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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팀제와 연봉제등 종래에는 없었던 새로운 인사제도가 확산되고 있다.

기업은 물론이고 공공조직에서도 부분적으로 이런 시스템을 시도하고 있다.

LG화재 사장때 본격적인 팀제를 국내에 처음 도입한 이휘영 세계인재개발원
회장(62)은 요즘 할말이 많다.

"남들이 하니까 우리도 해보자"는 식으로 무작정 새로운 인사관리기법을
시행하는 곳이 많아서다.

그는 요즘의 이런 바람을 걱정스런 눈길로 바라보고 있다.

그래서 그가 요즘 외치는 것이 "한국형 신인사제도"다.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사재를 털어서 세계인재개발원을 세웠다.

아직은 초창기지만 이회장이 현업시절 보여준 인사관리 테크닉과 경영혁신
사례가 돗보여 찾는 이가 많다.

이회장은 LG전선 전자 건설 화재등 LG그룹 한곳에서만 33년을 보냈고,
그것도 개혁이 필요한 곳만을 골라 다닌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다.

쉽게 말해 전문경영인이다.

그룹기획조정실에 근무할 때 "인사관리실무"라는 책을 쓸 정도로 이분야엔
탁월한 식견이 있다.

LG화재 고문을 맡고 있으면서도 세계인재개발원을 만들어 현업시절 보다
더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이회장을 만나 한국형 신인사론을 들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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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담 = 정만호 경제부장 ]]]

-건강은 여전하신 것 같습니다.

비결이라도 있는지요.

<>이회장 =이사를 할 때마다 산밑으로 갑니다.

아침마다 집근처 산에 오르기 위해서죠.

27년간을 하루도 빠지지 않았어요.

운동도 그렇지만 의욕적으로 할일이 있다는 게 무엇보다도 건강을 지켜주는
비결이 아닌가 합니다.

-일선을 떠나서도 성취감을 만족시켜줄 일이 있기가 쉽지않은데요.

사재를 털어서 연구원을 만드셨다면서요.

<>이회장 =환갑을 넘어 퇴직한 후에 사명감을 갖고 할일이 무엇일까 하고
생각한 끝에 후배양성을 택했습니다.

세계인재개발원이라는 연구원을 세웠는데, 요즘 거기에 매여 삽니다.

현역시절에 체득한 인사관리나 경영혁신 기법등을 후배 경영인들에게
알려주자는 거지요.

작년 11월에 설립했는데 회원이 1백50명가량 됩니다.

돈 버는거 하고는 먼 얘기라서 장학사업하는 셈치고 그동안 모아 놓은 돈과
퇴직금을 경비로 대고 있습니다.

-기업에 있을 때 이미 "인사관리 실무"라는 책을 낼 정도로 그 분야에서는
권위자인데, 오히려 퇴직후에 본업을 찾은 것 같습니다.

<>이회장 =한달에 한번씩 경영자들을 대상으로 WEC를 갖고 사원교육및
인사조직에 대해 컨설팅을 해주지요.

(이 회장은 흔히 조찬회라는 모임을 WEC, World Executive Club 이라고
이름붙였다)

또 조그만 연수실을 만들어 놓았는데 경영혁신전략 신인사제도등 2개과정을
설치해서 지난 2월에 1기생이 배출됐고 4월에 2기생이 들어 옵니다.

-현직에서도 그랬지만 요즘도 강연을 자주 다니시던데요.

<>이회장 =1주일에 한번정도 나갑니다.

얼마전 충청남도에서 사무관급이상 공무원을 대상으로 의식교육을 해달라고
해서 "누가 살아남을 것인가"를 주제로 강연을 했어요.

이제는 지방행정도 기업형경영을 해야 한다는 얘기를 했는데 호응이
좋았어요.

-요즘 "팀제"가 유행입니다.

국내에 본격적인 팀제를 처음 도입한 장본인이기도 하고, 또 요즘 신인사
관리론을 펴시기에 할말이 많을 텐데요.

<>이회장 =너무 무원칙하게 도입하고 있어요.

팀제의 의미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무작정 팀제를 시행하는 기업들이
있는데, 이러면 오히려 부작용만 낳게됩니다.

-사실 "부"나 "과"를 이름만 "팀"으로 바꾼 곳들이 많지요.

<>이회장 =팀제는 구성원들이 설정된 목표에 맞춰 성과를 내게하고 동시에
팀단위의 평가가 가능해야만 의미가 있습니다.

최종 결정권도 가져야 합니다.

책임이 따르는 만큼 권한도 부여해야 한다는 거지요.

특히 결제권이 문제가 되는데 팀장이 결정한 것을 그 위에서 여러번 다시
결정을 해야 한다면 팀제는 무의미 합니다.

또 팀의 성과에 따라 평가하고 응분의 보상을 해줘야 합니다.

따라서 팀제는 영업부서등 목표설정과 평가, 보상이 가능한 곳부터 단계적
으로 시행해야 합니다.

잘못하면 멀쩡한 사람의 결재권을 빼았고 사기를 떨어트리는 부작용을
초래합니다.

-요즘 확산되고 있는 연봉제의 문제점을 지적한 글을 본적이 있는데요.

<>이회장 =연봉제 자체의 문제라기 보다는 한국형 인사제도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지요.

