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원식 < 한국무역협회 이사 >

최근 우리수출은 엔화가 약세로 반전되면서 가격경쟁력이 약화된데다
외환및 통관수수료마저 큰 폭으로 인상되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의 무역관련 수수료의 인상내용을 보면 외환수수료는 최고 2.5배까지
큰 폭으로 인상됐고 관세사 수수료율도 최고 2.7배까지 올랐다.

대기업의 경우 금융기관이나 관세사와 협의를 거쳐 할인된 수수료율을
적용받을수도 있으나 중소기업은 인상액 모두를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더 큰 어려움이 되고있다.

우리 수출기업의 매출액중 금융비용이 점하는 비중은 약6%로 대만이나
일본에 비해 2~3배나 높은 수준이다.

때문에 각종 수수료의 인상조치는 결국 경쟁국과 코스트면의 격차를 더욱
확대시켜 우리기업의 대외경쟁력 저하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더구나 최근 금리가 안정되고 있는 데도 불구하고 우리기업의 어음부도율은
여전히 0.17%대의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어 이와같은 수수료의 인상이
가뜩이나 어려운 중소기업의 자금난을 더욱 가중시킬 것으로 우려된다.

금융기관들은 우리나라의 외환수수료가 선진국보다 훨씬 낮은 수준인데다
외환업무에 종사하는 인력의 인건비등 원가를 감안할때 인상은 불가피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업무의 전산화, 자동화가 급속하게 진전됨에 따라 부대비용이 크게
절감되고 있을 뿐아니라 서비스의 질 또한 선진국에 비해 아직도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수수료의 인상요인을 납득하기 어렵다.

관세사 수수료율 또한 그동안 물가상승등 인상요인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수출에 미치는 영향때문에 오랫동안 인상이 억제되어 왔고 통관자동화의
촉진을 위해 더이상 수수료율을 묶어두는 것은 곤란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실질적으로 모든 수출입신고및 통관업무가
관세사에 의해 독점되고 있다는 점에서 볼때 독점적 지위를 이용하여
짧은 기간에 수수료율을 과도하게 인상한 것은 지나친 것으로 생각된다.

싱가폴의 경우 관세사는 물론 운송주선업자, 선박대리점까지도 수출입
신고를 가능하도록 허용, 서비스요율이 오히려 인하되고 있음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 크다 하겠다.

또한 외환과 통관 등 무역관련서비스는 전자상업시대를 맞아 비용이 크게
절감될 여지가 많아졌기 때문에 이러한 첨단 서비스기법을 도입하여 비용을
줄임으로써 수익을 늘려가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그리고 수출경쟁력에 커다란 영향을 줄수 있는 무역관련 수수료는 외국환
은행이나 관세사가 이를 일방적으로 인상하는 것보다는 중소무역업체들의
부담을 고려하여 해당분야별로 당사자들과 정부주관부처가 함께 참여하는
조정위원회를 설치한 후 협의과정을 통해 그 인상폭과 대상을 조정해 주어야
할 것이다.

선박회사나 해운동맹이 운임과 그 부대비용에 대해 공동행위를 취할 경우
하주단체와 사전협의를 거치도록 해운법에 의무화함으로써 하주의 이익이
보호받을수 있도록 한 것은 좋은 사례이다.

이 시점에서 우리가 고려해야 할 점은 수수료율의 인상만이 관련업계의
수익을 보전해줄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아니라는 것이다.

교역량이 증가하면 수수료 징수대상이 그만큼 늘어난다.

이에 비해 가격인상 때문에 경쟁력이 약화돼 교역량이 감소한다면 결국은
서비스의 절대적인 수요가 줄어들어 수익감소를 가져올수 있다.

수수료율 인상에 앞서 이런 점을 신중하게 생각해 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19일자).