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지며 만남과 모임을 통해 동호동락함으로써 아름다운 추억을 남기고
때로는 미련과 아쉬움을 갖게 된다.
뿐만아니라 유유상종 끼리끼리 서로 관계를 맺으며 협조하는 가운데
자기의 삶을 보다 더 뜻있고 풍요롭게 가꾸어갈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다고
본다.
그런데 장난꾸러기 소꿉친구들, 청도군 풍각국민학교 제4회동기생 가운데
대구에 거주하는 사람으로 친목을 도모한다는 취지하에 1980년 발족하여
오늘까지 16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농촌의 대표적인 과일은 뭐니뭐니해도 고향냄새 물씬 풍기는 감을 들수
있다.
내고향 청도는 전국에서 감 생산량 1위를 자랑하는 고장으로 고향의
소득증대를 위해 졸업당시 기념식수로 감나무 한그루씩을 심고 정든 모교를
떠났는데 그것을 기념하고자 우리들의 모임을 감나무회라 일컫게 되었다.
세구년심한 지금까지 서로가 부담없이 뒷골목 허름한 싸구려 술집을 찾아
텁텁한 막걸리 한잔에 고향의 끈끈한 인연을 이어가며 우정을 나눌뿐만
아니라 함께 대화를 주고 받는 사이에 고향소식도 전하고 한번쯤 자기
본연의 모습을 버리고 방향감각을 잃은채 웃고 떠들면서 노래라도 부르다
보면 불신이란 마음의 벽도 허물수 있고 고향의 흙냄새도 맡는것 같아
한결 마음이 흐뭇함과 동시에 향수에 젖어볼 수 있다.
전체 회원은 남학생 14명과 여학생 4명을 합하여 18명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미임상회대표 김수근씨가 발족 당시부터 줄곧 회장으로 이 모임을
이끌고 있으며 필자가 총무를 맡고 있다.
처음에는 한달에 한번 모였으나 지금은 격월로 만나고 있다.
만날때마다 술잔을 주고받으며 세상돌아가는 얘기, 옛날 초근목피로
어렵게살던 보릿고개 얘기, 6.25동란의 참상에 대한 얘기, 운동장에서
서로 목을 끌어안고 뒹굴던 얘기, 코흘리개 친구들과 어울려 냇가에서
홀랑 벗고 물장구치며 신나게 놀던 얘기, 서로 내 이야기 한번 들어봐라
해놓고는 시끌벅적 끝날줄 모른다.
지금 이순을 전후해서 백발이 성성한 중늙은이가 되어서도 죽마고우
국민학교 동창을 만나면 항상 즐겁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