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의 김성중 노사협의과장(45).

그는 지난 30일 오후 KBS 공개홀에서 근로자를 위한 창작가요제의
일환으로 열린 "96 우리가요제"행사를 막후에서 진두지휘해온 장본인이다.

"근로자들이 일한 만큼 긍지와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제대로 대우
해줘야 합니다.

그것은 단순히 물질적인 차원이 아니라 문화적이고 정신적인 보상에
무게중심이 실릴 때 더욱 의미가 있습니다"

그는 이날 행사를 시종 즐거우면서도 긴장섞인 표정으로 지켜보며
이같이 소감을 피력했다.

이날 행사는 전국에서 창작곡을 공모, 산업현장에서 즐겁고 유쾌하게
부를수있는 노래를 발굴.보급하기 위해 마련된 것.

이 행사의 기획을 주도해온 김과장은 "요즘 근로자들은 높은 임금에
더이상 만족하지 않는다"며 "이제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문화적 욕구의
충족과 함께 사회의 중추세력으로서 인정을 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우리 사회가 그동안 "일하는 사람들"에 대해 물질적 보상에
대한 논란만을 벌였지, 심리적이고 정신적인 부분은 등한시 해왔다고
지적한다.

김과장은 이같은 측면에서 "오늘 행사는 우리의 산업현장에 보다
풍요롭고 협력적인 분위기를 불어넣는 "작은"출발"이라고 자평한다.

김과장이 이같은 유형의 행사를 준비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한국경제신문사가 지난해부터 펼쳐온 노사협력캠페인에 깊은 관심을
가져온 그는 이날 "우리가요제" 행사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다양한
문화행사들을 추진해왔다.

최근에는 사가가 없는 중소기업들을 위해 국내 유명작사.작곡단에
제작을 의뢰, 1백개 사업장에 "멋진" 사가를 선사했다.

이밖에 지난해 포항공단에서 "열린 음악회"를 기획한 것을 비롯해
이달에도 여천공단에서 근로자들을 위한 "열린 음악회"를 개최하느라고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행시 19회출신으로 지난 78년 노동부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한 김과장은
"이렇게 다양하고 풍요로운 문화행사들을 산업현장에 펼침으로써 신바람
나게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이같은 행사들이 근로자들로 하여금 애사심과 주인의식을
갖게 만들고 궁극적으로 노사협력분위기를 조성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김과장은 그러나 일련의 작업들이 결코 쉽지만은 않았다고 토로했다.

"지나치게 전시적이다" "눈요기에 불과하다" "공무원이 이런 일을 해서
되겠느냐" 등의 곱지않은 시선이 많았다는 것이다.

반대하는 사람들을 설득하느라고 애도 많이 태웠단다.

김과장은 이에 대해 "우리가 도로와 항만 등 사회간접자본에 대해 막대한
투자를 아끼지않는 이유는 장기적으로 경제의 효율성을 높일 뿐만 아니라
사회에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라며 "마찬가지로 다양한 문화적 저변도
산업현장에 없어서는 안될 인프라"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협력적 노사관계도 어차피 근로자와 사용자의 마음에서
시작되는 것 아니냐"며 "노사문제는 정부의 제도와 정책도 중요하지만
현장의 내부정서와 문화적 욕구를 결코 무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김과장은 또 공무원의 바른 위상에 대해 "자기 긍지로 일하는 사람"과
"옳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쉽게 양보하지않는 사람"이라고 잘라 말했다.

"새로운 일을 기획하고 추진하는데 재미를 느낍니다.

여러 선배 및 동료들이과거 이뤄놓은 것을 무시하지는 않지만 앞으로
더 나은 서비스행정을 구현하기 위해선 과감히 버려야할 것도 있습니다"

이런 태도때문에 김과장은 노동부내에서 "고집센" 사람으로 치부되고
있지만 업무추진 능력과 일에 대한 열정만은 정부기관을 통틀어 흔하지
않다는 안팎의 평가를 받고 있다.

< 조일훈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