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루몽] (383) 제9부 대관원에서 꽃피는 연정 (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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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아는 설반의 손을 살짝 뿌리치고 풍자영 쪽으로 한걸음 뒤로 물러나
앉았다.
틈만 있으면 운아를 건드리는 설반에 대해 다른 사람들이 이맛살을
찌푸리자 설반이 으흠 으흠,헛기침을 몇 번 하며 자세를 바로잡았다.
풍자영은 말짓기 놀이를 한 후 별반 다른 이의가 없자 자기 앞에
놓인 술잔을 높이 들고 노래를 한 곡 부르고 나서 술을 들이켰다.
"자, 이번에는 운아가 해보라구. 운아는 여자니까 여자의 슬픔과
기쁨에 대하여 더 잘 알겠지"
풍자영이 재촉하자 운아가 얼굴을 붉히며 말짓기 놀이를 시작하였다.
"여자의 슬픔은 어느 님에게 몸을 맡겨야 할지 모르는 것이요"
그러자 설반이 벌떡 일어서더니 손으로 자기 가슴을 치며 큰 소리를
쳤다.
"네 몸을 맡길 낭군이 바로 여기 계신데 슬퍼하기는"
다른 사람들이 또 이맛살을 찌푸리자 설반이 슬그머니 입을 다물며
다시 앉았다.
"여자의 근심은 어머니의 매질과 욕설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 것이요"
운아가 말하는 어머니는 기생집 여주인을 가리키는 말일 것이었다.
운아의 얼굴에 얼핏 수심이 스치고 지나갔으나 곧 애교를 부리는
얼굴로 변했다.
"여자의 기쁨은 정든 님이 나에게 빠져 돌아가지 않는 것이요, 여자의
즐거움은 퉁소를 불고나서 거문고를 뜯는 것이라"
남자들이 운아의 말짓기에 빙그레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자 운아가
비파를 뜯으며 노래를 불렀다.
두구꽃 피는 삼월 삼짇 무렵 벌 한 마리 꽃 속으로 기어드려고 하네
하지만 이리저리 애만 쓰다가 할수없이 꽃잎 가장자리에서 그네만 뛰네
벌과도 같은 귀여운 내 님아 내가 꽃잎을 열어주지 않으면 내 속으로
파고들 재간이 있을손가 운아의 노래는 벌과 꽃을 노래한 것 같으나
가만히 들어보면 여간 음탕한 노래가 아니었다.
"내가 꽃잎을 열어주지 않으면 내 속으로 파고들 재간이 있을손가"하는
구절을 듣는 순간, 보옥은 사타구니가 묵직해지는 것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면서 속으로 운아가 보통내기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야, 기가 막히는 노래군. 하지만 내 솜씨에는 꽃잎을 열어주지 않을
재간이 없을 걸"
설반이 또 주책을 부렸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12일자).
앉았다.
틈만 있으면 운아를 건드리는 설반에 대해 다른 사람들이 이맛살을
찌푸리자 설반이 으흠 으흠,헛기침을 몇 번 하며 자세를 바로잡았다.
풍자영은 말짓기 놀이를 한 후 별반 다른 이의가 없자 자기 앞에
놓인 술잔을 높이 들고 노래를 한 곡 부르고 나서 술을 들이켰다.
"자, 이번에는 운아가 해보라구. 운아는 여자니까 여자의 슬픔과
기쁨에 대하여 더 잘 알겠지"
풍자영이 재촉하자 운아가 얼굴을 붉히며 말짓기 놀이를 시작하였다.
"여자의 슬픔은 어느 님에게 몸을 맡겨야 할지 모르는 것이요"
그러자 설반이 벌떡 일어서더니 손으로 자기 가슴을 치며 큰 소리를
쳤다.
"네 몸을 맡길 낭군이 바로 여기 계신데 슬퍼하기는"
다른 사람들이 또 이맛살을 찌푸리자 설반이 슬그머니 입을 다물며
다시 앉았다.
"여자의 근심은 어머니의 매질과 욕설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 것이요"
운아가 말하는 어머니는 기생집 여주인을 가리키는 말일 것이었다.
운아의 얼굴에 얼핏 수심이 스치고 지나갔으나 곧 애교를 부리는
얼굴로 변했다.
"여자의 기쁨은 정든 님이 나에게 빠져 돌아가지 않는 것이요, 여자의
즐거움은 퉁소를 불고나서 거문고를 뜯는 것이라"
남자들이 운아의 말짓기에 빙그레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자 운아가
비파를 뜯으며 노래를 불렀다.
두구꽃 피는 삼월 삼짇 무렵 벌 한 마리 꽃 속으로 기어드려고 하네
하지만 이리저리 애만 쓰다가 할수없이 꽃잎 가장자리에서 그네만 뛰네
벌과도 같은 귀여운 내 님아 내가 꽃잎을 열어주지 않으면 내 속으로
파고들 재간이 있을손가 운아의 노래는 벌과 꽃을 노래한 것 같으나
가만히 들어보면 여간 음탕한 노래가 아니었다.
"내가 꽃잎을 열어주지 않으면 내 속으로 파고들 재간이 있을손가"하는
구절을 듣는 순간, 보옥은 사타구니가 묵직해지는 것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면서 속으로 운아가 보통내기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야, 기가 막히는 노래군. 하지만 내 솜씨에는 꽃잎을 열어주지 않을
재간이 없을 걸"
설반이 또 주책을 부렸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