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칼럼] 말 .. 서영명 <방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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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마음에 대한 통찰력과 인생에 대한 총명한 인식을 나타내는 건
영국 사람들이 하는 말이고, 경묘한 농담을 번뜩이면서 안개처럼 골치아픈
것들을 일시에 사라지게 하는 건 프랑스 사람들이 하는 말이며, 아무도
흉내낼수 없는 독자적인 지성의 까다로운 의미를 능란하게 함축하여 표현
하는 건 독일 사람들이 하는 말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하는 말은 과연 어떨까.
아마도 솜씨좋은 농부가 노련하게 꼬아 놓은 새끼줄처럼 교묘하게 비비
꼬아서 사람 약올려 미치고 팔딱 뛰게 만드는데는 세계에서 가장 뛰어나지
않을까 싶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말을 참 잘한다.
아름다운 수식과 경탄할 만한 비유, 폐부를 찌르는 날카로운 풍자,
거미꽁지 실뽑듯이 막힘도 없이 슬슬 빠르게 큰 소리로 목청 돋워 잘도
떠든다.
예부터 얼마나 말씀들을 잘 하셨으면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라는
속담까지 전해 내려오고 있겠는가.
들을 줄은 몰라도 좌우간 말을 잘한다.
듣기보다는 하여튼 하기를 좋아한다.
다른 사람이 하는 얘기는 도통 듣고 싶지가 않고 그저 나만 하고 싶어 하는
그 말하기의 습성 때문에 세계에서 가장 토론이 안되는 나라라는 조크(?)를
감수하면서까지 말하기를 좋아하고 또 말씀들을 잘도 하신다.
그런데 그 잘 하는 말솜씨를 어째서 우리는 보다 발전적이고 긍정적이고
희망적이며 고무적인데 사용하기는 그리도 아까워하고, 그저 짓밟고 헐뜯고
할퀴고 윽박지르며 뒤집어 씌우고 깎아내리는데는 그리도 절묘하게 투자(?)
를 하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알수가 없다.
언어는 정신의 호흡이라는데, 현명한 자의 입은 마음속에 있고 어리석은
자의 마음은 입에 있다는데...
요즘 난무하는 여기 저기의 말잔치를 접하노라면, 그 표현들이 참 얼마나
뛰어난지-글 써서 먹고 사는 나도 음매 기죽어-가히 노벨 문학상감이다.
허긴 이눔의 세상이 도무지, 진실이 담긴 짧은 몇마디 혹은 참되다 싶은
몇 마디는 들으려고 하질 않으니...
어눌한 알몸만의 말 몇마디로는 도무지 누구 귀에고 가슴에도 들어가
박힐수가 없으니 별 도리가 없기는 없다.
그저 입으로 떠들기라도 해야지, 쑤셔 놓은 벌집에서 벌이 쏟아져 나오듯이
붕붕거리며 떠들기라도 해야 만이, 그 말들이 벌떼처럼 여기 저기 날아
다니다가 누구 귀에라도 쏘듯이 박혀들어갈 터이니까.
아, 귓가에 부딪쳐서 수 없이 떨어져 죽은, 죽어서 쌓인 말, 말, 말,
말의 시체들...
그러나 명심할 것은 그 말들을, 하나도 남김없이 모두 다 한마디도 놓치지
않고 모두 다, 누군가는 분명히 듣고 있다는 것이다.
허튼 말이건 참된 말이건, 의미있는 말이건 무의미한 말이건, 따뜻한
사랑의 말이건, 비비꼬는 말이건, 보태주는 말이건 깎아내리는 말이건,
이 세상에 존재하는 사람들의 입을 통해 소리로 만들어져 나오는 모든
말들을, 허공중에 흩어져 흔적없이 사라져 버릴것 같은 그 말들을, 신은
분명히 듣고 계실 것이 아닌가.
비단결 같은 달변이 아니래도, 자로 잰듯 한치 어김없이 논리 정연한
능변이 아니라도, 답답하게 좀 어눌해도 가슴으로 전해지는 말을 할줄 아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
그리고 그런 말을 들을 줄 아는 가슴과 귀를 가진 사람을 만나고 싶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31일자).
