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모시 하퍼 < 캠브리지대 교수 >

말레이시아 정부는 수개월간의 장고끝에 비전2020( Vision 2020)정책의
주요 골자인 산업화를 위한 종족통합 민주발전 개방적인 교육체제의 창조를
목표로 하는 획기적인 신교육안을 발표했다.

말레이시아에서 교육은 항상 국가정책의 핵심이 되어왔다.

마하티르 총리와 부총리 안느와 이브라힘도 교육부장관직을 역임했으며,
재임중 발전시킨 교육정책을 자신들의 정치적 이미지 부각에 적절하게
활용해 왔다.

1995년4월 총선 직후 교육부장관직에 새로 취임한 나집 뚠 압둘 라작은
최근 야심에 찬 새로운 교육개혁안을 발표했다.

새로운 교육안은 다음과 같은 세가지 기본목표를 담고 있다.

첫째, 경제발전에 따라 말레이시아는 2000년에 이르러 1만7,000명의
기술자와 5만3,000명의 전문인력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며, 따라서 새로운
교육정책은 이러한 고급인력 육성에 중점을 두도록 돼있다.

둘째, 신 교육안을 통해서 정부는 고등교육에 대한 국민의 욕구에 적절히
대응할 방침이다.

최근 약 160개의 사립 중등및 고등교육기관의 출현은 이러한 현상을
반영하는 것으로서 정부는 이를 적극 지원육성하여 말레이시아가 동남아의
교육중심지가 되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외국대학들의 분교 설치 허가를 고려하고 있으며, 정부는 개인의
교육투자, 교수의 봉급인상및 우수한 교수인력의 확충을 위해서 국립말라야
대학교(UM)를 시작으로 지방 국립대학들을 독립법인화 할 것을 적극 검토
하고 있다.

셋째, 신교육안은 보다 폭넓은 국민들의 여망을 구현하는 목표를 가진다.

즉 신교육안이 바탕으로하는 새로운 교육체제는 종족집단 간의 정치적
사회적 괴리감을 최소화하여 새로운 말레이시아국민상의 창조를 가속화
하는데 목적을 둔다.

수십년동안 말레이시아국민의 일체감 확산을 위한 주요 정책의 일환으로
모든 교육과정과 공적 사적인 분야에서 국어로서 말레이어의 사용이 적극적
으로 권장되어 왔었다.

그러나 이러한 국어정책은 여러 면에서 한계에 부딪치게 되었다.

말레이어로된 전문서적의 절대부족으로 인해서 과학기술 분야의 수업에선
이미 영어사용이 부활되었으며, 최근에는 영어의 숙달이 신 중산층으로
도약하기 위한 필수조건이 되었다.

이러한 추세에 따라 많은 말레이 엘리트들은 영어를 능숙하게 구사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날로 심화되는 경쟁사회의 취업과 승진에서 말레이어로
교육받은 세대의 불이익을 무시할 수 없다.

따라서 정부가 새로운 교육안에 국어로서 말레이어의 상징적 중요성을
강화하고 있음은 주목할만한 사실이다.

신교육안은 또한 중국어와 인도어로 교수되는 학교 교육에 관해서는
현상태를 유지할 것을 언급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어 교육자들은 현행 헌법이 교육부장관에게 주어진
국립형(national type) 중국인 학교의 폐교권한에 대해 의구심을 품고 있다.

그러나 그들의 반발은 점차 누그러지고 있으며, 이러한 현상은 과거 종족
집단 간의 문화와 언어에 대한 투쟁이 실용주의와 공동번영의 분위기 속에서
강화된 신말레이시아 민족주의와 함께 점차로 약화되고 있음을 반영한다고
볼수 있을 것이다.

신 교육안은 구 세대의 문화적 갈등을 인내하면서 말레이시아의 떠오르는
신세대, 즉 2020년의 세대들에게 집중적인 투자를 통해 바로 이러한 변화의
추세를 가속화 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