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과는 달리 올해도 경상수지 적자가 그다지 줄어들지 않으리라는
전망이 우리의 주의를 환기시키고 있다.

경상수지 적자가 여전하리라는 예측의 근거는 두가지인데 하나는 엔화
약세로 우리 수출이 위축되기 쉽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경기 하강세가
예상보다 완만하다는 것이다.

외국인 주식투자 확대를 전후해 해외자본 유입이 늘어난 탓으로 최근
원화환율이 달러당 770원대로 절상 추세를 보인데 비해 엔화 시세는 달러당
106.78엔으로 상대적인 약세를 보이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하반기 원화환율이 달러당 760원선으로 절상되고,
엔화는 달러당 103엔 정도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따라서 하반기 이후 엔화 약세의 부정적인 영향이 우리의 수출에 부담을
줄 가능성이 많은데, 업종별로는 가전 조선 자동차 등의 타격이 클 것이며
반도체및 기타 전자부품에서도 일본 제품과의 경쟁이 심해질 전망이다.

조선업의 경우 올 1.4분기 수주물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6.7%나
줄었으며 올초부터 반도체 값이 상당히 떨어져 수출증대가 더욱 어려워질
것 같다.

한편 한국개발연구원(KDI)을 비롯한 몇몇 연구기관들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7.5%로 상향 조정한데서 알수 있듯이 경기 하강추세가 예상보다
완만함에 따라 경상수지 적자축소가 쉽지 않을수 있다.

특히 설비투자및 수출의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는 데도 불구하고 이 정도의
경제성장을 한다면 성장내용이 민간 소비증가를 바탕으로 한 내수주도형
성장이 될 가능성이 많다.

이 경우 물가안정을 위협해 경기 연착륙을 어렵게 할수 있으며 소비재의
수입증가 이외에도 원가상승 때문에 수출제품의 가격경쟁력이 약해져
경상수지악화를 부채질할까 걱정된다.

성장 물가와 함께 거시경제 정책의 주요 사항인 국제수지의 균형을
이루자면 기본적으로 국제경쟁력을 강화해 수출을 늘릴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해서는 거시경제를 안정시키고 자본재산업을 하루빨리 육성해야
한다.

물가 임금 금리 환율 등이 하향 안정돼야 고비용-저능률의 경제체질을
강화시킬수 있는 밑바탕이 마련된다.

단기적으로 특히 환율안정이 중요한데 우리기업들의 해외 직접투자가
한 방법이 될수 있다.

현지의 값싼 노동력을 활용해 국내외 저가품 시장에 진출하는 한편
기술개발 마케팅 자금조달 등에 필요한 전 세계적인 네트워크를 구성해
우리 제품의 비가격 경쟁력을 강화할수 있기 때문이다.

투자자금의 해외 유출로 자본수지흑자에 따른 환율절상 압력을 완화시킬수
있음은 물론이다.

자본재산업의 육성을 위해 최근 정부가 외화대출 확대를 포함한 자금지원
방안을 내놓았지만 아직도 개선해야 할 점이 없지 않다.

한 예로 국산 기계를 할부 구입할 때 외화대출을 받을수 없는 것은
형평에도 어긋난다고 생각된다.

세계화 시대에는 과거처럼 수입규제를 통해 국제수지를 방어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수출증대를 추진할 수밖에 없다.

그러자면 정부와 기업이 서로 긴밀하게 협조하여 경제구조 개선의
과도기적인 어려움을 슬기롭게 헤쳐나가야 하겠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