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산을 처음 다니기 시작한것은 3년전이다.

사업을 한답시고 여기저기 다니다보니 늘 시간에 쫓기고 늦은시간
귀가해 배고픔에 허겁지겁 한술 먹고나면 피로와 노곤함으로 잠자리에
드는것이 전부가 되었다.

늘 이런 생활이 반복되고 아침 일찍 차를 타고 출근할 때면 등산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바쁘면 산에 갈 시간에 잠이나 더 자고 피로나 풀지"하는
생각을 하면서 그들을 이상하게 생각했다.

늦은 결혼에 그해부터는 아내가 해주는 음식을 먹으면서 건강이 더욱
좋아졌다고 만족해 했으며 일요일이 되면 하루종일 집에서 쉬면서 책을
보거나 TV를 보는것이 건강을 지키는데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또다른 몇년을 보냈다.

그때 친구들은 벌써 다른 친구와 함께 수목원을 다니고 산을 즐기면서
건강을 유지했다.

거듭된 권유로 93년 늦가울 어느 일요일 바로 집앞에 있는 우면산을
친구와 함께 올랐다.

씩씩하게 올라가는 친구의 뒷모습을 10m 50m... 뒤에서 바라보면서
뒤에서 따라오는 60이 훨씬 넘는 노인을 앞세우면서 자꾸만 뒤처졌다.

헐떡거리는 내 숨소리가 산을 내려가는 사람들로 하여금 안타깝게
다시 쳐다보는 구경거리를 만들고 있었다.

산 정상에 올랐을때 상취감 보다는 서글픔이 가슴 가득했고 내려오는
길에는 후들거리며 떨리는 다리를 멈추게 할수 없었다.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읽게 된다.

이 평범한 진리만이 머리에 가득했다.

그후 나는 매주 일요일 산을 오르고 이산 저산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겨울은 눈으로 하얀 눈꽃산을 즐기고 봄이면 푸르름과 새싹보는 재미로,
여름이면 이른 아침 시원한 공기를 즐기며, 가을을 변해가는 나뭇잎의
색깔을 즐기면서 방배동에 살고 있는 친구 부부들과 함께 산을 오른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다니는 곳은 나보다 앞서 사람들로 인하여
등산하기에 편리하도록 모든 시설이 되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나도 이제 산을 오르면서 내 뒤에 오는 또다른 나와 같은 이들을 위해
눈이 오면 눈도 치우고 돌이 있으면 밟고 지나가기 편리하도록 손도 보고,
떨어진 종이가 산을 찾는 이의 마음을 짜증나게 할까 두려워 치우는
여유도 생겼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