우리나라는 인사관리를 사람중심으로 해 왔습니다.

그래서 연공서열과 종신고용제에서 빠져 나오기가 어렵습니다.

단점도 있지만 안정감을 준다는 면에서 장점도 있습니다.

따라서 한국에서는 연공서열과 능력주의 두가지를 절충시켜야만 연봉제의
실효성을 거둘수 있습니다.

직능급에서 연봉제로 가는게 순서인데 직능급도 제대로 안되는 상황에서
연봉제는 어렵다는 게 저의 결론입니다.

어차피 가야할 길이기는 한데 한꺼번에 다할 생각 말고 정확하고 객관적인
평가가 가능한 분야부터 도입해야 합니다.

또 연봉제라고 해서 개개인별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팀의 성과분과 자기의
역할급을 감안하는 것도 고려해야 합니다.

팀제와 연봉제는 그래서 연관이 있어요.

-과거 일선에서 활동하실 때의 경영혁신 사례들이 꽤 유명한데요.

LG그룹에서만 7개 회사를 옮겨 다녔고, 또 조금씩은 문제가 있는 곳에 가서
상황을 바꾸어 놓고 해서 일화가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이회장 =팔자소관인지 새로 생겼거나 경영혁신이 필요한 곳만 골라
다녔어요.

경영혁신이라는 게 사실 아주 사소한 현장에서부터 시작이 되는 겁니다.

금성전기 오산공장장때 였어요.

작업시간중에 물건운반하러 왔다 갔다하지 못하게 했어요.

산만해서 불량품이 나올 수 있으니까 미리 준비하라는 거였지요.

또 철이나 동 쪼가리는 물론이고 종이나 하다못해 납똥도 모아서 되팔게
했어요.

식당입구에는 항상 불량품을 전시해 놓고 좋은 재활용 아이디어를 내면
포상을 했어요.

이때 상공회의소 주관으로 제1회 물자절약 대상이 제정됐는데 심사위원들이
공장을 둘러보고는 이런 곳은 처음이라며 상을 주더군요.

-LG건설 계실때는 임원회의를 사우나에서 하셨다면서요.

<>이회장 =그랬습니다.

건설회사는 아무래도 좀 거칠은 편입니다.

현장하고 지원부서가 다툴 일이 많아요.

임원들 조차도 서로 껄끄러운 사이인 경우도 있지요.

현장에서 작업을 하는 사람들은 나중에 꼭 목욕을 하는 점을 착안해서
임원회의를 사우나에서 열었지요.

다 벌거벗고 만나니까 금방 분위기가 달라지더군요.

-이회장의 경영혁신이 절정을 이룬 곳이 LG화재의 경영을 맡았을 때
일텐데요.

<>이회장 =가자마자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단행했지요.

결재단계를 5단계에서 2단계로 줄였습니다.

부장과 과장만 남기고 다른 직제는 모두 없앴어요.

혁신이 제대로 되려면 조직원들이 따라와야 하는데 그래서 팀제를
도입했지요.

이러다 보니까 관리직에서 1백여명이 남아돌아요.

그래서 모두 영업으로 돌려 버렸지요.

요즘 간접부문에서 사람을 빼서 직접부문으로 돌리는게 유행인데 LG화재는
10년전의 일입니다.

-PI란 개념을 도입한 것도 LG화재에서 였지요.

<>이회장 =일본에서 시작한 건데 알고보니까 근사하더군요.

귀국하자 마자 직원들게 PI(Personal Identity)를 하자고 했는데 "무슨
소린가"하더군요.

경영혁신의 큰 흐름은 고객만족과 인간존중인데 전자가 CI라면, 후자가
PI입니다.

CI(Cooprate Identity)는 마크나 로고를 통일시켜 기업의 문화와 경영이념
을 고객에게 확산시키고 사원들을 따라오게 하는 것이고 PI는 "내가 있고
회사가 있고 나라가 있다"는 인간존중의 경영입니다.

-그래도 종업원 개인보다는 고객이 우선 아닙니까.

<>고객만족과 PI는 별개의 것이 아닙니다.

자아성취가 되면 친절도 나오는거지요.

물론 고객만족을 위한 아이디어도 많이 실천했지요.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본사사무실에 고객플라자와 손님방을 설치한 것도
기억이 새롭습니다.

전화를 친절하게 받게 하기 위해서 고객으로 가장을 하고 전화를 한뒤에
불친절한 경우를 지적하는 방법을 쓰기도 했지요.

OCO(One Call OK) 운동을 벌여서 전화 한통으로 모든게 끝나게 하는 제도도
만들었습니다.

-인재개발원 일을 필생의 업으로 삼고 있을텐데 어떻게 발전시켜 나갈
생각이신지요.

<>이회장 ="작지만 배울게 있는 곳"으로 평가받도록 해서 후진들이 시간을
쪼개서라도 배우러 오는 인재육성기관으로 만드는게 목푭니다.

인재개발원이 제궤도에 오르고 자금이 지원된다면 작게라도 연수원을
지어서 우리나라 경영자들이 어디에서도 손색이 없는 세계속의 경영인이
될수 있게 하는 1년 가량의 장기코스를 만들어 볼까도 생각중입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