력을 최대한으로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봅니다.
<>미야이 이사장 = 정부는 기업 스스로가 시장경제 원리에 의해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도록 조정이 필요한 일정부분을 제외하고는 보호와 개입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봅니다.
이를 위해 각종 행정규제조치를 완화해 기업이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기업활동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게 중요합니다.
<>이회장 = 행정규제를 완화한다는 소극적인 측면도 중요하지만 경제
규모가 확대되고 물동량이 증가하면 기업의 물류생산성 향상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정부는 물론 도로 항만 등 사회간접자본을 대폭적으로 확충해야 합니다.
또 정보화사회에 대비해 정보인프라의 구축이나 정보산업 인재양성 등도
정부가 힘써야 할 사항입니다.
<>미야이 이사장 = 맞는 말씀이십니다.
새로운 생산성 패러다임 하에서 생산성향상의 핵심적 요소인 인적 자원의
육성을 기업에만 맡겨둘 수는 없습니다.
단기간의 교육과 훈련에 대한 투자로 인재가 만들어질 수 없는 만큼
인재육성의 하부구조, 즉 학교교육 및 직업훈련 등 공교육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봅니다.
<>이회장 = 새로운 경영환경 하에서 기업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어떤 조직체계를 가져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만
무엇보다도 조직형태를 유연하게 변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보다 수평적이고 슬림화된 팀조직이 현재의 계층화된 조직체계의 유력한
대안으로 떠오르는 것도 이 때문이지요.
고객지향적인 가치를 신속하게 창출해 전달하기 위해서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살릴 수 있는 팀중심의 자율적인 수평조직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마야이 이사장 = 그런 점에서 본다면 생산성향상을 위한 조직구성에는
두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첫째는 리스트럭처링 등을 통해 기업내 무능력자를 도태시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비록 무능력자라 할지라도 고용을 보장해주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일본 기업들의 분위기는 후자쪽이었습니다.
기업내에 무능한 사람도 공존시키는 쪽이 유리하기 때문이라는 판단에서
였지요.
다양한 사람을 잘 활용하면 조직의 유연성을 기할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저는 이 논리에 전적으로 동감하고 있습니다.
탁월한 사람을 배출하기는 어렵지만 균형있는 노동수준을 유지할 수 있어
장기적으로는 기업에 보탬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조직의 일체감이나 연대감을 형성해 바람직한 노사관계의 형성에도
일조한다고 봅니다.
20세기의 키워드가 "성장"이었다고 한다면 21세기는 "안정"입니다.
<>이회장 = 경영자의 리더쉽이나 기업이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요.
경쟁이 치열하거나 경영이 흔들릴 경우 무능력한 사람들을 마냥
끌어안고 있을 수는 없는 일 아니겠습니까.
기업경쟁력 확보라는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는 면도 있는 것 같은데요.
때로는 충격요법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미야이 이사장 = 저도 제 말이 모든 상황에 다 적용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일본기업들도 최근 4년간의 불황을 의식, 리스트럭처링이나 리엔니어링
등을 통해 감량경영에 나서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회장 = 끝으로 생산성향상 운동의 진로랄까 방향에 대해 짚어보죠.
제 견해부터 말씀드리면 지금까지의 생산성향상 운동이 투입되는 노동이나
자본의 효율성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앞으로는 에너지자원 등이 얼마나
낭비와 공해없이 사용되는가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미야이 이사장 = 동감입니다.
한국도 마찬가지겠지만 일본에서는 생산성의 개념이 경제적 의미를
넘어 사회 문화 정치적인 의미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일본생산성본부가 94년 자매단체였던 사회경제국민회의와 통합해
사회경제 생산성본부로 발족한 것도 생산성의 사회적인 의미가 커졌기
때문이죠.
"삶의 질"을 향상시킨다는 새로운 과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단일
직장이나 단일기업에서의 생산성향상 운동만으로는 불충분하다고 봅니다.
보다 폭넓은 시야에서 사회 전반적인 생산성향상을 위한 노력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정리=손상우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