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촌신도시에서 매일 서울역까지 지하철을 이용하여 출퇴근을 하는
직장인이다.

지하철이 시민들에게 얼마나 중요한 교통시설인가는 말 할 나위도
없다.

출퇴근길 지하철 승객들은 조용히 책을 읽는 사람, 수면을 취하는
사람, 옆의 사람과 나직이 담소하는 사람 등등이 있다.

이러한 광경을 보노라면 우리나라도 이제 지하철문화가 정착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런데 한가지 "옥의 티"가 있다.

운행중 갑자기 차내에 심한 클릭음이 나면서 지하철안내방송이
시작되어 승객들은 놀란듯 눈을 뜨고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일시
산만한 분위기가 되었다가 이윽고 다시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간다.

방송의 내용은 주로 철도이용안내, 또는 환경정화 캠페인 등이다.

긴급한 상황이 발생했다면 누구나 이해하겠지만 이런 캠페인성
내용일 때 어쩐지 권리를 침해받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그리고 일상적인 정거장 안내방송을 할 경우에는 보다 밝고 부드러운
아나운스먼트로 바꾸면 지하철은 더 아늑하고 편안한 교통수단이 되지
않을까 한다.

지하철이 보다 편하고 쾌적한 시민의 발이 되기 위해선 이용하는 시민의
입장이 되어 좀더 세심한 배려가 있어야 할 줄로 안다.

허성현 < 서울 중구 남대문로 5가 >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