영국 사람들이 하는 말이고, 경묘한 농담을 번뜩이면서 안개처럼 골치아픈
것들을 일시에 사라지게 하는 건 프랑스 사람들이 하는 말이며, 아무도
흉내낼수 없는 독자적인 지성의 까다로운 의미를 능란하게 함축하여 표현
하는 건 독일 사람들이 하는 말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하는 말은 과연 어떨까.
아마도 솜씨좋은 농부가 노련하게 꼬아 놓은 새끼줄처럼 교묘하게 비비
꼬아서 사람 약올려 미치고 팔딱 뛰게 만드는데는 세계에서 가장 뛰어나지
않을까 싶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말을 참 잘한다.
아름다운 수식과 경탄할 만한 비유, 폐부를 찌르는 날카로운 풍자,
거미꽁지 실뽑듯이 막힘도 없이 슬슬 빠르게 큰 소리로 목청 돋워 잘도
떠든다.
예부터 얼마나 말씀들을 잘 하셨으면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라는
속담까지 전해 내려오고 있겠는가.
들을 줄은 몰라도 좌우간 말을 잘한다.
듣기보다는 하여튼 하기를 좋아한다.
다른 사람이 하는 얘기는 도통 듣고 싶지가 않고 그저 나만 하고 싶어 하는
그 말하기의 습성 때문에 세계에서 가장 토론이 안되는 나라라는 조크(?)를
감수하면서까지 말하기를 좋아하고 또 말씀들을 잘도 하신다.
그런데 그 잘 하는 말솜씨를 어째서 우리는 보다 발전적이고 긍정적이고
희망적이며 고무적인데 사용하기는 그리도 아까워하고, 그저 짓밟고 헐뜯고
할퀴고 윽박지르며 뒤집어 씌우고 깎아내리는데는 그리도 절묘하게 투자(?)
를 하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알수가 없다.
언어는 정신의 호흡이라는데, 현명한 자의 입은 마음속에 있고 어리석은
자의 마음은 입에 있다는데...
요즘 난무하는 여기 저기의 말잔치를 접하노라면, 그 표현들이 참 얼마나
뛰어난지-글 써서 먹고 사는 나도 음매 기죽어-가히 노벨 문학상감이다.
허긴 이눔의 세상이 도무지, 진실이 담긴 짧은 몇마디 혹은 참되다 싶은
몇 마디는 들으려고 하질 않으니...
어눌한 알몸만의 말 몇마디로는 도무지 누구 귀에고 가슴에도 들어가
박힐수가 없으니 별 도리가 없기는 없다.
그저 입으로 떠들기라도 해야지, 쑤셔 놓은 벌집에서 벌이 쏟아져 나오듯이
붕붕거리며 떠들기라도 해야 만이, 그 말들이 벌떼처럼 여기 저기 날아
다니다가 누구 귀에라도 쏘듯이 박혀들어갈 터이니까.
아, 귓가에 부딪쳐서 수 없이 떨어져 죽은, 죽어서 쌓인 말, 말, 말,
말의 시체들...
그러나 명심할 것은 그 말들을, 하나도 남김없이 모두 다 한마디도 놓치지
않고 모두 다, 누군가는 분명히 듣고 있다는 것이다.
허튼 말이건 참된 말이건, 의미있는 말이건 무의미한 말이건, 따뜻한
사랑의 말이건, 비비꼬는 말이건, 보태주는 말이건 깎아내리는 말이건,
이 세상에 존재하는 사람들의 입을 통해 소리로 만들어져 나오는 모든
말들을, 허공중에 흩어져 흔적없이 사라져 버릴것 같은 그 말들을, 신은
분명히 듣고 계실 것이 아닌가.
비단결 같은 달변이 아니래도, 자로 잰듯 한치 어김없이 논리 정연한
능변이 아니라도, 답답하게 좀 어눌해도 가슴으로 전해지는 말을 할줄 아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
그리고 그런 말을 들을 줄 아는 가슴과 귀를 가진 사람을 만나고 싶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3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