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원 < 포스코경영연구소 연구위원/경제학박사 >

3월21일은 온실가스배출 규제에 관한 기후변화협약(FCCC)이 우리나라에
국제법으로 발효된지 만 2년이 되는 날이다.

리우회담이후 한동안 떨들석하던 환경질에 대한 사회의 관심도는 냄비로
비유되는 우리성향을 그대로 보여주듯이 현재는 총선이나 역사바로잡기등
정치이슈에 밀려서 저만치 멀리 떨어져 있는 듯하다.

그러나 국내정세나 국민의 관심사와는 아랑곳없이 환경 및 에너지에 관한
국제협상은 지급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특히 세계기후변화의 징후를 과학적으로 논증하여 기후협약태동의 계기가
되었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패널(IPCC)이 작년12월 로마에서 채택한
2차 보고서의 결론은 협약진행에 발빠른 행보를 촉구하고 있다.

이 보고서는 지난 세기동안 지구기온이 상승해왔다는 사실을 분명히 하면서
이를 완화시킬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는한 21세기말까지 지구기온은 섭씨
약 2도만큼 더 상승하고 이에 따른 빙하의 해빙은 세계해수면을 평균 50cm
정도 상승시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더욱이 이러한 지구자연의 변화는 인류가 배출하는 온실가스가 대기중에
축적됨에 따른 것임을 분간할수 있다고 천명함으로써 전 지구적 조치를
촉구하고 있다.

이같은 결론은 지난 8일까지 2주간에 걸쳐 제네바에서 개최된 협약실무
(AGBM) 및 보조기구(SBSTA, SBI) 회의에서 공식 채택되었는데 이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구체적인 당사국 이행의무사항을 합의하는데 있어서 그 진전을
훨씬 빠르게 하는 촉매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이미 작년3월 개최된 기후협약의 첫 당사국총회에서는 소위 베를린지령이
합의되어 온실가스를 1990년도 배출수준의 20%까지 감축하자는 안이 상정
되었고 그 후에도 2010년 및 2020년등 시한을 정하여 온실가스를 지속적으로
감축할 것을 결의하고 있다.

현재의 협약추이를 볼때 내년 일본에서 개최될 예정인 3차 당사국총회
에서는 국별 시한별 감축량을 의무화하는 의정서가 채택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서는 온실가스 배출감축을 위한 정책이나 조치에 대한 의무조항이나
국가간 공동이행등에 관한 내용이 우선은 선진국그룹(협약상 부속서1에
속하는 OECD및 동구권국) 위주로 결의될 것이다.

그러나 선진국들은 지구환경보전이라는 대명분을 내세우며 협약진행을
주도하고 있어 개도국들이 이 추세를 외면만 하기에는 경제적으로나 외교적
으로 역부족인 것이 사실이며 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외무부과는 필연일
것으로 판단된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선진국들의 그룹인 OECD가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이제 마냥 개도국의 입장만을 견지할수도 없는 묘한
위치에 있기때문에 선진국의 움직임을 드러내놓고 저지하기가 매우 어려운
입장이다.

OECD 가입후에는 우리나라의 이행의무는 경제구조에 대한 다소의 고려가
있을수 있겠지만 궁극적으로는 선진국과 거의 동일한 수준의 감축을 강요
받을 것을 각요해야 한다.

온실가스중에서도 화석연료상용에 따라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는 우리나라의
경우 2000년에 탄소기준 약 1억2,000만t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는
1990년도 배출량의 1.8배에 해당된다.

이는 협약에서 제시하고 있는 기준을 따르자면 우리나라는 향후 필요배출량
의 거의 절반을 감축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는 전력 철강 석유화학 시멘트등 에너지다소비업종이 산업의 주요
부문을 이루고 있고 에너지소비 증가율도 연12%를 넘고 있어 기후협약이
우리에게 드리울 파장은 간단히 에너지효율의 제고와 같은 한계적 노력
으로는 극복하기 어렵다.

관련산업들은 기존의 화석원료를 근본적으로 대체할수있는 공정상의 혁신적
기술의 개발등 또하나의 커다란 노력을 하지 않고는 빠르면 21세기초반에
기업자체의 생존권마져 바칠수밖에 없는 커다란 위기에 직면할수도 있다.

UR의 경우 국민은 최종협정체결시 회의장앞에서 소를 앞세워 반대시위를
벌리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장기적 국제협상은 씨름처럼 막판뒤집기가 가능한 것이 아니다.

각 산업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주요의제에 대해 지속적인 주의를 요하며
필요한 경우 효과적인 의견반영이 이루어져야 한다.

다행히 이번 협약회의에서는 산업체자문기구 설립에 대한 논의가 개시됨
으로서 곧 기업체의 정보채널을 위한 공식기구가 설립될 것으로 전망된다.

필자는 동기간중 열린 협약산업체회의에서 이 자문기구가 개도국들은 물론
산업부문별 의견이 균형있게 반영되어야 한다는점을 강조한바 있다.

실제로 향후 실질적 온실감축이행에 대한 의무가 부과될 경우 그 직접적
충격의 대상은 우리의 기간산업이다.

빨라지고 있는 기후협약의 진척에 대비해 기술적인 경영전략적인 다원적
대책을 수립하는 것은 이제 기업의 존속과 발전을 위한 주요과제임을 다시
강조한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