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47년10월 열두척의 이탈리아 제노바 무역선이 동쪽으로부터 흑해를
거쳐 비단과 향료를 싣고 시실리 메시나항에 입항했다.

그런데 그 배들은 재난도 함께 가져왔다.

그 배들의 선원들이 괴질(2세기뒤 페스트로 명명)로 죽어갔다.

배가 들어온지 며칠이 안가 메시나시민들도 페스트에 걸려 죽어가기
시작했다.

그들은 공포에 질려 그 배들을 바다로 몰아냈다.

그 배들은 이탈리아 프랑스 스페인등의 항구들을 전전하면서 페스트를
퍼뜨렸다.

그 병은 이탈리아북부를 거쳐 중.북부 유럽으로 퍼져나갔다.

유럽전역에서 3년동안 창궐한 페스트는 전인구의 3분의1을 죽였다.

페스트는 중앙아시아의 황량한 오지에 살던 들쥐의 벼룩이 퍼뜨린
병원균에 의해 발병되었다.

그 들쥐가 크리미아반도로 내려와 무역선의 곡물창고로 들어간 뒤
유럽으로 죽음의 여행을 시작했던 것이다.

페스트는 사람들 사이에 직접 옮겨지는 인플루엔자와 같은 전염성 질환은
아니다.

개나 박쥐에게 물렸을 때 발병되는 광견병과 마찬가지로 쥐벼룩에 물렸을
경우에 발생되는 오염성 질병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전세계적으로 또다른 오염성 질병인 광우병(해면양뇌증)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광우병에 걸린 쇠고기를 먹은 경우에 인간의 치명적인 뇌질환인
크로이츠펠트-야콥병(CJD)에 전염될 가능성이 있다는 영국정부의 뒤늦은
시인에서 비롯되었다.

그동안 영국에서는 광우병으로 15만여마리의 소가 죽었고 CJD에 걸린
사람이 100명이 넘었으나 그 병들의 관련성을 부인해왔다.

광우병의 감염인자는 소의 등뼈속에서 증식하는 정체불명의 슬로 바이러스
(잠복기가 긴데서 생긴 이름)로서 소의 뇌나 내장등에 구멍을 내 죽게
만든다.

한편 CJD는 인간의 뇌를 파괴하는 괴질로 3~30년의 잠복기를 거쳐
우울증을 비롯 시각 언어 자율신경등의 장애를 보인뒤 심한 치매증세로
발전하여 6개월~1년내에 사망한다.

치료법은 아직 없다.

한국정부도 EU국가들을 비롯한 많은 나라들에 이어 광우병 파동의
진원지인 영국의 쇠고기 금수조치를 한 마당이긴 하지만 "문제가 없다"고
낙관할 수 만은 없는 상황이다.

그동안 국내에서도 유사한 뇌질환자가 발생했다는 보고가 있었고 영국산
젖소와 종우의 수입실적도 있었는가 하면 쇠고기 수입자유화가 되어 있다는
사실들로 미루어 볼 때 "페스트의 재판"이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