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훈 < 중앙대 부총장 >

50여년간 매년 폭발적으로 늘어만 가던 서울 인구가 최근 몇년 사이에는
감소하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조선조 5백년간 인구가 세배정도 증가했던 서울이 해방후 50년간에는
무려 10배 이상으로 증가하여 세계적인 도시로 변했다.

그러나 서울 인구는 92년의 1천97만명을 정점으로 매년 감소경향을 나타냄
으로써 95년에는 1천60만명으로 줄어들었다.

이에따라 전체 인구에 대한 서울인구의 비중도 92년의 24.7%에서 95년에는
22.9%로 낮아졌다.

세계적으로도 대도시의 인구가 급격히 감소하여 유럽과 북미에서는
5백만명 이상의 대도시가 5개정도로 감소한 반면 아시아에서는 아직도
30여개에 달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우리는 지속적인 고도성장의 결과로 선진국형 경제구조를 보이면서
총인구 증가율이 1%이하를 기록해 산아제한을 폐지하는등 선진국형의 인구
구조로 변하고 있다.

서울의 인구가 감소한다고는 하지만 절대적으로 줄어드는 전형적인
선진국형 인구구조가 아니라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최근 서울 인구가 감소하는 반면 주변의 인천과 경기도 수도권 인구는
오히려 크게 증가함으로써 인구이동의 새로운 행태를 보여주고 있다.

92년에 1천9백60만명이던 수도권 인구가 95년에는 2천76만명으로 증가하여
전체인구에 대한 수도권인구 비중은 44.3%에서 45.3%로 높아졌다.

전체인구의 증가율이 점차 둔화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수도권인구는
오히려 계속 증가함으로써 새로운 사회 문제를 야기시키고 있다.

서울로 서울로 이동하던 지방인구의 대탈출 현상이 계속되는 가운데서도
오히려 서울 인구가 감소하고 있다는 사실은 서울 인구의 U턴현상이 아니라
서울근교의 인접도시로 서울 인구가 빠져나가는 J 커브 현상을 나타내고
있다.

지방에서 상경한 서울인구가 다시 지방으로 돌아가는 U턴현상이 나타난다면
지방의 공동화를 방지하고 국토의 균형적인 발전을 도모한다는 차원에서
바람직한 현상이지만 그렇지 못하고 서울 변두리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교통난과 주택난, 그리고 공해문제 등을 광역화시키고 있다.

서울 주변의 군포시와 고양시, 그리고 안산시 등은 지난 5년간 1백%이상의
인구증가를 보였으며 성남시와 의정부시, 그리고 구리시와 시흥시도 30%
이상의 인구증가율을 기록하였다.

또한 안양시와 남양주시 부천시 역시 20%이상의 인구증가율을 기록함으로써
수도권의 과밀현상을 부채질하고 있다.

서울을 중심으로 하는 수도권 인구가 크게 증가하고 있는 것과 같이 일찍이
일본에서도 도쿄를 중심으로 하는 수도권지역에 많은 사람들이 몰렸었다.

물론 도쿄의 인구 과밀현상이 심각하다고 하지만 전체인구의 8.7%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서울의 24.7%에 비교하면 큰 문제가 되지 않고 있다.

그런데도 일본에서는 현재 도쿄에서 1백~1백50km 떨어진 곳에 1백만 인구
규모의 새로운 수도를 건설하려는 천도계획을 구체화시키고 있다.

왜 서울 인구가 50여년간 매년 폭발적으로 증가했으며 최근에는 오히려
감소현상을 보이고 있는가.

그 원인을 직접 조사하지 않더라도 일본 도쿄의 경우에서 우리는 쉽게
알수 있다.

최근 일본의 도쿄도와 언론기관이 시민 5천명을 대상으로 직접 조사한
인구유입과 유출의 요인별 우선순위는 다음과 같으며 이는 서울의 경우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고 판단된다.

먼저 왜 도쿄에서 살고싶어 하는가의 이유를 조사한 다섯 가지 우선순위
요인은 다음과 같이 나타났다.

첫째 생활물자와 정보를 손쉽게 접할 수 있다, 둘째 고용기회가 많다, 셋째
문화생활을 할 수 있다, 넷째 교육환경이 좋다, 다섯째 국제감각이 있다
등이다.

이러한 요인 때문에 많은 사람뿐만 아니라 돈과 자원을 서울에 끌어들이고
있는 것이다.

한편 왜 도쿄에서 떠나려고 하는가의 이유를 조사한 다섯 가지 우선순위
요인은 다음과 같이 나타나 시사하는 바가 크다.

첫째 생활비가 많이 든다, 둘째 자연환경이 좋지 않다, 셋째 내집 마련이
어렵다, 넷째 교통이 혼잡하다, 다섯째 공해가 심하다 등이다.

이러한 요인 때문에 사람들을 서울에서 밖으로 밀어내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서울인구를 분산시키기 위해서는 전국토의 균형적인 개발을 통하여
서울의 인구유입 요인을 차단하여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하면 지방에서도 생활물자와 정보를 손쉽게 구할수 있게 하고
일자리를 만들어 줘야 할 것이다.

그리고 문화시설과 교육시설을 확대하고 국제감각의 도시를 지방에
만든다면 인구의 사회적 이동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현재 서울에 집중되고 있는 기업체와 대학을 과감히 지방으로 이전
시켜 사람과 돈을 지방으로 분산시켜야 할 것이다.

한편 서울로부터의 인구유출을 촉진시키기 위해서는 서울에서 살기
싫어하는 다섯 가지 요인을 지방에서 충족시켜 줄 수 있도록 지역개발을
촉진하여야 할 것이다.

즉 생활비가 싸고 자연환경이 좋으며 쾌적한 생활공간이 있는 지방도시와
농촌을 건설하기 위한 종합적인 국토개발계획을 수립 집행하여야 할 것이다.

결국 생활의 질과 여유를 찾게 되는 21세기에는 서울과 수도권만이 아니라
전국이 모든 국민의 일과 삶의 좋은 터전이 될 수 있도록 균형발전을 동시에
이룩할 때 풍요로운 사회가 되는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