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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경시론] 경제가 최우선이다 .. 이영선 <연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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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영선 <연세대 교수/경제학>

    총선이 끝났다.

    이제 다시 차분히 우리의 살림살이를 돌아볼 때다.

    선거때문에 뒷전으로 밀려나 있던 경제를 다시 중시해야 한다.

    우리는 곧잘 정치가 왜 필요한가를 망각하곤 한다.

    국민들이 왜 세금을 내 정부를 유지하게 하며, 대통령과 국회의원을
    뽑는지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 듯하다.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이나, 또는 정부고관들이 마치 자신들이 있기 때문에
    국민들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엄청난 착각이다.

    그들이 훌륭하고 대단한 사람이어서 국민이 그들을 세운 것이 아니라
    국민이 잘 살기 위해 그들에게 명예와 월급을 주어가며 고용한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다시 말해 정치란 국민들의 보다 나은 살림살이를 위해 존재한다는
    말이다.

    그러나 총선과정을 지켜본 국민들의 마음은 착잡하기만하다.

    총선의 방향을 좌우하는 중요 이슈들이 모두 정계개편이나 지역감정과
    같은 정치적 문제들로 가득차 있다.

    실제적으로 국민들의 생활과 관련되어 있는 경제적 문제들에 대해서는
    별다른 관심이 쏠리지 않고 있다.

    우리 사회발전의 걸림돌이 정치라는 사실이 재확인된 셈이다.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총선이 끝났다고 해서 우리 정국이 경제를
    앞세울만큼 안정을 이루지 못하리라는 점이다.

    이는 여당이 국회에서 안정적 다수를 획득하느냐 못하느냐와는 무관하다.

    총선이 끝남과 동시에 정치는 내년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또다시
    뜨겁게 달아 오를 것이 예상된다.

    국민들의 살림살이를 좌우하는 경제는 또 뒷전으로 밀릴 것이 뻔하다.

    여기서 우리는 보다 근본적인 정치제도문제를 재검토할수 밖에 없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거의 매년 치러지는 선거의 횟수를 재정리해야
    한다.

    국회의원선거 대통령선거 지방자치제선거 등 제각기 달리 시행되는
    선거기간이 정리되어야 한다.

    선거가 자주 시행될수록 정작 중요한 경제문제가 도외시되기 때문이다.

    그런 관점에서 대통령의 임기를 4년으로 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럴 경우 대통령선거를 지자체 선거나 국회의원선거와 동시에 할수
    있어 우리 사회의 정치바람을 어느정도 잠재울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대통령의 중임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또한 필요하다.

    지금의 5년단임제에서는 대통령이나 여당이 정권재창출에만 관심을 두고
    온갖 정치적 문제만을 중시할 것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4년간의 임기동안에 국민들의 생활을 개선하는데 전력
    투구함으로써 재당선되도록 노력할수 있게 하는 제도적 유인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현대통령의 임기는 이제 2년이 채 남지 않았다.

    그러나 2년이라는 세월이 결코 짧은 것은 아니다.

    이 기간에 단지 정권의 재창출이라는 정치목적에만 집착하여 계속적인
    정치게임에만 몰두한다면 국민들의 생활을 개선하는데에는 큰 업적을
    남길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진정코 본연의 정치의 존재이유에 전력한다면 2년이라는 기간에도
    큰 업적을 남길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지금 당면하고 있는 경제문제는 산적해 있다.

    교통 환경 경제질서개혁 사회간접자본 등의 영역에서 정부가 해야할 일은
    얼마든지 있다.

    이러한 과제들은 사실 현 대통령의 선거공약에 다 들어 있다.

    물론 현 정권이 이러한 과제들에 대해 적지 않은 성과를 올리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지금까지의 성과는 과거의 문제를
    정리하는 일에 치우쳐 있었다는 점이다.

    실명제를 실시하고 규제를 완화하는 일들이 바로 그런 것들이다.

    이제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보다 미래지향적으로 우리 경제를 세워 가는
    일이다.

    우리 사회의 장기적 방향을 정립하고 그 방향에 맞는 경제질서와 제도를
    확립해 가며, 또 시급한 교통문제와 환경문제 등을 해결하는 일에 온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만일 성수대교붕괴와 같은 일이 다시 발생할 경우 이 정부는 더 이상
    과거만을 탓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미 3년이라는 임기가 지났기 때문이다.

    단기적 경제문제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지난해에는 고도성장과 물가안정을 이루었으나 예상외의 큰 국제수지
    적자를 안게 되었다.

    올해의 거시경제적 과제는 이러한 지난해의 경제적 성과가 가져올지도
    모르는 문제들을 풀어가는 일이다.

    즉 올해 성장률이 급격히 하락할 경우 우리는 큰 조정비용을 지불하게
    될 것이다.

    고도성장에도 불구하고 물가상승률이 낮았다는 것은 올해에 물가가
    크게 상승할 수도 있음을 뜻한다.

    경기가 위축되면서 국제수지 적자 폭이 감소하겠지만 역시 이 문제도
    중시해야 할 문제임에 틀립없다.

    거시적 문제 뿐 아니라 국제경제적 환경 변화에 따른 우리 기업들의
    끊임없는 구조조정문제도 정부가 꾸준히 관심을 가져야 한다.

    기업들의 신축적 구조조정에 장애가 되는 규제를 특히 노동법규의
    개정도 고려되어야 한다.

    요약컨대 총선 이후에는 그 동안 뒷전에 밀려 있었던 경제문제가
    이 정부의 최우선 관심사가 되어야 한다.

    이 정권의 역사적 평가는 남은 임기 동안에 어떻게 정계개편을 해서
    누구에게 정권을 물려 주었는가에 달려 있지 않다.

    그것은 단지 정치권에 속해 있는 정치이익집단의 관심일 뿐이다.

    진정한 평가는 급변하는 국제환경 속에서 한국국민들의 경제적 삶을
    얼마나 향상시켜 놓았느냐에 달려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1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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