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무역수지 적자가 사상처음으로 100억달러를 넘은데 이어 올들어서는
지난 20일까지 석달도 안되는 사이에 올해 예상치 70억달러의 80%에 가까운
55억3,000만달러의 적자가 기록되었다.

경기흐름이 하강국면에 접어들면 설비투자가 위축되어 무역수지 적자가
축소되는 것이 일반적인데 정반대현상이 나타난 까닭은 무엇일까.

항공기 도입이나 관세인상을 앞둔 원유수입급증 등의 돌발요인도 있지만
소비재수입의 지속적인 증가가 또 다른 주목할 요인으로 분석된다.

지난해말부터 자본재나 원자재 수입증가율은 한자리 수로 크게 둔화됐으나
소비재 수입증가율은 30%에 육박했기 때문이다.

소비재수입의 예외적인 증가배경에는 유통시장 개방및 소비행태의 변화라는
구조적인 요인이 깔려 있다.

그동안 국제수지방어와 국내산업보호를 목적으로 폐쇄적이던 유통시장은
통상마찰을 피하고 외국인 투자유치를 촉진하기 위해 최근 개방폭이 꾸준히
확대돼왔다.

특히 외국인 투자촉진법이 제정되고 지난해 말부터는 병행수입제도가
시행되면서 유통시장 개방이 본격화됐다.

게다가 소득증가로 인한 고급품의 수요증가, 중국이나 동남아로부터의
싸구려 일부 생활용품 수입확대, 대형할인점과 같은 새로운 형태의 유통업태
확산에 따른 영향등 소비행태의 변화가 소비재수입을 더욱 촉진하고 있다.

고가품에 대한 수요로는 대형 냉장고, 가정용 주방기기등 고기능-대용량의
가전제품, 위스키 포도주 등 주류, 화장품, 스포츠 레저용품, 고급가구 및
패션의류 등이며 최근들어 외국제승용차 수입도 급증하고 있다.

신발 완구 값싼 의류 일부 농산물 등 중국과 동남아로부터의 수입도 만만치
않다.

그러면 정부와 국내 기업들은 이같은 시장변화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

첫째는 소비자수요에 적극적으로 반응하는 시장지향적인 영업자세를
강화해야 한다.

시장차별화 전략에 따라 디자인 기능 용량 등을 다양하게 제시하고 할부
금융확대 애프터서비스 강화 등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둘째로 유통망을 정비하고 자사브랜드의 개발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최근에는 농산물도 품질과 규격을 표준화하고 고급품위주로 브랜드도
보급되고 있다.

셋째 가격경쟁력이 약한 값싼 제품의 생산시설은 중국이나 동남아로 옮겨
생산한뒤 역수입하는 방안이 좋다고 본다.

산업구조 고도화와 물가-임금 상승으로 가격경쟁력이 약해진 일부 품목의
수입은 어차피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넷째로 정부는 소비자보호를 위한 제도정비를 강화하고 허위-과장 광고 및
덤핑등 유통질서 문란행위의 단속을 엄격히 해야 한다.

특히 수입품의 품질불량 규격미달 등으로 인한 소비자피해를 최소화할수
있도록 유의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유통환경의 변화에 보다 쉽게 적응할수 있도록 중소 유통업체의
대형화 체인화 등을 도와줘야 한다.

그동안 "소비자는 왕"이라는 구호에 비해 품질 가격 고객서비스 등에서
소비자 이익보호를 소홀히 한 구석이 없지 않았다.

지금이야말로 소비자보호를 위해 국제경쟁력을 강화하고 시장질서를
바로잡을 때라고 생각한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