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배 <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

일반적으로 경상수지 흑자는 좋고, 적자는 나쁘다는 인식이 상식화되어
있다.

그러나 나쁜척하는 좋은 사람, 좋은 척하는 나쁜사람을 쉽게 구분할 수
없듯이 이를 구분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경상수지는 일정기간동안 경상거래를 통해 벌어들인 돈과 지급한 돈의
차이를 말하는 것으로 국가경제차원에서 적자보다는 흑자가 분명 좋다.

수출을 통해 늘어나는 소득과 일자리가 수입을 통해 줄어드는 소득과
일자리보다 많게 되어 전체적으로 국민소득이 늘고 고용이 확대되기 때문
이다.

그러나 흑자가 항상 좋은 것만은 아니다.

국내통화증발을 가져와 통화관리를 어렵게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일본의
경우처럼 통상면에서도 무역마찰의 소지를 낳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적자는 어떠한가.

흑자와는 반대로 소득을 감소시키고 실업을 늘게하여 나라살림을 어렵게
할수 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우리는 적자를 나쁘다고 딱 잘라 말하기는 힘들다.

왜냐하면 경상수지적자는 단순히 그 절대적인 규모뿐 아니라 경제규모
및 교역규모에 대한 상대적인 규모,그리고 그 내용의 건전성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하여 판단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현재 경상적자가 95년 1~11월 기간중 82억달러에 이르고 있으나 95년 GNP가
4,3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수출입이 2,200억달러를 상회하는
우리 경제규모에 비추어 볼 때 그렇게 큰 부담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적자의 상당부분이 설비투자에 필요한 자본재도입의 증대로 인한
것이라는 점에서 적자의 내용 또한 비교적 건전하다고 할 수 있다.

경제규모 수준에서 감내할 정도이고 내용면에서 성장잠재력 확충에 보탬이
된다면 절대적인 규모만을 놓고 지나치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무리한 적자축소 노력은 통상마찰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있을뿐 아니라
오히려 원활하게 운용해 나갈수 있는 경제에 압박을 줄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