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탄한 구성.출연진의 뛰어난 연기력.

KBS의 주말연속극 "목욕탕집 남자들"(김수현작 정을영연출)을 시청률 1위로
떠받치고 있는 든든한 두 기둥이다.

보통 작품성이 아무리 뛰어나도 "재미"가 없는 프로그램은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한다.

"목욕탕집 남자들"은 무엇보다 재미있는 드라마다.

늙은 영감이 인삼찻집 마담과 데이트한게 못마땅해 끝내 집을 나가게 만든
할머니, 이에 호응이라도 하듯 줄줄이 동반가출에 나서는 두 아들, 자기
일에 열중하느라 결혼에는 무관심한 노처녀 손녀등 이 드라마에 나오는
인물들의 모습은 그다지 특별할 것도 없다.

우리 주변에서 누구나 한번쯤 보았을 법한 인물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청자가 재미를 느끼게 되는 것은 누구나 공감하는
이야기를 전개하기 때문이다.

한동안 윤경(배종옥분)에게 열심히 매달리다 최근 태도를 바꿔 구애를
포기해버린 호준(김상중분)의 모습은 남의 모습이 아니다.

천방지축으로 철없이 굴지만 미워할수 없는 셋째딸(김희선분), 푼수같지만
심성은 착한 사위(송승환분) 등도 바로 우리 이웃의 모습이다.

복잡한 남녀간의 애증관계나 비현실적인 상황설정 없이도 충분히 시청자
들의 사랑을 얻을 수 있음을 이 드라마는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언어의 마술사"로 불리는 작가 김수현이 풀어놓는 톡톡 튀면서
맛깔스런 감각적인 대사도 극의 재미를 더하는 양념구실을 한다.

그러나 재미만을 노린 현란한 말잔치는 곧 식상해지게 마련이다.

우리 주위에는 진지하게 곱씹어 볼수 있는 가족간의 문제도 얼마든지
많다는 지적이다.

< 김재창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