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주주 권한강화, 감사및 공시제도 정비등으로 대기업에 대한 외부
견제기능을 강화하는 대신 여신관리대상을 현재의 30대그룹에서 10대그룹
으로 줄이겠다는 발표가 나왔다.

이른바 신노사구상에 이어 발표된 이같은 여신관리제도 개편방침은 정부가
추진하려는 대기업정책의 윤곽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점에서 특히 관심을
끈다.

현재의 여신관리제도는 박정희대통령의 5.29조치에 따른 것이다.

8.3조치로 사채를 동결, 대기업들에게 "당근"을 준 대신 주거래은행을
통한 여신한도 관리제도를 금융단협정형식으로 도입토록 했었다.

그후 20여년간 이 제도는 정치상황에 따라 강도가 달라지기는 했지만
중단되지 않고 시행돼왔다.

이 제도의 도입은 공정거래법도 없고, 금융시장개방은 생각할 계제가
아니었던 당시 상황에서는 매우 적절한 것이었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이 제도는 기업의 비업무용 부동산매입등 변칙적인 경영을
규제하고 경제력집중을 억제하는 수단으로서 상당기간 효과적이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 상황에서도 이 제도가 꼭 필요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이 제도의 규제대상이 되고 있는 대기업 관계자들은 물론이고 정부나
학계에서도 재검토 주장은 결코 적지 않다.

신경제 5개년계획에서 이 제도의 축소개선방침을 분명히 한 것도 그 예다.

실제로 이 제도의 상당부분은 공정거래법과 겹친다.

차입금에 의한 무리한 기업확장을 막기 위한 공정거래법상의 출자총액규제
상호지급보증 제한등이 그것이다.

경제력 집중을 막기 위한 강력한 법률이 있고 이를 전담하는 정부기구가
있는데 중복해서 비슷한 일을 은행에서 또 다뤄야 할 이유가 있느냐는
지적이 우선 가능하다.

여신관리업무는 엄격히 따지면 은행으로서는 과외업무다.

상업금융기관이 막대한 인력과 비용을 투입해 이 업무를 전담하는 부서를
운영해야 할 까닭이 없다.

끝없이 여신관리제도를 존속시키는 것은 은행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측면에서도 문제가 있다고 할수 있다.

여신관리대상 축소방침과 함께 발표된 소액주주 권한강화등은 기업입장에서
보면 또하나의 "부담"이다.

회계장부 열람 주주총회 소집등을 요구할수 있는 소액주주의 범위를
현재의 지분율 5%이상에서 1~2%로 낮추는 것이 우선 그렇고, 대주주에 대한
가지급금.담보제공등을 즉시 공시토록 하겠다는 것도 그렇다.

소액주주 권한강화등은 두말할 것도 없이 작년의 비자금사건이후 강하게
일고있는 기업경영에 대한 투명성요구를 반영한 것들이다.

그러나 이들 제도가 실제로 도입된다면 적어도 초기단계에서는 부작용도
결코 없지만은 않을 것이란게 대기업관계자들의 공통된 우려다.

바로 이같은 대기업관계자들의 걱정을 감한한다면 여신관리 제도개편을
좀더 과감할 필요가 있다.

정책당국자들이 규제완화를 기회있을 때마다 강조해 왔지만 대기업에
대한 규제는 논의자체가 활발하지 못했던게 사실이다.

과연 여신관리제도를 끝없이 존속시켜야 할지 따져봐야 할 때가 됐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